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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교환의 법칙

휴식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등가교환의 법칙

한결


이른 아침이다. 비가 올까 하늘을 올려다 보았더니 회색빛 먹구름이 흐른다. 마치 속이 보이지 않는 정지해있는 강물의 밑은 소용돌이가 휘감고 유속이 엄청 빠른 것처럼 가까이가서 보면 속도가 엄청날 것이다. 구름 흘러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네 세상사는 모습같다. 하루를 멀리서보면 각자 자신의 할 일을 찾아 아침에 집을 떠나 저녁에 돌아오지만 그 시간 안에는 변화 무쌍한 움직임 들이 가득하다. 빗방울이 한 두방울 떨어지고 그치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더니 이내 우산을 펼쳐야할만큼 내리기 시작한다. 비둘기 한 마리가 비를 피해 버스정류장 처마 밑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먹이도 없을텐데 비오는 날 참 고생이 많다. 비둘기는 어쩌면 집안의 가장일지도 모른다. 젖은 날개른 부르르 털어내여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먹이를 찾는다. 젖은 비둘기가 처량해보인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비둘기는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새끼를 먹여 살리려는 부모의 마음이라면 오히려 기특하고 대견스러워 진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살아간다는 것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서있는 것과 같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자연의 변화처럼 오르내림이 일정치 않으나 결국 비가오면 비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내리는 대로 내가 맞추어 갈 수밖에 없다. 어떨 때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수해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걸 참고 이겨내야만 맑은 하늘과 태양을 맞이하게된다. 사람 사이, 가정, 회사 등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다. 거의 모든 문제가 관계에서 파생하고 일어나는데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율하느냐에 따라서 행불행이 결정된다. 이를 난 인간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에 만족하고 순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처한 환경에 불만만 갖는다면 불행해진다.


나는 비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싫다고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니 받아들이고 준비해야한다. 삶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주어야한다. 세상에서 자리를 잡고 어른이 되면 청춘을 내주어야하고 이제 좀 먹고 살만한 중년이 되면 예전같지 않은 건강과 사랑하는 부모님을 돌려주어야한다. 삶의 등가교환이다. 살면서 보니 선조들이나 옛 어르신 들이 하신 말씀을 하나 하나 깨닫게 된다. 왜 그런 말들이 나왔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자신의 욕구에만 등가교환을 적용시키는것은 아닐까. 누가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면 나도 그에 준하게 살아야하고 누가 외제차를 사면 나도 사야하는 것에서부터 누구의 자식이 의사가 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따라가게 해야하는 것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으나 지나친 욕심일수도 있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전쟁, 지구 환경 파괴, 각종 범죄 등 악함이 지배하는 세상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고 퍼진다. 책을 많이 읽으면 뭐할 것이며 인문학을 한다고 글을 쓰면 뭐할것인가. 자기 생각은 다 옳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며 배움을 실천하지 않는 한 한낱 위선일 뿐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들이다. 결국 소멸되어 사라질 운명 앞에서 테레사 수녀같은 성인이나 이순신 장군같은 위인은 못되더라도 선의 등가교환과 선순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하지 않을까. 우리 마음의 상처는 거의 모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으로부더 나오고 나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예전에 동네에서 지갑을 주운 적이 있었다. 신분증과 지폐가 들어있었는데 신속히 지구대에 신고를 했다. 다음 날 잃어버린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보상을 하고 싶다고 하여 거절하고 나중에 혹시 지갑을 주우면 바로 신고해주시면 된다고 한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출근하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전화를 했더니 누군가 주워서 갖고 있었고 그것도 회사 길건너 편의점 앞이었다. 휴대폰을 돌려받으며 고맙다고 사례를 하려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한다. 삶이 등가교환이었으면 한다. 사랑과 용서, 배려와 감사의 등가교환, 내리는 비에, 오염된 내 마음부터 씻겨 나갔으면 하고 생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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