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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톤 와일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의 삶과 죽음

문학 칼럼 13

by 한결

[문학칼럼] 손톤 와일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의 삶과 죽음

한결


1998년 모던 라이브러리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이며 2005년 타임지가 1923-2005 중 최고의 영미소설 100권에 선정한, 손톤 와일더(1897-1975)에게 1928 첫 번째 퓨울리처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는 재난 소설의 효시라고도 평가를 받는다.


1714년 7월20일 이 소설은 시작된다. 사건은 페루의 리마, 산 루이스 레이라는 다리를 건너다 5명이 죽는다.


"우리은 우연히 태어나 우연히 죽는걸까, 정해진 섭리에 의해 태어나 정해진 섭리에 따라 죽는걸까?"


이러한 의문점을 가지고 수도사는 죽은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다.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과 페피타의 죽음


못생기고 말더듬이였던 후작 부인은 포목상의 딸로 태어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몰락한 귀족 집안의남자와 결혼했지만 여전히 혼자였다. 딸이 태어났고, 딸은 아버지를 닮아 아름답고 지적이었다. 후작 부인은 딸을 강박적으로 사랑했보 그녀의 딸 클라라는 엄마의 편집증적 집착에 지쳐 청혼자 중 가장 먼 곳에서 온 스페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집을 떠난다. 엄마로부터의 도피다. 임신한 딸을 보러간 후작 부인은 상실감을 덜기 위해 딸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는 자신을 위한 위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다짐하며 돌아오는 길에 하녀 페피타와 함께 다리에서 사고를 당한다.


에스테반의 죽음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쌍둥이 형제 마누엘과 에스테반, 끈끈했던 둘 사이는 마누엘이 연극배우 카밀라 페리콜을 흠모하면서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카밀라가 총독에게 보낼 편지를 마누엘이 대필하면서 가까워지는 듯 하지만, 카밀라는 마누엘을 편지쓰기에 이용할 뿐이다. 카밀라는 총독을 유혹하고 총독과 잠자리를 가져 아이를 낳는다. 마누엘은 낙담하고 쇠에 부딪쳐 다친 무릎이 덧나 결국 죽음에 이르고 삶의 의지를 잃은 에스테반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항해를 권유하는 알바라도 선장의 설득으로 포기한다. 출항 전, 쌍둥이 형제를 키워준 수녀원 원장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다리를 건너던 에스테반은 다리와 함께 추락한다.​


피오 아저씨와 돈 하이메


나머지 두 사람은 카밀라는 발굴해 배우로 성공시킨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의 아들 돈 하이메다. 피오 아저씨는 카밀라 페리콜의 모든 것을 도와주고 관리하는 매니저였다. 글을 모르는 카밀라의 대본 읽기, 쓰기, 노래, 심지어 가정부 역할까지, 그러나 총독의 정부가 된 카밀라는 배우가 필요 없어졌고 피오가 천연두에 걸려 얼굴이 흉측해진 후 더욱 그를 멀리한다. 피오는 카밀라의 아들 돈 하이메를 교육하여 성공시키겠다고 카밀라의 허락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려고 했으나 리마의 다리를 건너다가 함께 죽는다.


특이한 점은 죽은 5명이 수도원이나 가족관계 등을 통해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운명은 다리처럼 연결되어있다. 다리가 의미하는 상징은 여러 가지가 있게지만 나는 삶과 죽음의 사이로 인식했다. 누구나 이 두 세계를 오다가다 죽는 것이다.

손톤 와일더는 우연히 같은 장소인 다리를 건너다가 죽은 사람 들의 삶을 추적함으로써 사람 들의 삶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있는지, 인간의 죽음이 신의 섭리인지 정해진 운명인지 심층적으로 탐색하려 한다.


죽은 다섯 사람은 다리를 건너기 전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 못했고, 다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다리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그저 그 시간에 거기를 지나갔을 뿐이다. 단 몇 분, 몇 초의 차이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들 삶의 모습은 한치 앞을 모른다. 우리네 삶도 그들과 같지 아니한가. 인생의 마지막은 결국 죽음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 잊혀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몇 대 조상이 누구인지 기억하고 그리워하지 않듯이 말이다.


결국 지금의 사랑이 중요하다는데 결론이 도달한다.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의 관계, 현재 내가 맺고 있는 인연, 내가 살고있는 세상아닌가. 바로 지금을 사랑하라. 대상이 자신이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누구든 지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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