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에세이
[에세이] 사랑은
한결
얼마 전 회사 후배가 상담을 요청해왔다. 결혼할 여자가 있는데 그 친구의 성격이 너무 특이하다는 것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신앙도 같지 않으며 부모님도 반대한단다. 내가 볼 때는 그 친구의 사회성도 별로고 일처리능력도 떨어지며 성격도 특이한데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 가뜩이나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한참을 달라서 겉으로 표현은 못하겠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군대도 현역이 아니라서 힘든 것도 모르는 듯하고 좋게 말하면 특이하고 나쁘게 말하면 요즘 군대용어로 관심병사급이다. 그런 친구가 특이하다고 표현하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갈등하면서 내게 상담을 요청했으니 안들어줄 수도 없고 참 곤란하면서도 내키지 않는다.
사랑이란 수만가지의 감정의 혼합이 섞여 있기에 딱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단, 분명한 것은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함을 모르고 멀리 보내고 나서야 후회되는 것이라는 거다. 깨어진 사랑은 자기 합리화를 하게 만들 뿐 상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간직할 수 없게 만든다. 사랑이란 단어를 놓고 보면 너무 거창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창함의 밑바탕이 되는 조각들이 붙어있다.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전해지는 깍지낀 손, 수많은 그리움과 추억의 일상 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삶의 희망을 느끼고 사랑받음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더욱 값있게 생각하게된다. 그러나 사랑이 아무리 좋고 행복해도 누구나에게 예외없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야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의 차이, 성격의 차이, 환경의 다름, 때로는 인종의 차이 등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극복하지 못할 결심이 없거나 중도에 그만둘거라면 시작을 안하니만 못하다.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한한 에너지는 내가 상대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스스로의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한다. 단지 육체적 욕구를 사랑이라고 착각하지는 않는지, 순간적인 판단으로 부분을 전부로 보지는 않는지, 상대의 아픔과 고통까지 함께 질 수 있는지, 이러한 것들은 마음의 다짐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사랑만이 감당할 수 있는 특권이다. 고로 사랑은 상대를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 서로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는상대가 떠나고 나서야 아는 법이다. 사랑의 대상이 사라진 뒤에야 곁에 있었음의 무게를 느끼게 되지만 이미 소중함은 저만치 가버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상담을 요청했으니 탐탁치 않지만 성심을 다해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사랑은 서로를 동의하는 일이기에 그 어떤 불안, 상처까지도 함께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환경이든 상황이든 참고 이겨내며 서로 곁에서 지켜주는 것, 그 안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함께가는 일이다. 이게 아니라면 사랑은 어렵다. 어렵다고 포기하고 벽이 있다고 주저앉고 미리 겁부터 낸다면 이미 잴꺼 다 재고 도피처를 만들고 시작하는 거니까 그런 사랑은 하지 않는게 나으며 어쩌면 사랑이 아닌 일순간의 감정일수도 있고,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음이니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라고 말이다. 좀 아파도 좀 불안해도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손을 내밀어도 된다.
사랑은 목적이 없다. 그냥 사랑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다. 오늘의 내 말을 알아듣든 아니 알아듣든 그건 후배의 몫이다. 나도 후배의 입장이라면 고민할게 뻔한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겠나. 그것도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