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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26. 2023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까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까페의 노래'에서 보는 사랑의 에피파니

카슨 매컬러스는(Carson McCullers, 1917 ~ 1967)은  23세의 나이에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내용과 완성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지드에게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 중 최고 걸작이라 꼽히는 '슬픈 카페의 노래'는 미국 남부 조지아 주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신체적 혹은 성격적으로 부족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사랑하는 특별하고도 기이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독자로 하여금  탐색하게 한다. 이 작품은 1951년 발표된 이후 많은 미국과 유럽 전체에서 사랑을 받았고 1991년에는 미국에서 영화화 되기도 하였다.


미국 조지아 주의 어느 작고 쓸쓸한 마을에, 아버지의 사료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가 있다. 어밀리어는 사팔뜨기이며 180센티 장신으로 웬만한 남자 이상으로 힘이 세다. 그녀는 모두에게 인색하며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순간은 오로지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 때 뿐이다. 어밀리어를 아는 누구도 그녀가 사랑을 알게 될 줄 몰랐다. 어밀리어는 일생에 단 한 번 괴물 같은 남자 ‘마빈 메이시’와 결혼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결혼 생활은 일주일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그 후 마빈 메이시는 어밀리어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갈며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밀리어는 그녀 앞에 우연히 나타난 꼽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 앞에 그녀는 모든 것을 헌신한다. 어밀리어는 라이먼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좋아하는 라이먼을 위해 카페를 정식으로 열고, 사랑에 빠진 어밀리어와 카페를 중심으로, 생기 없던 마을이 사람다운 냄새를 풍기며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할 것 같았던 그들 앞에 '마빈 메이시'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라이먼은 베일에 싸인 남자 마빈 메이시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마빈 메이시가 라이먼과 자신을 갈라놓을까 두려워진 어밀리어는 마빈 메이시를 경계한다.


어밀리어는 끝없이 사랑을 베풀지만, 라이먼은 배신을 하는데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빈 메이시와 떠난다. 그  둘은 미스 어밀리어의 방에 있는 귀중품 진열장을 열어서 그 안에 있는 것을 몽땅 가져갔다. 피아노를 부수고 카페의 테이블마다 무시무시한 욕을 새겨놓고, 뒤의 뚜껑을 열면 폭포가 그려져 있는 시계도 가져가고, 사탕수수 시럽 한 통을 부엌 바닥에 쏟아붓고 과일 잼이 든 병들을 다 깨뜨렸다. 또한 그들은 증류기를 완전히 박살 내고 새로 산 커다란 응축기와 냉각기를 망가뜨리고 오두막에 불을 질렀다. 라이먼은 어밀리어가 그렇게 싫어하는 전 남편 마빈 메이시에게 홀딱 반해 그와 함께 카페를 초토화 시키고, 떠난 것이다. 그럼에도 어밀리어는 폐허가 된 카페에서 혹시나 하고 라이먼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그가 오지 않자 결국 4년 째 되는 날 카페 건물을 완전히 폐쇄시키고 그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마을은 다시 황량해진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사랑은  어떤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자기 선택이라는 것이다. 즉, 메이시의 어밀리어에 대한 사랑, 어밀리어의 라이먼에 대한 사랑, 라이먼의 메이시에 대한 사랑은 모두 각자의 선택이며, 그 사랑이 남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라도 당사자에게는 둘도 없는 진실한 사랑일 수 있으며 그것은 사랑의 에피파니 때문임을 말해준다.


마빈 메이시는 왜 거구의 사팔뜨기 어밀리어에게 반했으며 어밀리어는 왜 꼽추 라이먼을 그토록 사랑했으며 라이먼은 왜 메이시를 따라갔는가. 어떤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제3자의 시각에서 한 쪽이 손해해보는 것같기도 하고 누군가 억울해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둘도없는 진실한 사랑인가를 섣불리 의심해서는 안된다. 세상의 어떤 사랑도 고귀하지않은 사랑은 없고  외모, 계급, 성격, 그 어떤 악조건도 뛰어 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은 이성으로는 통제 되지 않는 에피파니의 출현이기 때문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에피파니 :  신적, 초자연적인 것의 출현,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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