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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지 Jul 23. 2023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나를 모를 때


  세 번째 주인공은 적성에 맞는 활동을 찾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한 ‘예원(별칭)’이다. 예원이는 처음에 “대외활동을 해야 하는데 진입장벽이 너무 커서 시작하기가 힘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얘기를 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활동을 찾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물었다. “대외활동을 왜 해야 하는데?”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나는 수많은 길 중에 왜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이유는 빨리 취업해서 안정을 취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많은 궁금증이 생겼지만, 질문을 뒤로 한 채 활동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 활동 되돌아 보기

  예원이가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 중 하나는 학생회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해오던 일이라서, 스펙이 될 것 같아서, 무난해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행사 기획을 하고 이것이 성사되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예원이가 ‘기획력과 추진력, 대처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과외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하게 되었는데 직접 진도표를 만들고, 기획, 학습지 제작 등을 한다고 했다. 여기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마지막은 하나의 프로젝트였는데 커뮤니케이션(인터뷰) 보다는 앱을 제작하고 사람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한다. 과거 활동을 되돌아 보면서 예원이의 관심 키워드는 ‘계획, 기획, 제작, 교육, 발표, 인정, 대처’로 나타난다.



- 되고 싶은 미래의 나, 상상하기

  다음은 되고 싶은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예원이는 ‘자기계발, 리더십, 동기부여, 신뢰, 인정’을 선택했다. “너에게 자기계발이란 어떤 의미야?”라고 물었더니 “꾸준히 노력하고, 자존감을 채우는 거?”라고 답했다. 예원이에게 자기계발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다음은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이다. 여기서 경제적, 물리적 독립과, 어학연수 혹은 해외 인턴십, 만족할 수 있는 취업이라고 말했다. 예원이에게 있어서 만족할 수 있는 취업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학연수 혹은 해외 인턴십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해외에 나갔다 왔다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질 것 같고 성취감을 얻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여러분은 여기서부터 주목해야 한다. 맨 처음에 예원이는 ‘안정성’ 때문에 공공기관에 빨리 취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외활동 등의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활동을 되돌아 보고, 목표를 설정해본 결과, ‘안정성’이라는 키워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키워드만 봤을 때, 리더십이 있고, 자유롭고 적극적인 성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너와 얘기하면서 느낀 건데, 단 한번도 안정성에 관한 얘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어. 과연 공공기관이 너의 적성에 맞을까?” 예원이는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해도 적성에 맞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럼 왜 수많은 길 중에 공공기관을 선택한 걸까? 얘기해보자.” 대화 끝에 우리는 ‘독립, 경제적 안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원이는 빠르게 취업을 해서 가정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 보였다. 따라서, 겉으로는 ‘나는 공공기관에 취업해서 빨리 독립을 해야 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내면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공공기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예원이의 적성에 맞지 않음을 밝히는 것이다.) 나는 예원이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진로로 삼았으면 한다. 그래도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으니 공공기관에 취직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모르겠어. 그건 생각 안 해봤어. 그냥 공공기관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였다. 예원이는 그저 공공기관에 들어감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꼭 공공기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줬다. 재단, 센터 등도 비교적 활동과 근무 환경이 안정적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예원이는 “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라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안정적인 직장은 생각 외로 많고, 사실 평생 직장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목표를 공공기관으로만 잡아놓는 건 조금 위험한 생각인 것 같아. 너의 적성에서 안정이라는 키워드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 공공기관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지금 찾아보는 거 어때?”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예원이는 표정이 풀리면서 좋다고 말했다.



- 솔루션

  나는 예원이가 계획적인 성격이고 꼼꼼하며, 기획과 발표를 잘하고 대처능력이 좋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프로젝트 형태보다는 목표가 명확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활동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원이는 틀에 박힌 것은 싫어하지만 너무 자유분방한 것도 싫어해 보인다. 따라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기획,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예원이는 사람들과 너무 어울리는 것은 싫어하며, 네트워킹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1:1로 만나는 것은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교육’이라는 키워드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교육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예원이의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계획, 기획, 제작, 교육, 발표, 인정, 대처, 리더십, 동기부여, 신뢰, 인정’ 사실 이 모든 것이 해당되는 직무는 매우 많다. 하지만 나는 진로를 ‘직무, 직업’으로 잡아주기는 위험한 생각이라는 판단을 하여 위와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는 ‘활동’에 중점을 두어 솔루션을 주었다. 바로 ‘강의’ 라는 키워드이다. 강사로 활동해본 결과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 형태이기 때문에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그에 맞는 제작물을 만들어야 하며, 스피치 능력도 좋아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처능력 또한 중요하다. 예원이가 이러한 강의를 직접 준비해서 해보는 것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잘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강사 양성과정을 소개해주었다. 문화, 기획, 예술, 사회 등등 다양한 강사 양성과정이 존재하는데 이번 년도에는 다 마감되었고, 다음 해에 관심이 있으면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강사 이력이 존재하면 도움이 될 만한 직무는 충분히 많고, 강사로 활동하다가 다른 진로가 잡힐 수도 있다. 나는 예원이에게 최대한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주었다. 구체적인 솔루션 보다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이 있다.’ 라는 것을 알려주며 사고의 틀을 깨주고 싶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모두 쏟아내며 설명해주었고, 예원이는 만족하며 마무리했던 것 같다. 참고로 예원이는 사회복지가 1전공이며, 경영이 2전공인데, 학위는 중요하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한 자격증은 취득하라고 했다. 자신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갖추되, 사이드로 좋아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줬다.


  예원이는 상담 후에 후기를 남겨줬다. 후기는 다음과 같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을 접할 수 있었다. 대외활동을 막상 시작하려 할 때 느껴지는 벽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있음을 알게되고 시야가 조금은 더 넓어졌다. 방대한 목표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경험에 따른 경험치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느낀 점을 보았을 때, 확실히 공공기관만 목표로 두었을 때랑 사고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나는 예원이가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끈기도 있고 열정도 있어서 무엇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전히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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