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헐떡이며 사색이 되어 집에 뛰쳐 올라왔다. 죽을 듯한 힘으로 힘껏 두 계단씩 뛰어 오르면서 올라왔다. 급하게 뛰쳐 들어온 나는 “아빠, 어떤 아저씨가 막 나를 보면서 쫓아왔어.” 하면서 아빠와 베란다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 보았다. “저기 분명히 있었는데, 오토바이 타고, 내려서 나한테 왔거든, 나 잡아갈려는 눈빛이었어.” 내 입술은 새파랗게 질리고 파르르 떨리고 눈물은 그렁그렁 하였다. 아빠는 약간 놀란 듯 하지만 이상한 아저씨가 보이지 않으니 그리고 아이가 집에는 왔으니 안심하는 눈치였다.
어릴 때 살던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우리 집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와야 했다. 5층 베렌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엄마가 지키고 있으라는 장바구니는 길바닥 담벼락 아래 그대로 있었다. 나는 저것도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장바구니를 계속 주시했다. 다행히 엄마가 돌아와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올라 오셨다.
엄마는 나에게 장바구니를 지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 하고 잠깐 볼일을 보러 가신 상황이었다. 우리 아파트 골목은 차 한대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아파트 가동 앞 중간쯤 담벼락 앞에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우두커니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로 무섭지도 않았고 엄마를 기다릴 만 하였다.
그때 우리 집 들어가는 입구에 오토바이 한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중국집 배달원의 것이었다. 배달을 마치고 가는가 보다 했는데 오토바이를 돌려 갑자기 멈추더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매서운 눈빛으로. 약간은 웃음을 띤 채. 그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하고 냅다 뛰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도움을 요청할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 배달원은 가던 길 갑자기 멈추고 나를 향해 레이저 눈빛 쏘면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분명히 나의 눈빛을 또렷히 보면서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달렸던 실력으로 전국 달리기 대회가 있었다면 1등이었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 안 잡히려고 집 앞 대문 506호 앞까지 미친 듯이 달려 초인종을 마구 눌러댔다.
다행히 아빠와 오빠가 집에 있어서 문을 빨리 열어주었고 난 사색이 되어 힘들어 죽겠다는 헐떡거림으로 나의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외쳐댄 것이다. 엄마 아빠 오빠 모두 내가 잡혀가진 않고 눈 앞에 있으니 조금 걱정하는 듯 하다가 다들 큰일은 아니라는 듯이 자기 일들을 했다. 난 한참이나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 트라우마를 겪은 이 후로 오토바이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있으면 집으로 못 올라오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그래도 안전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서서 그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 집으로 올라왔다. 5층까지 올라오면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고 문을 열고 나서야 헐떡임을 진정시켰다. 이 무서운 공포를 함께 나눌 이가 없었다. 혼자 감당하며 5층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였다.
이 트라우마가 진정되기 까지는 20대가 돼서 내가 조금 더 힘이 생기고 나서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배달원이랑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도 무섭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 배달원의 눈빛은 아주 또렷히 기억난다. 눈에 살기 돋은 눈빛이 내 머릿속 뇌리에 박혀 있다. 죽기살기로 잘 도망쳐서 5층까지 올라왔다. 안그랬으면 그 배달원과 실랑이 되는 몸싸움이 이어졌을지도 모르고 나에게 헤코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늘 떨리는 마음으로 5층의 계단을 오로고 내린 학창시절의 나의 마음을 보다 듬어 주고 싶다. 많이 무서웠겠다고. 무서움 견디느라 수고 많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