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과 함께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매미의 울음 소리, 나뭇잎 들의 초록 빛 외침이 가득한 여름의 한가운데 서있다. 여름은 뜨거운 청춘과도 같은 계절, 사계절 중에에서도 가장 활동력이 왕성한 시기이다. 여름은 어느 노래 가사에 나오듯 사랑의 계절이기도 하다. 청춘남녀들은 바다로 산으로 들로 캠핑을 가고 여행을 떠난다. 청춘의 뜨거운 열기가 더해진 사랑의 특권으로 가득한 계절, 중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들의 장애물 없는 자유가 부럽기도 하다.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시골마을에서 보내는 것을 좋아 한다. 농촌 출신이기도 하고 아마 번잡함을 뒤로 하고 조용히 쉬고 싶은 곳을 찾다보니 시끌벅적한 곳 보다는 한가로운 목가적 풍경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여름 철의 별미인 민물매운탕과 튀김, 어죽, 도리뱅뱅이는 내가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다. 매운탕은 쏘가리 매운탕이 최고 인데 쏘가리는 어복이 있어야한다. 강원도 영월이나 홍천강, 충청도 금강자락을 다녀야 얼굴을볼 수 있고, 육식을 하는 민물고기의 제왕답게 회로도 즐길 수 있는 최고 고급어종이다. 요즘은 더 많은 시간을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해 가깝고 기동성과 편리성이 좋은 경기권으로 가는 편이다.
민물고기로 할 수 있는 3대 음식인 매운탕, 어탕국수, 도리뱅뱅이 중에 매운탕은 매큼하고 칼칼한 맛이 중요하기에 고추장과 된장의 배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하고 쓰고 너무 안들어가면 얼큰한 맛을 낼 수없다. 또한 민물고기의 특성 상 비린 내가 많이 나기에 비린내잡는 방법이 매운탕맛을 좌우하는 관건인데 비린 내를 잡는데는 밀가루 수제비를 넣는 것이 제일 좋다. 당귀나 산초를 넣어도 되고, 식초 희석시킨 물에 물고기를 넣었다가 끓이는 방법도 있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맛을 향으로 잡는 방법이어서 아무래도 고유의 맛을 살려 먹으려면 수제비가 들어가는것이 매운탕 국물과 어우러져 오묘한 여름 맛을 낸다.
어죽은 최고의 보양식이다. 물고기 배를 따고 내장과 비늘을 싹 정리한 후 끓은 물에 뼈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아 소쿠리나 채에 넣고 밑으로 빠진 살만 가지고 고추장, 된장, 마늘, 파, 고추 등 갖은 양념을 넣고 끓여내어 먹는 일종의 추어탕식인데 고사리나 토란대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 매워서 혀를 날름거리고 땀을 뚝뚝 흘리며 먹는 맛은 더운 여름을 한번에 들이키는 듯 스트레스 해소까지 된다. 특히 불린 쌀이 없을때는 국수를 넣어 어탕국수를 해먹어도 좋다.
다음은 도리뱅뱅이, 너무 크면 뼈가 남아있을 수 있어 작은 것 위주가 좋다. 프라이 팬에 피라미나 모래무지 등을 삥 둘러 원탁회의를 하듯이 둘러 놓고 기름을 치고 지글지글 소리가 나도록 거의 튀김 수줏으로 익힌 후 그 위에 고추장, 된장, 각종 양념 다진 것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매실 효소나 개복숭아 효소를 넣은 양념장을 골고루 뿌리고 솔로 살살 전체적으로 발라서 옷을 입힌 후 다시 한번 튀겨낸다. 프라이 팬에 올릴 때는 부스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밀가루 옷을 살짝 입히는 것도 좋다.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술안주로, 매콤 달콤한 맛은 밥 반찬으로도 손색이없다.
여름을 즐기기에는 내게 이만한 방법이 없다. 20. 30대에는 바닷가로 가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이 많아 시끌벅적 휴가 기분이 나는 장소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사람들이 많지 않은 냇가가 있는 시골마을로 취향이 바뀌었다. 사실, 매운탕이나 어죽, 도리뱅뱅이는 내겐 어린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음식이다. 함께 고기를 잡던 친구 들의 웃음소리, 매운탕을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얼굴 등 고향의 향수를 먹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번 여름 휴가기간 에도 아무 생각없이 산과 냇가와 들에 파묻혀 다른 생각이 침입하지 않는 나만의 세상을 누릴 생각을하니 지금부터 마구 가슴이 설렌다. 나무 꼭대기에서 하루종일 울어대는 매미의 외침마저도 정겨운 곳, 어죽 한 그릇의 포만과 땀을 식혀주는 계곡의 바람이 입에서 아삭 거린다.
쨍쨍 내리쬐던 해가 물러가고 붉은 노을이 발갛게 마을을 물들이는 저녁이 오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평상에 앉아 하얀 연기와 함께 타오르는 매캐한 쑥의 향기를 맡으며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기도하고, 수박이며 참외며 각종 과일의 향긋함에 취하는 여름저녁의 시원함은 고향에서 부모님과 또 친구들과 보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추억으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여름의 밤 시간 또한 빠질 수 없는 묘미 중 하나여서 깜깜한 밤, 보석처럼 쏟아지는 별 들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 그 무엇과도 비길 데 없는 행복을 느낄 때 수풀 속에서는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정겹고, 어둠 속에서는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신선한 바람에 실린 흙냄새가 날아들 때면 일상의 삶에 지쳐 탁할대로 탁해진 가슴이 신선한 여름밤 향기로 정화됨을 느낀다.
땅위에 내려와 꽃이 되고픈 별똥별 하나가 꼬리를 물었다. 슝하는 소리와 궤적을 남기며 땅으로 떨어질때 초록 형광 빛을 깜빡거리며 신비스럽게 빛을 발하는 반닷불의 춤사위가 흥을 더한다. 여름밤만이 줄 수있는 요술같은 선물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그 황홀감은 여름 에만 느낄 수 있는 선물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도 명예도 삶을 마감할 때 다 가져가지 못할 것인데 나는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는 걸까.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한 마음은 어디에 두고 세상을 쫓아가며 채우지 못한 욕심에 늘 아쉬워하고 후회하고 사는건 아닌지, 오늘도 여름 밤의 전령이 찾아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잘 찾아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