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히엔 Oct 25. 2023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Day 1 )  2023년 8월 29일 part 2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오늘의 일기 part 2 - Day 1 그림기록

공항에 도착하자 카메라 앵글에 담기엔 꽤나 큰 MELBOURNE이라는 글자가 나를 반겼다. 한국을 떠난 다음 날, 간밤에 홍콩을 거쳐 오전이 되어서야 발을 내디딘 호주 멜버른. 검색한 대로 공항을 나와 스카이 버스(Sky Bus)를 타고 멜버른 시내로 향한다. 우선 숙소 체크인을 하기 위해.


공항에서 숙소로

스카이 버스를 내려 트램을 타기 위해 내 몸만한 28인치 캐리어를 끌어본다. 멜버른은 특정 구역 안에서 트램탑승이 무료라고 했다. 매우 훌륭한 도시로군. 천성이 길치인 나는 방향이 조금 헷갈려서 타고 내렸다 다시 탔지만 무사히 역에서 내려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낮인데 흐려서 그런지 체감으로는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숙소 체크인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도착했지만 흔쾌히 체크인을 해주는 호텔 직원. 이때부터 느꼈지만 멜버른의 사람들은 친절하다.


Humble Rays 브런치

멜버른의 브런치 카페들은 모두 일찍 열고 일찍 닫는다. 심하면 오후 1시에 닫는 곳도 있었다.(이 정도면 브런치가 아니고 그냥 브랙퍼스트 카페 아닐까?) 내가 향한 곳은 전 직장 동료분의 추천을 받은 Humble Rays라는 브런치 카페. 비가 왔다 갔다 하는 날씨임에도 테라스까지 손님이 북적이는 곳이었다.


사실 나는 멜버른에 오는 날까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원활한 소화를 위한 한약을 복용 중이었다. 왜인지 여행 2주 전부터 갑자기 소화불량이 왔는데 생전 처음 겪어보는 심각한 소화불량이었다. 다행히 약간 나아진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하긴 했지만 멜버른에 도착한 첫날엔 아직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그래도 밥이 나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선택한 메뉴는 Egg White & Bacon. 잘 익은 베이컨과 포슬포슬한 계란 아래 간장소스가 뿌려진 밥이 자리하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메뉴였다. 소화불량인 내가 먹어도 확실히 인정할만한 맛. 소화불량이라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던 맛. 나중에 알고 보니 추천받은 메뉴는 다른 거였지만, 내가 먹은 메뉴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맛이었다.


State Libarary Victoria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아래 모습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도서관의 이쪽저쪽을 살펴보며 한 층 한 층 걸어 올라가 나도 도서관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멜버른을 떠나기 전에 나도 저기에 보이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 봐야지.


스타벅스 -> 마트 -> 숙소

서점에서 나와 마트를 갈까 숙소를 먼저 갈까 고민하던 나는 마트 근처의 스타벅스를 발견하고는 잠시 휴식을 가지고자 들어가서 나의 사랑 차이티라테를 시켰다. 차이티라테를 사랑하는 나는 어디를 가던 스타벅스가 보이면 차이티라테를 마신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간 여행지에서 모두 차이티라테를 먹은 나였다. 차이티라테를 앞에 두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막 퇴근한 것 같은 양복 입은 신사가 역시 차이티라테를 시키고 내 옆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8센티는 되어 보이는 굵은 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독서를 하고 계셨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로 스타벅스가 북적이지 않나? 단순히 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지만 무언가 신선한 충격으로 내게 다가왔다.


Maedaya Udon Izakaya (마에다야 우동 이자카야)

숙소에 들어와 저녁 8시쯤 되었으려나? 이제야 배가 고파지는 것 같다. 고민을 하던 나는 얼른 구글맵을 켜고 적당한 식당을 검색해 본다. 그런 내 눈에 띈 우동집. 숙소에서 약 10분 정도의 거리로 가볼 만하다고 생각하여 집을 나섰다. 8월 말의 멜버른은 생각보다 쌀쌀, 아니 추운 정도였다. 다행히 뽀글뽀글한 점퍼를 가져온 나는 그 점퍼를 입고 모자까지 쓰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도착한 우동집 안은 퇴근하고 혼자 혹은 여럿이서 저녁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인테리어도 일본스럽고 메뉴도 당연히 일본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고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일본 분들. 이곳은 마치 일본!? 분명 호주로 왔는데 마치 일본으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생맥 하나 시켜 같이 먹고 싶었지만 이놈의 소화불량이 뭐라고, 욕심을 버리고 야채우동을 시켜본다. 어머나? 야채우동인지 알았는데 일반 우동에 야채튀김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나는 그 정도까지 먹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튀김구성이 실하다. '어쩌지?' '어쩌긴, 될 때까지 먹어봐야지.' 속으로 '아자아자!' 외치며 젓가락을 움직이는 내 양 옆에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두 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모두 혼밥. 왼쪽분은 회 메뉴를 시켜 먹고 있었는데 마음만큼 먹지 못하는 소화불량인 내가 나도 모르게 부러운 눈빛을 보내게 되는 비주얼이었다. 오른쪽 분은 작은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식당 안은 매우 왁자지껄했다. 우리 뒤에 한 6명? 8명? 정도의 단체 인원이 한껏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노트북을 향하는 그의 집중력 있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이자카야에서 노트북 켜놓고 일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선 볼 수 있을까? 스타벅스에 가셔야 할 분이 여기 계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편협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겠지?


한인마트에서 숙소로

우동집으로 가는 길에 내 눈에 띈 한인마트! 안 그래도 하루종일 근처에 한인마트 없나 생각하고 있던 내 눈에 나타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문을 지나 카운터를 지키고 계신 분께 나도 모르게 무조건 한국어로 질문을 했다.


"몇 시까지 하세요?"

10시까지 하신다고 한다. 오케이!

"제가 조금 있다 다시 오겠습니다~"


한인마트를 생각하고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소화를 위해 초록매실이 마시고 싶었으니까. 문을 지나 카운터로 향하기 전에 옆에서 초록매실의 존재를 확인한 나였다. 그리고 우동을 배불리 먹고 이곳에 다시 들러 나는 꿈에 그리던(?) 초록매실을 품에 안았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온 나는 구글 크롬캐스트가 가능하다는 숙소 안내문을 보고 마침 가지고 갔던 아이패드에 숙소 TV를 연결시켰다. 그리고 유튜브의 크라임신 24시간 방송을 틀었다.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크라임신.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크라임신을 틀어놓고 테이블에 아 그림일기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하아~ 마음의 안정. 이러한 생활을 5박 내내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이전 01화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