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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02. 2023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되는'

레이먼드 카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되는'에서 배우는 인간애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1988)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1980년대에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라고 불린다. 미국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자신이 속한 계층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 이전 미국 문학계가 상류층 인생을 묘사한 작품이 주류였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등장으로 미국 문학은 하층민, 블루칼라 계급의 삶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소설집 '대성당'에 들어있는 12편의 단편 중 하나로 원제는 'A Small, good thing'이다. 미국의 중산층 부부 하워드와 앤에게는 8살 생일을 맞는 소코티가 있다. 지금까지는 행복했고,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빵집을 찾아가 아들의 생일케이크를 미리 주문하면서 빵집 주인이 무뚝뚝해서 아들 얘기를 함께 나누지 못해 불편한 정도가 불만인 어머니, 그리고 친구가 가져올 생일선물을 알아보려고 애쓰는 천진한 아이로 이루어진 평화로운 가정이다. 그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행복은 아이의 생일날,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차에 치어 아이가 붕 떴다가 떨어졌는데 아이는 괜찮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고 자동차 운전자는 나와 보지도 않고 그대로 떠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병원을 가지만 혼수상태로 며칠을 보내다가 죽고만다. 의사는 아이가 괜찮다고, 곧 깨어날 거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깨어나지 않는다. 깊은 불안 속에서도 의사의 말에 매달리며 아이를 돌보다 교대로 잠시 쉬러 집에 다녀온 아이의 부모는 집에서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그것은 케이크를 왜 찾아가지 않냐는 빵집 주인의 전화였지만 아버지는 전혀 영문을 몰랐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 듣곤 혼비백산한다.  그러던 중 아이는 의사의 말과 달리 세상을 떠나고, 넋이 나간 채 집에 돌아온 부모는 또 전화가 오자 격분하여 새벽에 빵집으로 달려간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맞은 빵집 주인한테 부모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비난한다. 빵집 주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하고 그들에게 의자를 내민다. 그리고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라며 갓 구운 시나몬 롤 케이크와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며칠 동안 자지도 먹지도 못했던,  부모는 새벽어둠 속의 아늑하고 따뜻한 빵집 안에서 갑자기 허마기를 느끼며 빵집 주인이 내온 이름을 알수 없는 검은 빵을 먹으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첫째는 생일용 케익이다. 이 케익은 죽은 아들 스코티만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딱딱하게 굳어져 먹을 수 없다. 이는 지금의 부부가 겪고 있는 인생의 예기치 못한 불행, 고난, 난관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나몬 롤 케익이다. 빵집 주인이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될거라며 내민 롤케익의 의미는 위로다. 빵집 주인으로 줄 수 있는 것은 빵과 커피 밖에 없었을 것이지만 그 안에는 진정 부부를 위한 위로의 마음이 담겨 있었고 이는 작은 도움이 큰 어려움을 당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느 것으로 해석한다. 셋째, 퍽퍽한 검은 빵이다. 빵집 주인은 퍽퍽하지만 맛깔 난다며 퍽퍽한 빵을 내민다. 부부는 이 빵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었다. 검은 빵은 생일 케익도 화려하지도 않고 시나몬 롤케익처럼 달달하지도 않지만 맛은 있었고 만족을 느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되는 인생의 알수 없는 희로애락의 삶을 상징한다고 본다.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 앞에서도 갓 구운 빵과 커피 같은 별 거 아닌 것에 위로를 받는다. 별 거 아닌 것이었지만 한 사람의 진심어린 미안한 마음과 그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따스한 마음이 스며있기 때문이겠다. 우리 인간은 운명 앞에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우리가 사는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 미미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손길을 내밀고, 서로의 상처를 나눌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들에게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찾으라고  한다.  조금 부족해도 더 부족한 이를 위해, 남에게 좋은 이로 남는다는 것이 어떤 족적을 남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적어도 사랑이 있음을 잊지말고 그 마음을 나누고 실천하며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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