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고 반납했다. 별 내용은 없는데 너무나 잘 넘어가서 생각보다 빨리 읽혔다. 원래 한 권 읽는 데에 한 달은 걸리는데 이 정도면 꽤나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말이 다소 허무해서 마지막 몇 장은 넘겼다.
대략 우리 모두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니 절대 삶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며 살아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희망찬 내용이지만 다소 뻔한 스토리.
그리고 내가 지금을 살게 한 수많은 선택 중 어떤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삶은 또 달라졌을 거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포인트는 나도 정말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여서 책을 읽으며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지금의 내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하지 않고 좀 더 철없이, 그리고 겁 없이 용기 내어 다른 공부를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나를 압박하는 주변 상황과 나의 조급함에 짓눌리지 않고 그저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20대를 상상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그런 성향의 사람일까.
나는 지금이야 이 직업을 하고 있으니 이 직업에 대한 미련이 없을 것이다. 이 직업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겪어보았으니 더 이상의 기대도 없고 그저 순응하며 일을 한다. 사실 만족한다. 이 정도면. 지금 딱 이 정도의 삶의 질이라면 이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놀이공원에 가서 탑쓰리권을 샀을 때 자이로드롭을 마지막으로 타고나서 아 이거 말고 바이킹을 마지막으로 타볼걸 하는 그 정도의 바람인 것 같다. 근데 또 문제는 다른 건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가 해보고 싶던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일을 하며 성공한 사람을 볼 때, 그 일을 살짝이나마 경험해 볼 기회가 있을 때 나는 절실하게 생각한다. 그 일이 나에게 너무나 잘 맞을 것 같고, 내가 저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늘을 찌를 듯은 아니지만 돈을 꽤나 벌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딱 적당한 안락함과 평온함을 준다.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삶의 과정이 이 직업과 함께라면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돈은 부족할 수도 있다. 그 외에는 딱히 불만이 없다. 나는 지금에 만족해야 할까.
하고 싶은 일과 병행해 보자니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은 하는 것은 걱정이 많은 나로서는 너무나 불안한 선택이고 지금의 일을 놓치기에는 아쉬운 것이 많다. 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틈틈이 공부해 놓아야 한다. 나중에 이걸 써먹을 곳이 있으면 좋겠다. 평생 이 직업만 하며 살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끊임없이 상상하며 나의 여러 가지 모습을 그려본다. 난 내가 상상하는 일들을 무조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잘할 자신이 있다. 언젠가 실현될 날이 오면 좋겠다. 어쩌면 나의 용기가 먼저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너무 겁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