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한 젓가락이 가장 맛있다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라면은 한 젓가락이 가장 맛있다

민병식


우리나라 사람 거의 모두가 총애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수십 년 동안 우리 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라면인데 라면은 우선 값이 싸고 가장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출할 때 찾는 최고의 간식이기도 하다. 라면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제2차 대전 패배의 후유증으로 인해 고난기를 겪고 있던 일본이 식량이 부족하던차 미국에서 밀가루를 지원받아 개발한 음식으로 우리나라는 1960년대 전통의 S라면이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첫 시대를 열었고 이후 정부의 혼.분식 소비 권장정책으로 대중화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최고의 사랑받는 식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느 집마다 라면 몆개 씩은 예비로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 들의 라면 사랑은 대단한데 라면의 장점 중 하나가 분말스프가 들어있으므로 반찬이 없어도 된다는데 있다. 계란을 풀거나 김치 등이 있으면 더욱 좋겠으나 여의치 않으면 그냥 끓여 먹어도 좋다. 또 끓여 먹을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간편하게 뜨거운 물을 부어 먹을 수 있는 컵라면도 특유의 맛이 있고, 라면을 부순 후 스프로 간을해서 먹는 생라면도 나쁘지 않다.


출장이 많았던 전 근무지에서는 점심을 혼자 먹는 날이 많았다. 사먹는 음식의 장점은 메뉴를 마음껏 고를 수 있고 여러 곳의 음식점을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으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 거기서 거기인 물림 현상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사람 들이 '집밥, 집밥' 하는듯 한데 여하튼 출장 시간이 빠듯하거나 업무에서 오는 피로에 입맛이 없어 라면을 주로 먹다보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에 서 너번 라면을 먹으니 어느 순간 먹을 때 밀가루 냄새가 났다. 그 좋아하는 라면에서 말이다. 그 이후로 한동안 라면을 멀리했으나 또 일정기간이 지나니 매캐하고 짭조롬한 유혹을 참을 수 없어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만큼 라면은 맛있다.


라면이 특히 맛있을 때는 언제일까. 내가 경험한 맛난 순간 중 하나는 바로 남이 끓인 라면을 한 젓가락 얻어 먹을 때이다. 가족 중 누군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할 때 빼앗아먹는 '한 젓가락 만'의 맛은 이상하리만큼 맛있다. 단, 라면을 끓인 상대에게는 커다란 침범일 수 도 있는데, 한 개를 끓여서 한 젓가락을 빼앗긴다면 라면 한개를 온전히 먹음에서 오는 적당한 만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라면이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생명 줄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 한 끼 먹기도 어려운 어느 전철역 뒷 편 노숙인 텐트촌에서,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되는 쪽방에서 어르신의 라면 한 끼가 나를 슬프게하고 스스로 목숨을 마감한 젊은 청년의 방에서 발견된 온라인 이력서와, 빈 라면 봉지가 나를 슬프게 한다.


냄비에 보글보글 물이 끓을 때 스프를 넣으면 빠알간 국물이 포말을 일으키고 그때 면을 넣고 다시 끓 인 후 집게로 면을 들어 공기를 몇 번 쐬어주어 쫄깃쫄깃함을 배가시킨 다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지 않은 매콤한 맛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단숨에 먹고는 냄비를 들고서 마지막 한 방울의 국물까지 삼킨 후 '아'하고 탄성을 지르면 어느 산해진미 부럽지 않은 최고의 맛을 누린다.


그렇다면 누가 한 입 달라고 했을 때 내 양이 조금 부족해져도 한 젓가락 내어주는 맛은 어떨까. 내게 별 것 아닌 것이라도 타인에게는 고맙고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라면 한 젓가락 내어주듯 누군가를 위해 조금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조금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이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이어져 있지 않은 세상에서 라면 한 젓가락을 내어주는 마음이 혼자 한 개를 다 먹는 것보다 배가 덜 찰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한 사람에게 행복의 조각을 나누어주는 것임엔 틀림없다. 바로 가장 맛있는 나눔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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