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에세이
[에세이] 특급전사
한결
회사에 공익근무요원 두 명이 새롭게 배치되었다. 인사를 왔는데 키도 훤칠하니 잘생기고 튼튼해보이는데 요즘 젊은이 답게 귀걸이에 반바지에 아주 멋지다. 겉은 저리 멀쩡한데 공익 판정 사유를 들어보니 두 명 모두 운동하다가 다쳤단다. 요즘 병역자원이 모자라 경계근무도 cctv로 돌리고 자주포를 운용할 병력이 없어서 놀린다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역시 군대란 힘없고 빽없는 애들만 가는게 아닐까. 괜히 현역으로가서 고생하고 있는 아들에게 못난 아버지가 된 것만 같아 자괴감이 든다.
앗! 아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 특급전사가 되었단다. 나때는없었던 특급전사, 무엇인가 찾아봤더니 기준이 꽤나 빡빡하다. 체력, 사격, 정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3k 달리기는 12분 30초 이내 완주해야하고 팔굽혀펴기는 2분 72회 이상, 윗몸일으키기는 2분 86회 이상을 해야한다. 이외에도 K2 소총 기준 20발 중 18발 이상을 명중해야하고 정신력, 응급구조 등 여러 과목을 통과해야한다. 특급전사 자격 획득에 대한 댓가로 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으며, 조기진급 기회 제공이 된다. 별 것아닌듯해도 내심 뿌듯하다. 입대한 지 딱 6개월 됐는데 특급전사라니 포상휴가를 언제 나올까 행복한 고민중이겠다.
얼마전 체력 테스트에 통과를 하지 못하면 진급이 안된다고 하는 진급누락제도가 발표되어 군대에 보낸것도 억울한데 취사병처럼 체력 훈련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과체중, 또는 신체검사 3급으로 현역판정을 받아 입대한 병사, 전방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병는 출발부터 공평하지 않다며 부모님중 한분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것을 계기로 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백지화된 적이 있었다. 나 또한 아들녀석이 군에 가면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 폐급이나 면해야할텐데 걱정되어 헬스장 다니면서 체력 운동을 하라고 권해 입대 전 헬스장도 다녔고 꾸준히 운동을 했던 덕분에 기초체력을 다지고 입대시켰지만 사격까지도 통과하다니 대단 하다. 군복 가슴에 그리고 어깨밑에 특급전사 패치를 붙였다. 한층 폼이 나는 것이 씩씩이 일병이다.
군대는 단체생활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인내하고 참는 생활이 대부분이다. 운동신경이 느리거나 단체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정도라고해서 다 폐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다. 폐급은 업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선임들도 처음엔 어떻게든 고쳐 쓰려고 하지만 나중엔 그냥 포기하게 된다. 이럴때 왕따가 생기고 나아가 가혹행위까지 일어난다. 그렇다면 폐급 전사는 군대에만 있을까. 회사든 공직사회든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자신의 할 일도 남이 해야되는 지경에 이르는 업무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군대는 의무여서 어쩔 수 없다고 쳐도 회사의 폐급은 처치 당장 처치곤란이다. 남들은 모두 돈을 지불하고 기차를 타는데 무임승차를 하고 오히려 돈을 받아가는 격이다. 면접위원이 뭘 보고 뽑았을까 하고 한숨이 나오는 직원 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러니 한것은 스스로가 자신이 폐급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거다.
아들의 부대에는 이발병도 있고 예초병, 상담병 등 여러가지 스스로 자원해서 하는 것들이 있는데 아들은 체력단련실 관리병이다. 일과시간이 끝난 후 낙이라곤 운동이 전부라는데 운동기구들이 전부 녹이 슬 정도로 낡았던 모양이다. 어느날 당근마켓에 운동기구가 싸게 올라와서 봤더니 중고등학교때 다니던 우리동네 권투 도장이었단다. 운동을 좋아하는 동기끼리 돈을 모아 사려고 전화를 했더니 군인인것을 알고 관장이 기증을 하겠다고 했단다. 상부에 보고를 했더니 트럭과 인력을 배치해 주겠다고 하여 가지러 온단다. 우연같은 인연이 있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를 일이다. 값이 얼마냐를 떠나서 그래도 이렇게 예산이 부족해서 사지 못했던 것을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고 선뜻 기증해주는 분이 있어 감사할 따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아들이 군 입대후 지금까지는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식을 군에 보낸 모든 부모의 마음이 둥지를 떠난 아기 새를 생각하듯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을텐데 모든 군인 아들들이 전역 때까지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원한다. 군대 가있는 우리 아들들, 소중한 청춘의 시간을 나라에 헌신하는 아들들은 모두 특급전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