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에세이
[에세이] 매미와 인간
한결
회사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잠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매미의 울음이 거세게 들린다. 그동안 전례없는 무더위에 매미도 지쳤는지 울음 소리까지도 후덥지근하고 힘이 없었는데 뜨거운 기운이 조금 누그러진듯하니 갑자기 세차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자신의 생이 짧다는 것을 아는지 악을 쓰는 듯한데 올 여름 들어 그 소리가 제일 짱짱한듯하다. 어디 있나 나무근처로 가서 찾아보아도 잘도 숨어있다. 우는 매미는 수컷일텐제 짝을 찾는 간절함을 호소하는 그 의기가 대단하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저 녀석이 짝을 찾을 수 있으려나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암컷을 만나면 어찌할까하는 궁금증과 꼭 어울리는 짝을 찾길 응원해 주었다.
매미는 나무의 껍질이나 뿌리에 산란된 알이 몇 주에 걸쳐 부화하면 땅 속에서 몇 년을 애벌레로 살아야 성충이 된다. 어떤 녀석들은 십년을 넘도록 지하의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그 후에야 겨우 탈각을 하고 나무를 오르고 올라 날개를 펴고 진정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 고통을 겪음에도 녀석의 생애는 굵고도 짧다. 열흘 남짓 주어진 시간 동안 짝을 찾으려면 하루 종일 울면서 자신을 뽐내야할 것인데 그래도 암컷이 올까 말까다. 매미가 죽기 전 마음에드는 짝을 만난다면 마음이 어떨까.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참아내고 버티었는데도 혹시 짝을 못찾고 바닥에 떨어진다면 한이나 맺히지는 안을런지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매미가 땅 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동안 나무 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천적을 피해 어떻게든 숨어있다가 조용히 땅 위로 올라와 나무줄기를 타고 적당한 지점에서 허물을 벗고 성충으로 태어난다. 바로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최적의 시기에 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토록 처연한 것은
시끄러운 차소리, 살들이 뿜어내는 공해, 사람들의 떠드는 말소리,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안되는 곳에서 자신이 끝까지 살아남았음을 알리고 강한 유전자를 보유한 최후의 승자라는 비장한 외침이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도 매미의 삶과 비슷하다 는 생각이
든다. 각박한 세상에서 주변이 모두 경쟁자이고 실력을 갖추고 상대를 뛰어넘지 못하면 도태되어야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의 세상 속에 던져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많은 재주를 갖기위해 갖가지 학원으로 내몰리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을 외치던 개천에서 용이나는 시대는 지나갔고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치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약자를 보호하는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모습은 이미 다치고 깨졌다. 오히려 경쟁의 심화와 함께 욕심이 이성을 지배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해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하거나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몰지각함은 사회지도층도 무관치 않다. 이는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생물의 피를 빨아 살아가는 모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소멸은 아이를 기우기 어렵고 집을 사기 어렵고 여성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고 별의별 이유가 가득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일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강퍅하고 무서운 것은 아닐까. 인간의 천적이 인간이 되어버린 세상, 매미의 울음 소리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 한낱 곤충의 울음 소리지만 그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남이야 어찌 되든 말듯 자기 것만 죽어라 바라보는 욕심, 아름다운 사랑조차도 재물로 삼는 인간의 끝없는 이기보다 짝을 찾기 위해 줄기차게 외치는 매미의 한결같은 솔직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