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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2. 2023

구두쇠 K 이야기

힐링 에세이

회사 후배 중에 짠돌이의 화신이라고 불리우는 후배가있다. 부채가 닳을까봐 부채를 얼굴 앞에 두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는 그 유명한 우리나라의 구두쇠 대표 자린고비와 한 겨울 난로도 때지 않는 영국 대표 스크루지 영감 저리가라다.

이 사람이 얼마나 구두쇠냐하면 신발을 만원짜리 이상 신어 본적이 없단다. 중고사이트에서 사면 오천원짜리도 많다고 하니 그정도 까지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근검절약 측면에서 칭찬할만도 하다.


그는 와이셔츠를 입으면 정확히 5일을 입는다. 그것도 컬러부분을 손수건을 덧대어 목과 닿지 않게 함으로써 목의 때가 셔츠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세탁비도 줄이고 옷도 오래 간다나 뮈라나. 선배들이 옷 좀 갈아입으라고 해도 절대 안갈아입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여자친구가 있을리가 만무하다. 또, 눈은 엄청 높아서 웬만한 여성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반대로 그가 맘에 들어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그를 맘에 들어할리가 없다. 설사 누가 소개를 해주어 만난다 해도 그의 궁상을 어찌 견디어 낼지 싶다. 한 번은 여성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우리의 k가 마음에 쏙 들었나보다. 그 여직원은 집이 지방이어서 사택 생활을 했는데, 우리의 k는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녀가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그녀의 사택으로 꽃바구니를 배달하고 프로포즈를 하였다. 난데없는 꽃바구니에 황당한 여직원은 이를 거절하였으나 배달온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결국 꽃바구니를 받았고 이에 구두쇠 K- 는 더욱 용기를 얻어 그녀의 사택을 찾아가 과감하게 프로포즈를 하였으나 보기좋게 거절당하였다. 다음이 문제다. 우리의 K는 자신의 프로포즈를 받지 않으려면 꽃바구니 값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할데가. 결국 이 일은 여직원이 출근 후 부서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함으로써. 일단락 되었고. 그후 구두쇠 K는 사내에서 유명한 꼴통으로 낙인 찍혔다.

 

그런 구두쇠 K가 얼마 안있다가 결혼을하였다. 부인 될 사람이 누군가 하고 모두 궁금해했지만 평소 온갖 짠돌이의 행태로 대부분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결혼식에 가지 않았는데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가뜩이나 돈에 민감한 사람인  K인지라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일일이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자신의 결혼식에 온 사람 앞에가서는 엄청 큰 소리로


"선배님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축의금을 생각보다 많이 사람에게는


"선배님, 축의금 5만원 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금액까지 부른다


결혼식에 오지도 않고  축의금도 안 낸 사람 에게는


"선배님, 서운합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몰랐습니다."


A4용지에 표를 만들어 결혼식 참가자, 비 참가자 중 축의금 낸 사람, 결혼식에도 참석안하고 축의금도 안 낸 사람을 일일이 체크, 출력하여 인사를 다닌 것이었다.


그때 선배들의 얼굴이란, 빨갛게 물든 홍시랄까. 어느 날 단체 회식 후 선배들이 K를 불러 나이트를 데리고 갔다. 양주에 맥주에 갖은 안주를 시켜먹고,  실컷 놀다가 모두 K만 남기고 모두 도망을 가버렸다. 일명 대포다. 모두 사전에 짜고서공짜만 좋아하는 K를 한 방에 보내버린 것이다.  다음 날 술에 취해서 모두 기억이 안난다고 하니 K의 속이 얼마나 탓을까! 나온 술값만해도 백만원이 넘을 텐데 아마 며칠동안 잠도 못잤을 듯 싶다.


구두쇠 K의 모든 행동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그만큼 돈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고 돈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돈이 있어야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커피도 사먹고 여행도 가고 생활의 대부분이 돈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이 내 것만이 중요할 뿐 나눔에 인색하다면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이다. 구두쇠 K가 그렇듯 자기 것만 챙기고 자기 것만 집착하니 친한 동료도 그를 챙기는 선, 후배도 없다. 돈을 모으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은  밥 한 번 사는 일이 없으니 누가 선 뜻 다가갈 것인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돈 때문에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날때 울음을 터뜨리면서 빈 손을 움켜쥐고 태어난다. 기저귀를 차고서 부모님의 품에서 자라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영역을 누리다가 다시 기저귀를차고 남의 손에 쇠약해진 나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다.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빈 손인 것이다. 물론 살아있는 동안 내게 물질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가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니까.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내가 버는 것 중 아주 조금이라도 물질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물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물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아주 조금만이라도 나눔은 어떨까. 자신이 번돈이기에 자신의 마음대로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빈 손으로 떠나는 인생임에도 힘들게 번 돈이 아까워서 양 손에 꼭 쥐고 "내 돈 내 돈" 하면서 떠나게 되지 않을런지.  비록 그리 풍부하지는 많지만  나누는 마음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 이게 휴머니즘이라면 그리 해야할 것이다. 유래없는 경제불황으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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