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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행복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발걸음

한결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외출을 시키려 길을 나서는데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지난 2-3주간 회사업무로 바쁘기도 했거니와 여름 더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왠만해선 지치지 않던 체력이었는데 세월은 속일 수 없는지 회사에서도 일하다가도 불쑥 짜증이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갈 때, 퇴근 후 헬스클럽에서 걷기를 할 때 첫발을 떼어보면 몸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데 발걸음이 가벼운 날은 하루 종일 바빠도 피곤하지 않지만 발걸음이 무거운 날은 집중도 되지 않고 예민해진다.

점심으로 먹은 짜장면 곱배기가 내려가질 않는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점심으로 짜장변 곱배기를 시켜 놓으셨다. 할 수 없다. 먹는 수밖에. 다 먹을 때까지 계속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실 것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난 아직 어린아이다. 남기면 오히려 더 피곤해진다. 계속 먹으라고 재촉하는 통에 안먹을 수도 없고 남기면 음식남기는거 아니라고 타박하고 일단, 젓가락을 가져다 댄다. 근데 한 입 먹으니 입에 달다. 자제를 했어야하는데 또 발동이 걸렸다. 먹다보니 배가 부름에도 들어간다. 그 결과 소화불량으로 하루종일 고생을 했다. 어렸을 때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귀하디 귀한 로망의 음식이었는데 이젠 기피 1순위 밀가루 음식이 된듯하다. 아마 당분간은 짜장면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잠시 산책을 한다. 도중에 소화제와 소화음료를 사먹었는데도 짜장면은 내 뱃 속에서 몸집 불리기를 하는지 배는 빵빵하고 허덕거리며 걷는 발걸음은 무겁다. 이렇게 먹어서는 안되는데 젊은 시절 돌도 소화시키던 그 때의 내가 아닌데 음식을 적절한 양으로, 소화가 잘되는 채식이나 건강식 위주로 먹어야겠음을 느낀다. 늘상 알면서도 지나쳐버리는건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내 잘못이다. 과식은 소화불량을 낳고 소화불량은 헛배부름을 낳으며 헛배부름은 거친호흡과 허덕거리는 발걸음을 낳는다.

한참 후 속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예전에 아들과 함께 낚시하러 갈 때가 생각난다. 현충일 연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소 두시간 거리가 차가 밀려 6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결국 제대로 낚시도 못하고 저녁만 먹고 자고 왔는데 그날 이후로 왠만해서는 연휴에 여행은 피하려고 하는데 또 움직이게 된다. 짜장면 곱배기도 꼭 이 짝이다. 소화 안되는 음식을 피해야함을 알면서도 입에 달면 삼키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 결국 과한 식욕도 욕심 일진대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니 불상사가 일어난다.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다. 한 번은 통닭 한 마리를 다먹고 또 두마리 째 손을 댄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삼겹살을 과하게 먹어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엎지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후회를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중이 늘어 바지 사이즈가 점점 커진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 찐 것같다고 요즘 잘지내는 듯 하다고 하는 소리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 관리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동이나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마도 식습관이 문제인 듯 하다. 정신좀차려야겠다.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중년의 아저씨가 지금의 나 아닌가. 다시 목표설정,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터,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정신 좀 차리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자세다. 무거워진 나의 발걸음을 '룰루랄라' 다시금 가볍게 해보자고 꾸욱 다짐하는 날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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