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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드람희 Feb 06. 2023

시 2 - 춘당매

올 겨울은 몇십 년 만에 다시 온 기록적인 한파로

유난히 추웠고

이른 아침 차가운 공기 와닿는 피부의 아림이 미워

장갑이며 목도리며 귀돌이까지 야무지게 챙기는 당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봄을 애타게 기다렸다.


함께 나갈 때면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당신의 주머니에 잡은 두 손을 집어넣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기온이 올라간다는 일기예보에

또 두 손을 맞잡고 오랜만에 남항으로 산책을 갔다.

여전히 매서운 바닷바람에 양 볼을 시 벌겋게 맞고

코를 훌쩍이며 

아직이잖아...

조금 섭섭했더라.


엄마가 점집인지 사주집인지 집 근처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받아온

소중한 우리의 결혼식 날은 하필 또 겨울의 한복판에 있었다.

추웠지만 어떻게든 따뜻하게 보내고 싶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당신과

돌돌 싸매고 거제도로 여행을 갔다.

또 추울까 봐 껴입었던 탓인지

바람은 차지 않았고

볕은 반짝이며 따스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꽃을 보러 가자는 당신의 말에 따라나서니

오래전 문을 닫은 작은 학교에 매화나무가 반쯤 피어있었다.

당신은 활짝 핀 매화 한송이를 가리키며

드디어 봄이 왔다고 했다.

장갑 벗은 두 손으로 카메라를 켜

볕을 받아 투명히 빛나는 당신의 미소를 매화와 함께 담았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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