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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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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Jun 12. 2016

부대찌개와 소주 세 잔

禁酒 Day 57

20160612


    아내가 아들이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끓였습니다. 사진으로도 맛있어 보이죠? 제가 맛국물을 만드는 동안 아내와 아들이 몇 가지 부족한 재료를 사 왔습니다. '순하리 소주'도 한 병 사 왔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술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달달한 맛을 첨가한 소주가 어떤 맛인지 궁금해했습니다.


    담배도 아들 앞에서 위신이 안 서는 탓에 끊었지만, 사실 술을 절제하기로 한 것도 제가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리 좋지 않다는 생각도 한몫했었죠. 하지만, 오늘같이 아내가 실력 발휘를 하고 아들이 아빠를 원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 잔을 마셨습니다. 12도에 불과한 약한 소주지만 57일 만에 혈관 속으로 들어간 알코올의 위력은 상당했습니다. 칼칼하게 간을 맞춘 부대찌개와 함께 금세 얼큰하게 오르더군요. 저녁이 약간 늦었던 탓에 마침 한화가 역전승을 일구어내는 순간에 석 잔째를 비웠습니다. 짜릿했습니다!


    낮에 초등 동창 신부님이 주임으로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들 녀석을 인사도 시킬 겸해서 찾아갔었죠. 신부님이 담배를 많이 줄이셨다는 이야기에 저는 술을 안 마시고 있다고 했더니, "주현아, 뭘 자꾸 그렇게 끊냐?" 하며 웃었습니다. 46일째의 일기에 등장하신 신부님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술이 좋다고 권하는 말씀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세상을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을 강조하는 말씀이라고 이해합니다. 두 분 신부님들의 말씀을 잘 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끊어야 할 것으로 치자면 술보다 앞세워야 할 나쁜 습관과 버릇이 된 죄도 많습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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