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짜

행복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공짜

한결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양잿물은 서양 잿물로 나무를 태운 재에 물을 부어 만든 우리나라의 전통 잿물과는 달리 수산화나트륨이 주성분으로 먹으면 죽음까지도 불러올 수있는 인체에 극히 위험한 성분이다. 그렇게 위험한 양잿물도 공짜라면 먹는다니 이건 공짜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욕심이 하늘을 찌를 일이다. 세상에 공짜를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공짜가 아무런 댓가 없는 순수한 공짜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예전에 직원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해야 될 때가 있었는데 사택에 사는 저녁식사 후 어느 한 상사가 매일같이 밑반찬을 달라고 하여 싸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밑반찬은 매일 바뀌는 것이었고 직원 들이 각자 식대를 내고 먹는 것인데 그는 그걸로 저녁반찬으로 먹는다고 했다. 지금은 퇴직을 했지만 알뜰하다고 해야되나 징그럽다고 해야되나 진짜 두 손 두발 다들 정도였다. 직원들은 엄청 부자 되겠다고 뒤에서 수근거리기만 했지 대놓고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직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공짜 하니 예전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가 떠오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몇 차례 나눠준 적이 있었다. 입에 단게 들어올 때는 좋은데 그건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바로 국가 부채를 늘려 놓은 부작용을 낳는데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온전한 빚으로 남는다. 불우하고 힘든 더 어려운 사람 위주로 도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에 더해 언젠가부터 주로 청년실업이 증가함에 따라 실직 후 구직기간동안 구직활동비 명목으로 실업수당을 주는데 이게 면접을 본다거나 구직활동을 한다는 근거서류를 내면 공짜로 일정기간 실업 수당을 타먹는다. 실업수당을 타는 이는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일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변의 후배들도 그런 사람 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왜 취업을 안하냐고 했더니 실업수당을 다 타먹고 그때가서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실업수당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대상을 구분하여 적절하게 지급되어야한다. 일하려는 의지를 공짜 뒤에 숨기고 쉬는 것은 세금 도적질이다.


여기서 예전에 두 방송인의 연설 내용을 한 번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찾지 못한 취준생이 주변에서 취업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다고 말하자 그는 관객들을 향해 뭘 해야 할지 모르면 안 되냐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면 사람이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냐고 물으며 객석에 앉아 있는 취준생을 손으로 가리킨 뒤 그렇게 있으면 된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무 살 되면 재깍재깍 취직 잘 되는 사회를 만들어 놓든가라고 사회를 비판했다. 반면, 농구선수 출신 모 방송인은 자신이 농구 시합 한 번을 뛰면 3킬로그램이 빠지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때까지 뛰는데 좋아하는일이고 잘하는 일이지만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늘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으며 좋아하는 만큼 더 열심히 스스로에게 냉정해지고, 인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는 위로에 중점을 둔듯 하고 후자는 현실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그리 본다면 두 사람의 말이 모두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세상은 냉정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댓가가 돌아올까. 나만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곳에 이력서를 내봤으나 번번히 미끄러졌고 각종 시험도 다 떨어졌으며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취업 재수까지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넌 무얼 해먹고 살거냐고 수도 없이 물으머 잉여인간이라는 자책을 하며 살았다. 겨우 단 한 개의 시험에 합격, 이것이 적성이든 아니든 무조건 들어가야했으며 들어가보니 운좋게도 적성에 맞았다.


어렵게 시험봐서 들어간 직장에서 계약직인 누군가 정규직을 원한다. 왜 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을 두냐는거다. 그건 공짜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지 모두가 똑같은 것을 취하라는 평등은 아니다. 그럼 같이 들어간 회사 동기가 먼저 승진하면 승진 못한 사람은 차별당하는 것인가.


돼지갈비를 먹으면 냉면은 공짜라는 고깃집 현수막을 종종 본다. 그런데 냉면만 따로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 돼지갈비를 먹어야한다. 이는 돼지갈비 값에 냉면값이 포함되어 있거나 가격이 저렴한데도 냉면이 공짜라면면 고기와 냉면의 품질이 낮은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철저한 give and take의 철칙으로 돌아간다. 무엇이든지 고통없이 얻는 열매는 없고 뼈를 깎는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댓가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고 산다.

사진 전체 네이버


keyword
금요일 연재
한결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구독자 4,175
이전 11화풍경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