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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9. 2023

잡초와 약초 사이

힐링 에세이

회사 정원 화단에 토끼풀이 무성하다. 담벼락 밑으론 강아지 풀이 성성하고 사람다니는 곳에 질경이가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정원관리하시는 분이 아침부터 잔디깎이 기계를 동원해 윙하는 울림으로 풀과 한창 씨름 중이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로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다른 농작물에 방해가 되기에 제거해버려야 하는 쓸데없는 풀이라는 뜻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대표적인 잡초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토끼풀이라고 불리는 클로버가 있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잘 뽑히지 않는 질경이, 길가에 수북히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강아지 풀 등이 있겠다. 혹자는 잡초는 시골 밭이나 한적한 곳에서나 볼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화단의 잔디를 잠식하는 것은 토끼풀이고 길가 가장자리나 보도 블럭의 틈새를 비집고 올라와 납짝 업드려 있는 것이 질경이이며, 공간만 있으면 삐죽 삐죽 고개를 쳐드는 것이 강아지 풀이다. 그들의 생명력은 가히 초인적이라 할만하다. 잘 뽑히지도 않을 뿐더러 뽑아도 뽑아도 또 기어코 또 나온다. 아마 사람들에게 하도 밟혀 잎과 줄기가 남아나지 않으니 땅 속 깊은 곳으로 뿌리를 뻗어 놓음으로 해침을 당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난 그들의 생명력을 존중한다. 도시의 토양이라고 해봐야 시멘트 바닥 밑에 있는 하수도관 공사, 아스팔트 교체, 도시가스 매설 등으로 콘크리이트가 섞이고 사람 들이 배출한 오염 물질로 인해 망가지고 냄새나는 그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해서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경외롭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꽃이나 화초, 나무로 태어났으면 사랑이라도 받으련만 사람들은 눈에 뜨이기만 하면 뽑아버리려고 안달이니 어찌보면 태어나자 마지 해침을 당할 불우한 운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잡초들이 꼭 필요한 약재로 쓰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질경이는 잎과 씨가 모두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잎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를 비롯, 감기, 기관지염, 간염 등의 치료에 효험이 있고 씨는 방광염, 설사, 고혈압 등의 치료약이 된다. 토끼풀은 식물 성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폐결핵, 천식, 황달, 이뇨 등에 효과적이며 지혈, 염증해소, 화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강아지풀은 열을 내리고 붓기를 빠지게하며 눈의 충혈증상을 치료한다고 하니 놀랍지 아니한가. 우리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잡초 들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다 뽑아버린다고 해도 해도 밭이나 화단의 거름으로 쓸 수 있으니 죽어서도 그들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세상 모든 것 들은 주어진 할 일이 있다. 지금 당장 필요 없다고, 보기 흉하다고 또는 깨끗함의 상징이 아니라고 해서 뽑아내기만 할 뿐 사람 들은 잡초의 삶에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니 생존의 집념은 가히  존경받을만 하다. 잡초로 취급받는 풀은 셀 수 없이 많으나 그들 중 상당수가 한방의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즉,  약초가 되느냐 잡초로 뽑히느냐의 기준은 그 쓰임에 있는 것이지 명칭이 잡초라고 해서 그 가치까지 잡초는 아닌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필요한 존재인가가 그를 약초로 쓸지 잡초로 외면당할지가 결정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나쁜 짓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집단에서 잡초로 인식될 것이다. 그것도 도움이 되지않는 잡초이니 다른 이들이 밭을 살리기 위해 얼른 뽑아내려고 할 것이에 잡초이고 아니고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들의 평가와 동의를 필요로 한다. 수십 년을 넘게 일한 직장에서 나는 약초인지 잡초인지 그냥 생명유지를 위해서 살았는지 돌이켜본다. 직장 후배들에게 뒤떨어지면서 존재할 필요가 없는 꼰대가 되기보다는 지금 한창 능력을 발휘할 후배들에게 비옥한 토양의 역할을 하는 거름이라도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약초였던 것은 없다. 잡초로 출발해서 중요한 쓰임의 요소가 발견될 때 약초로 변신하는 것이다. 나는 잡초일까 약초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잡초와 약초의 어중간한 어디쯤 일까. 누군가를 위해 쓰임 받을 요소가 있는지 찾아서 쓰임의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아무리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곳이고 강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경쟁의  정글이라해도 내가 생각하는  세상은 꽃과 잡초로 나누는 세상이 아닌 서로 보듬고 연대하는 공생의 초록 세상이 되어야하기에 나의 역할이 꽃과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풀이든 거름이 되는 잡초든  최선을 다하여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노라고 다짐한다. 화단에 무성한 풀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잡초도 되고 화초도 되듯 사람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잡초가되고 약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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