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사우스멜버른마켓 근처에 있는 서점인 Coventry Bookstore였다.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을 한 후 3-4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Coventry Bookstore. 이곳 역시 목재책장이 많은 책들을 담고 있었고 중간중간 귀여운 엽서나 굿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럴까 아니면 비가 왔다 갔다 하는 겨울의 흐린 날씨라서 그럴까, 아늑한 서점 내부에는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어제 갔던 서점들과 자리한 동네가 달라서 그런지 이곳의 경우 좀 더 아늑하고 여유로운 느낌이다.
귀여운 엽서들이 창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는데 눈모양인지 꽃모양인지 귀여운 문양으로 꾸며진 창가 밖으로 마을의 전경이 보였다. 이곳은 왠지 눈이 오면 좀 더 따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서점이었다.
서점 한편에는 이곳을 지키는 직원 분들이 종종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으며 서점을 지키고 있었다. 살짝 귀를 기울여보니 주문했던 책이 입고가 되었는지 물어보는 문의인 것으로 보인다. 입고는 아직. 아쉽지만 문의한 손님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넓은 서점의 제일 안 쪽으로 들어가면 귀여운 책들이 잔뜩 꽂혀있는 내가 좋아하는 섹션이 등장한다. 제일 중앙에는 미피를 비롯한 아기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그림책들이 나무처럼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의 세 벽면을 알차게 채운 중고등학생들이 볼만한 책들까지. 중간에는 귀여운 동물친구들로 만들어진 책갈피 인형들도 보였는데, 나도 참지 못하고 선물용으로 하나 구매해 버렸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조용히 책을 둘러볼 수 있는 한적한 동네서점 같은 느낌의 Coventry Bookstore. 이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버른 서점투어 5) Dymocks Melbourne
시내 중심가로 다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Dymocks 서점. 책뿐만 아니라 굿즈와 문구류, CD까지 판매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나 영풍문고 같은 느낌의 서점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양쪽으로 밝게 펼쳐지는 서점의 풍경. 카테고리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섹션들 사이사이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의자들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살짝 복층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그곳에 올라가니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책들도 모아져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눈길이 갔던 곳은 만화책 섹션. 대부분의 만화들이 일본만화 번역본들이었다. 드래곤볼과 원피스 같이 내가 아는 만화들부터 그렇지 않은 만화들까지 꽤 많은 만화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은 대략 20 호주달러 이상 정도.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하나쯤 사 볼까' 하는 생각에 나름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물이 있었다면 결제를 했을 텐데 그렇지는 않아서 아쉽게도 빈손으로 서점을 빠져나와 이 날의 세 번째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멜버른 서점투어 6) Readings Emporium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번 지나쳤던 Emporium 쇼핑몰. 그 안에는 두 개의 서점이 있는데, 내가 미리 찾아놓았던 곳은 Readings였다. 구글맵에는 주소만 나와있고 구체적인 층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쇼핑몰에 들어와서 꽤 한참을 찾았더랬다. (안 물어보고 일단은 찾아보는 성향의 1인;;) 그러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로비에 있던 건물 정보 검색 스크린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스크린을 통해 먼저 검색을 해보려 했는데 마침 스크린이 인포메이션 데스크 뒤쪽에 있었고, 데스크를 지키던 직원 분이 도와줄 일이 있냐고 친절하게 먼저 말을 거셨다. 역시나 친절한 멜버른 분들! 그나저나 물어보면 이렇게 쉽게 위치를 알 수 있는데 왜 나는 사서 고생을 했던가?!
직원 분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찾아간 Readings 서점. 똑같은 시내 중심가 큰 건물 속에 있는 서점이었지만 앞서 갔던 Dymocks 서점과는 분위기가 완연하게 달랐다. 여기 역시 중간중간 정성스러운 서평이 붙여져 있었지만 키 큰 검은색 책장들과 흰색 노출형 천장과의 조화 때문인지 Readings는 좀 더 트렌디한 느낌?
입구 가까운 쪽에는 작지만 눈에 띄는 '멜버른' 테마의 섹션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도책부터 동화책과 사진집까지. 눈에 띄는 멜버른 사진집을 열어보니 귀여운 강아지의 옆모습이 나를 반긴다. 한 장 한 장 멜버른의 순간들을 담은 멋진 사진들을 보니 '역시 사진집은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내 핸드폰의 사진들이 조금 안타까워졌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주인을 만나 고생하는 핸드폰,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