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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Feb 26. 2023

발(足)

휴먼 에세이 30

최근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난에 취업을 앞둔 젊은이 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요즘 웬만한 기업에 입사를 하려면 영어 토익 일정 점수 이상은 기본이고 각종 자격증에다 봉사활동 인증서, 해외유학 경험 등  그 사람의 사회적 활동지수와 자격요건을 판단하는 기본 경력인 스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격요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외모 또한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 들이 남녀할 것 없이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고군분투하고있는데 면접에 시험에서 호감을 주는 인상 이라야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할테니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다.


남,녀 불문하고 잘 생겨보이거나 예뻐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으로, 우리는 많은 물질을 얼굴과 몸 등 외모 가꾸기에 투자한다. 우선, 머리에 대한 투자는 펌, 염색, ,두피관리, 탈모관리 등이 있다. 펌이나 염색은 평상 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고 있고 수십 가지의 기법들이 개발되어 원하는 스타일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디음은 얼굴인데 이미 대중화가 된 쌍커풀 수술, 피부의 주름을 없애는 주사 등 미용 요법에, 코를 높이거나 심지어는 원하는 얼굴을 갖기위해  광대뼈나 턱뼈를 깎아내는 갖가지 방법이  동원

되기도 한다.한편,  몸에 대한 투자도 다양하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어 남녀노소 할것없이 걷기, 필라테스, 요가, 자전거타기, 등산, 다이어트 식품 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히 살고싶다는 기본적 욕구에 더하여 자기관리를 위한 투자가 당연시 되고 있다. 또, 손은 어떤가. 핸드크림으로 보습은 물론, 네일아트로 손톱을 예쁘게 꾸며주고 손목에는 시계, 팔찌, 반지 등 엑세서리로 많은 사랑을 쏟고있다.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근다., 울퉁불퉁한 내 발의 모습을 보니 바닥엔 굳은 살이 생기고, 발 뒷굼치는 갈라지고 주인을 잘못 만나서인지 여기저기 다니며 생활의 짐을 지탱하느라 고생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내 몸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머리에는 왁스를 발라 세우고 얼굴에는 스킨, 로션으로 뽀송뽀송한 피부를 유지하려 하고, 추운겨울을 버티기위해  두툼한 패딩으로 몸을 감싸고 하면서 보이지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발,  굳은 살이 배기도록 열심히 뛰어다녔건만 발맛사지 한번 안해준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발은 늘 않보이는 곳에서 얼굴과 손, 몸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든든히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집으로 따지자면 초석같은 존재이다. 갖은 세균과 오염균에 노출되어있는 손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고 손에 못지 않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발냄새 난다", ''더럽게 발 저리 치워라" 등 예로부터 손보다 소홀한 대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보이지않는 또다른 손인 발은 신발과 양말 안의 어둠, 탁한 공기 속에서 하루종일 세상구경을 하지 못해도 불평, 불만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몸의  길잡이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숨은 공로자

이다. 이곳 저곳 내가 가고자하는 곳으로 가게 해주는 것도 발이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뛰어다니는 것도 발이다. 건강하게 움직이는 나의 모든 신체에 감사해야하겠지만 문득 발에 대한 고마움이 절실해지는 순간, 그동안 힘들었을 나의 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따뜻한 물에 담그고 깨끗히 씻은 후 정성들여 로션을 바르고 맛사지를 해준다. 한층 피곤이 풀리고 편안하다.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편애가 아니며, 무엇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고 필요치 않은 것은 없다라는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발이 없어서는 않될 내 신체의 소중한 일부이듯 그냥 지나치거나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임에도 으례 당연히있으려니 하는 내가 숨쉴 때마다 마시는 공기, 그 공기를 제공해주는 푸르른 나무, 가슴까지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이름없는 들꽃까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었던 것들에 대한 감사의 조건들이 넘쳐남에도 모자람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만 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며,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의 진리를 발의 수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 그림 문길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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