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에세이
[에세이] 집
한결
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들어서면 캐리어를 딱 내려 놓으면서 하는 말이 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아이고 이제 다왔네. 집이 최고다.'
이는 여행의 끝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그동안 낮선 곳에서의 긴장을 풀고 마음이 이완되었음을 알리는 안도감의 표현이다.
인류는 석기시대부터 주거지를 만들어 살아왔다. 자연재해나 동물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했고 깜깜한 밤, 추운 ㄴ날씨, 몸을 누일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동굴로부터 시작해 움집까지 그리고 지금의 현대식 주거시설까지 거듭 발전해온 집은 의, 식과 더불어 오늘날 인간 생활의 3대 기본요소중 하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거주의 의미를 넘어 가족, 친족의 대화 장소부터 서재, 취미 공간, 때론 음식점, 쉼터의 역할까지 다양하다. 특히 올해처럼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여름철에 집의 중요성은 극대화된다. 가장 편한 복장으로 시원한 에어컨 아래 수박을 썰어 한 입 크게 물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바로 내 집이다.
어제 저녁엔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허기진 참에 마땅히 저녁 거리가 없어 옛날 치킨에 콜라로 저녁을 해결했다. 콜라를 마시면 운동 헛한거라는데 땡길 때는 먹어줘야한다. 노랗게 잘 익은 통닭을 보니 침이 고이고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에 짭잘한 고소함의 풍미가 가득, 얼음 컵에 콜라를 부어 마시니 부러울 것이 없다. 역시 집이 최고다. 왜 사람 들이 집밥을 외칠까. 지금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윤기가 좌르르한 밥도 없고 구수한 된장찌개도 없지만 집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의 흐름, 가장 편한 복장으로 누구 눈치 볼 것없는 행동의 자유스러움, 통닭을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데 어젠 꿀떡 잘도 넘어가더니 속도 편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차려먹어도 좋지만 집에서 먹으니 치킨도 집밥이 된다.
젊어서 전세살이 하면서 내 집 마련 때까지 몇 번을 이사 다녔는데 거주지 개념이었지 내 집이라는 생각이들지 않아 집에 대한 애정이 지금에 미치지 못했다. 처음 마련한 내 집을 발판 삼아 지금의 집에 이르기까지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자 무한 애정을 갖게 되었는데 이건 내 집과 남의 집, 집과 여타의 다른 장소의 엄연한 차이에서 온다. 빌라나 아파트 처럼 외관이나 내부의 구조는 비슷해도 집 안에 어떤 것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집은 개성을 갖게 되는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서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다. 거실에 그림을 걸어놓는가 하면 대형 책꽃이를 배치하고 마치 서재처럼 만들어 놓기도 하고 장식장에 술이나 도자기를 넣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거추장스러운것이 싫다고 넓고 단순한 거실을 선호하고 벽지나 페인트도 자신 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치장한다.
사람은 집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러므로 집에 들어가면 스스로 친근해지고 안정감을 찾는것이다. 침략자나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위한 선사시대의 집이나 총성없는 전쟁터인 세상에서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나를 위로하고 따뜻함을 주는 지금의 집, 집은 크든 작든 움집이든 아파트든 간에 크기가 좌우하는 것이 아닌 온기가 좌우하는 공간이다. 반가이 맞이하고 나의 수고를 보듬어주는 곳, 매일 같은 길을 따라 나오고 들어가는 집, 정겹고 포근한 길을 통과해 집에 들어가기 전 높고 우뚝 선 아파트 사이로 하늘을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은 아니지만 가장 편안한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