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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05. 2023

가장 소중한 퍼즐 조각

힐링 에세이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맞추어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게임을 하다 보면 인생은 퍼즐 맞추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관계와 시간의 조각이다. 가족, 연인, 회사, 동료, 학교, 친구 등의 조각을 내 삶의 바탕 위에 수없이 늘어놓고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퍼즐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 음식, 여행, 운동, 게임 등 눈에 보이는 것부터 사랑, 추억, 꿈, 미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복잡할 정도로 많은데 수많은 종류의 조각 들 중 한 개를 잃어버려도 그림은 완성되지 않는다. 또, 잘 못맞추면 맞는 조각을 찾기 위해 엄청 애를 쓰기도 한다. 퍼즐에는 단계가 있다. 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중년, 노년 등 시기별로 퍼즐의 그림 또한 다르고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면 그 다음 단계의 퍼즐이 있다는 거다.


얼마 전 아버지 댁에 갔을 때 아버지께서 아주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을 주셨다. 너무 낡아서 밑쪽에 일정 부분이 저절로 지워진 젊은 시절의 부모님과 아기 때의 내가 함께 있는 빛바랜 가족사진이다. 아주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젊은 시절의 부모님은 어느 누구보다 훈 남 훈 녀의 모습이다.


"나 죽으면 다 태워버려야 하니 가져가"


가슴이 뭉클하다. 카메라도 귀했던 시절, 나의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 당신들의 열매였을까. 없는 돈 있는 돈 다 털어 읍내에 하나 밖에 없는 사진관에서 찍었을 귀한 사진, 반짝반짝 초롱초롱했던 내 눈동자만큼이나 부모님의 마음도 밤하늘 의 별을 딴 기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진을 가져가라고 하셨을까. 돌아가신 분의 유품은 장례 때나 삼우제, 49제 때 모두 태운다고 한다. 생전에 쓰던 물건을 태움으로써 고인이 내세에 가져가서 쓰게 하는 것인데 가장 멋지고 젊은 모습의 아버지, 여성미를 뿜 뿜 뿜어내는 아름다웠던 청춘의 어머니의 모습을 주신 것은 아마 당신들께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날 때 가져가기보단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당신들의 가장 행복했던 때의 모습으로 대신하려고 한 것같다.


우리는 부모님의 타계 후 유품에서 돈이나 돈이 될 만한 것부터 먼저 찾을 것이다. 나머지는 가족이든 유품 정리하는 사람에게 맡겨 정리할 것이고 그냥 그걸로 끝이다. 아마 내가 세상을 떠날 때도 같을 것 같다. 그러면 가장 먼저 찾는 금품에서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이나 사랑을 기억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 어머니와 함께 소풍갔던 사진, 운동회 때 가족이 함께 김밥 먹던 모습, 엄마 얼굴그리기 대회 상장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은 완성이든 미완성이든 삶의 퍼즐 맞추기가 끝난다는 거다. 한 조각 한 조각 정성들여서 맞춰왔던 삶의 조각들은 쉬웠던 것도 있을 것이고 어려웠던 것도 있을 것인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조각하나 쯤은 세상에 남겨 놓는것도 좋지 않을까.


나는 내 아들에게 무엇을 선물로 줄까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취미로 수집한 수석 중 제일 아끼는 것으로 줄까. 아니면 선물 받은 유명한 서예가의 붓글씨 액자를 물려줄까. 잡다한 것은 많은데 적당한 것이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시대는 어쩌면 현금이 가득 들어있는 통장이나 아파트 한 채, 보험 수혜 등을 더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고 아들 녀석도 돈으로 남기는 것을 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부모님께 받은 빛바랜 사진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듯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부모님의 사랑은 삶의 가장 소중한 내 퍼즐 조각이다. 태어나서 삶을 시작한 첫 번째 퍼즐 조각, 부모님의 얼굴도 기억 못했을 한 살의 나이에 내가 부모님의 소중한 자식이었음을 증명하는 신비함이다. 지금은 연로하셔서 쇠약해진 몸과 병마에 시달리는 노인이 되었지만 중년이 된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부모님에게도 멋진 세월의 역사가 있었다. 이제 나도 부모님의 뒤를 서서히 따라가고 있다. 언젠가는 부모님이 내게 주신 빛바랜 사진처럼 나도 세월의 퍼즐 한 조각을 떼어 아들 녀석에게 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내게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 런지 모르지만 한 조각 한 조각 정성들여 남아있는 퍼즐을 맞춰 가련다. 삶은 유한하고 지나온 세월은 총알같이 빠르다.

사진 네이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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