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에세이
[에세이] 눈물
한결
오늘은 아들과 저녁에 대화를 거의 못했다. 소대에 신병 2명이 들어와 후임들 챙기느라고 바쁘단다. 3개월 동기제라더니 바로 맞후임이니 아들과 아들 동기들이 챙겨야한단다. 벌써 후임들도 많이 늘어나고 해서 고참은 아니지만 제법 중참쯤은 되어가나보다. 후임들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다 착하고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긴하다.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할 때부터 했던 수많은 걱정들, 아프진 않은지, 다친 곳은 없는지, 적응은 잘하는지, 집가고 싶다고 울지는 않는지, 입대하던날 울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가 부모곁을 떠나 운동장에 도열할 때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훈련소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눈물에 가려보이지 않는다. 주변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나타내는 눈물 방울 들이 입영심사대의 바닥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아들 입영을 마치고 돌아와 회사에서 아들 훈련소 입소이야길 했더니 어떤 직원이 혹시 울지않았냐고 물어보길래 울었다고 했다. 그게 소문이 나서 내 또래 여직원이 자기 아들 군대갈 때 난 여자인데도 안울었는데 남자가 왜 우냐고 웃는다. 그 말을 듣고 아들 군대갈 때 우는게 남자답지 못하면 울지 않은 여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가라고 대답해주었다. 눈물은 주로 슬플 때 나온다. 눈물은 부교감을 거쳐 눈물샘을 자극하면 나오는 분비물인데 사람은 3초마다 눈을 깜빡거려 눈물로 안구를 적셔준다고 한다. 그러니 눈물이 안나오는 사람들, 즉 안구건조증은 인공 눈물을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동물도 눈물을 흘린다.어미개가 새끼를 많이 낳았을 때 다 키울 수가 없으므로 다른 집에 입양을 보낸다. 자신의 품을 떠나 떠나는 새끼를 보고 어미개는 눈물을 흘리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또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슬픔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눈물을 약한 사람의 것이라고 단정짓는 잘못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뜻이며 눈물은 약해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 표현이다.
아들에게 톡을 보냈다.
"아들, 장성 공병학교 후반기 교육 끝나고 자대는 잘갔는지, 소대 분위기는 어떤지 좋은 선임 만나야하는데 하고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언제 전화오나 전화기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게 생각난다. 그거 생각하면 이제 들어온 신병들 부모님이 얼마나 자식들이 궁금하고 걱정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귀찮더라도 따뜻하게 맞아주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눈물은 때론 사랑이기도 하고 그리움 이기도 하며 걱정이기도하고 때론 기쁨이기도 하다. 또 한참 울고나면 오히려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 카타르시스의 샘물이다. 약해서 우는게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위로하고, 때로는 자신을 표현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점점 눈물을 잃어가고 있다. 약해보인다고,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눈물은 약한자와 패자의 전유물이며 눈물없는 강자의 가면을 쓰고 살게 강요받는다. 용기있는 사람이 눈물도 흘린다. 부끄러워하며 억제할 것은 비 도덕의 산물들인 이기와 시기, 뻔뻔함과 비양심이지 눈물이 아니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눈물,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흘리는 눈물, 스스로를 참회하는 반성의 눈물은 실존이자 용기이며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눈물-로이 리히텐 슈타인(맨 위 배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