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끝없이 흘러가는 빗물 속에서
아른거리는 기억을 붙잡고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사라지려 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밤이 오면
창을 두드리던 달빛이
작은 위로를 건네주었지만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엔
아물지 않는 상처만이 남았습니다.
이제야 나는 압니다.
모든 고뇌가
마침내 닿은 곳은
어떤 결론도,
어떤 답도 없는
이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에 머물며
아무것도 없는 이 길을
그저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