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길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였다. 주변에 커피숍이 없어서 그녀의 집으로 갔다.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그녀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또 시작되었다. 반가웠는데 벌써 지겨워졌다. 이 소리 또 듣고 있어야 하다니. 내가 그녀를 안 본 사이에 그녀와 대화하면 피곤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도 많고 불안도 많고 욕심도 많다. 한결같이 자기 얘기만 쏟아낸다. 그녀를 안지 4년이 되어 가지만 내가 먼저 전화하고 문자 한 적은 5번 이내로 손에 꼽는다. 그녀와 얘기하고 카톡이 오가는 순간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걱정과 불안, 성남, 잘난 척까지 듣고 있어야 하니 연락을 먼저 거의 안하게 된다.
요즘 조용하다 싶었는데 그녀의 재취업 관련된 일로 전화 한번 오더니 취업이 됐는데 자차로 30분 걸리는 거리가 멀다고 투덜거린다. 우선 듣기가 싫었지만 잘 다독이고 행복한 고민인 거라고 위안을 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 거리에서 만난 것이다.
내가 왜 커피 마시자고 했는지 … 나도 참 어이가 없다. 그녀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대한 본인 입으로 얘기하는 잘난 척까지 듣고 있자니 마음 속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까지면 충분히 잘 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저녁 6시쯤 되어 아이들에게 저녁 차려 주라고 하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목도리까지 하며 나갈 채비를 단단히 하였다. 그냥 혼자 조용히 가고 싶었는데 외투를 걸쳐 입고 따라 나오는 그녀. 인제 그만 들어가라고 해도 계속 데려다 준다며 쫑알쫑알 쉬지 않고 얘기하며 따라온다.
그녀에게 심리상담 한번 받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기도 하다. 마음이 좀 아픈 그녀 같다. 누군가 그녀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위안을 주면 괜찮아 지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헤어지고 바로 카톡이 밀려온다. 그녀다. 내가 카톡을 안보니 전화해서 얘기한다. 전화를 끊고 카톡을 또 보낸다. 그렇게 25개 카톡을 보내고 끝을 맺는다. 나는 핸드폰 상단에 뜨는 내용을 대충 보고 카톡의 1이 없어지는 확인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다음날인 지금도 답문을 보내지 않았고 보내지 않을 예정이다. 그냥 삭제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다음날도 꼬박꼬박 답문을 보내주었는데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녀와 얘기하는 동안에는 나의 마음 속에 짙투라는 감정이 올라온다.
그녀는 워킹맘 이고 나는 주부이다. 내가 더 고학력자인데 난 집에 있고 그녀는 결혼하고도 계속 일을 해나가면서 커리어를 쌓고 있다. 그리고 알뜰살뜰한 면도 있어서 돈에 대한 집착도 강하여 뭐 하나라도 이득 보게 한다. 그리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이곳저곳 잘 합격된다. 또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다. 그런 그녀에게 질투가 올라올 때가 많다.
그런 그녀는 은근히 나를 돌려 깐다. 고학력자인데 일안하고 집에서 아이랑 놀러만 다니는 주부들도 있는데 자신은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냐고 얘기한다. 내가 왜 이렇게 찔리지. 내 얘기하는 것 같았다.
거절 잘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퍼붓는 소리들을 4년은 참고 들어왔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10년은 참다가 절교 했을텐데 … 이제는 절교는 안하지만 더 이상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겠다.
질투라는 감정이 더 올라오면 사람과 절교의 상황도 만들어 지고, 적어도 나의 경험에는 몇 번 있다. 그리고 질투의 감정이 들 때 미세한 얼굴 변화도 있다. 질투라는 여자 들이 흔히 하는 감정에 놀아난다. 그리고 약이 오를 때로 오른다. 그러면 내뱉게 되는 말도 있다. “어디 두고 보자. 네가 잘되나 내가 잘되나.”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힘들어 한다. 그러나 그녀가 눈에 보이기에는 더 잘 될 수도 있고 더 잘날 수도 있다. 지금 내 마음 속에 그녀는 잘났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멈추고 내 삶 속으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상황이 있고 내 삶의 속도가 있다. 나의 흥미가 있고 관심사는 따로 있다.
적어도 그녀의 가족보다는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 보인다. 남편과의 관계도 내가 훨씬 더 좋다. 집에서 놀고 아이랑 돈만 쓰러 다니는 주부 같지만 나는 주부인 10년 동안 무언가 꾸준히 계속 해왔다. 우선 마음 공부를 하였다. 그 밑바탕에는 법륜스님의 정토회와 함께였다. 난 이 속에서 봉사도 하고 활동도 하고 법문도 듣고 나누기도 하면서 행복한 삶에 대해 배웠다.
우리 아이는 발달이 느려서 3세부터 여러 치료를 해주러 다녔다. 지금도 치료 3개를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인지 아이에게 나의 일상이 맞춰지고 많은 신경을 썼다. 그림책도 매일 읽어주고 학습도 같이하고 가장 중요한 아이 마음부터 읽어주는 일을 인지하고 신경쓰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원데이 클래스로 다양한 것들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독서도 하고 요즘에 다시 수학과외도 1개 이지만 시작하여 수학책도 다시 보고 있다. 집안도 깨끗이 해두고 남편한테 하루 5통 정도의 전화가 오는데 늘 응원과 위로를 북돋는다.
이렇게 글쓰기도 하고 있고 틈틈히 그림책도 많이 읽는다. 많은 것을 하고 있는 주부이다. 난 이렇게 계속 주부로 살아도 행복한 주부로 살 것이다.
매일매일 카톡으로 좋은 이미지를 보내주는 남편이다. 오늘은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라는 문구의 예쁜 이미지의 카톡이 왔다. 나는 하트 이미지 이모티콘를 보낸다. 이런 카톡을 매일 나와 딸에게 보내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 주말 없이 밤늦게까지 직장이 본인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은 에너지로 온 힘을 다해 일해주고 있는 남편을 응원한다.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만들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 삶으로 다시 집중된다. 이렇게 글쓰기를 하니 나의 생각이 더 정리되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좋다.
나날이 나를 성장시키는 주부로 살 것이다. 이것이 나의 삶의 속도이고 방향이다. 행복한 나를 가꾸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일, 그렇게 되도록 물과 영양분을 잘 주고 햇볕과 바람도 잘 씌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그런 나무와 같이 튼실한 내면을 잘 성장 시켜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