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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Jan 17. 2024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Day 6 )  2023년 9월 3일 part 1

2023년 9월 3일 토요일 
오늘의 일기 part 1 - 멜버른 서점투어!


멜버른 서점투어 10) Readings Carlton

어느덧 멜버른 여행의 마지막 날. 이 날의 일정은 Readings Carlton을 가는 것 빼고는 미리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런치와 카페를 거쳐 바로 Readings Carlton으로 가는 트램에 올라탔다. '멜버른의 트램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한산한 트램에 앉아 약간의 시간을 보내니 금방 내려야 할 정류장에 이르렀다. 여행 마지막날 날이 좋은 것은 어느 여행이나 마찬가지인지 오늘도 멜버른의 날씨는 매우 맑음이다. 그 아래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 동네를 걷다 보니 파란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클래식한 느낌의 벽돌 건물들이 나를 반겼다. 뭔가 교육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곳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들어선 골목의 끝에서 Readings Carlton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 옆에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하나 더 눈에 띄었다.


 "Readings Kids" 아이들용 책들을 모아놓은 장소를 아예 따로 만들어 놓았나 보다. 뜻하지 않은 Readings Kids의 등장에 원래 가려고 했던 Readings Carlton을 뒤로하고 녹색 간판이 반기는 아이들의 공간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다. 내부 역시 푸릇푸릇하게 꾸며 놓았는데,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에게 너무나 좋은 서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카운터 쪽에 나무로 만든 지붕과 섹션을 안내하는 나무 깃발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곳. 아기부터 학생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커버하는 다양한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었던 책은 Welcome to Sex라는 책이었다. 성교육 책이 이렇게 귀엽고 깜찍하다니? 책을 살짝 펼쳐보니 역시 아이들용 참고서 느낌의 귀여운 캐릭터와 상큼한 색상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가볍게 그린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해줘야 하는지 부모님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아이가 있었다면 바로 집어서 계산대에 놓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공간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Readings Carlton에 들어섰다. Readings Carlton은 검은색 톤의 인테리어와 책장으로 구성되어 조금 더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한 편에는 음반도 잘 정리가 되어 있었고 여러 굿즈들도 진열이 되어 있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간판을 보면 1969년부터 함께 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50년이 넘게 이 지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서점인 것이다. 왠지 사람으로 치자면 멋진 모자를 쓰고 인자한 얼굴을 하며 휴일에 서점에 들러 책장을 넘기는, 이곳 터줏대감인 한 신사의 느낌이랄까?



서점 한 곳에 진열된 여행책자들 중 서울에 대한 가이드북도 있어 펼쳐보니 서울을 가야 하는 이유와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가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 그래. 떡볶이, 전, 튀김, 막걸리 좋지' 생각을 하며 둘러보다 이제 나가볼까 하는데 계산대 밑에도 아기자기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똑 소리 날 것 같은 고양이 표지가 인상적인 책,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 같은 책 등 눈에 띄는 표지를 가진 책들이 시선을 끌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시간을 들여서 살펴보고 싶었는데 계산대이다 보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조금만 구경을 하고 서점을 빠져나왔다.


멜버른 서점투어 11) Books for Cooks

오후에 방문한 이곳은 퀸 빅토리아 마켓에 자리한 서점으로, 며칠 전 마켓에 갔다가 발견한 서점이었는데 당시에는 생각해 놓은 일정이 있어서 들르지 못했던 곳이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서점으로, '마켓'에 걸맞게 '요리'를 테마로 한 곳이다. 녹색과 벽돌 벽의 조화는 내가 참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촌스럽지 않고 언제 봐도 클래식한 고풍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곳 역시 꽤 긴 시간 이 지역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내 서점을 열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의 서점을 열고 싶다. 크게 눈에 띄거나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난 느낌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코지하고 언제 와도 기분이 안정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손님이 크게 많지는 않아서 조금 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책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요리라는 테마만으로도 이렇게 서점을 한가득 채울 수 있구나!' 감탄하며 찬찬히 하나하나 눈길을 끄는 책들의 책장을 열어보았다. 그중 빨간 바탕의 표지 하나가 내 눈에 쏙 들어왔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제목 때문이다. "THE 'I Still Hate To Cook' BOOK"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 아래 '싫어~'라고 외치는 듯한 캐릭터의 표정까지. 이 서점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요리에 전혀 일가견이 없다. 레시피를 보고 해도 겨우 따라 할 정도의 실력인 데다 요새는 특히 요리를 귀찮아하는 1인이 되어 버렸기에, 마치 그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한 표지 제목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나를 고민하게 만든 책이 한 권 나왔다. 색연필로 예쁘게 그린 일러스트 위에 'a Little Scottish Cookbook'이라는 제목이 살짝 내려앉은 '레시피 책'이었다. 책을 열어보니 요리를 못하는 나도 너무나 사고 싶게끔 멋진 일러스트와 조리법이 정갈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Scottish Cookbook이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이 책에서 내가 완성할 수 있는 요리는 거의 없어 보였다. 물론 꼭 이 책을 보고 요리를 직접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한 번쯤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말 한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서점 손님이 많지 않았던 때라 다행이다. 안 그러면 민폐가 되었을 수!)



책을 한참 이리저리 둘러보다 뒤표지를 보니 시리즈 책이었는지 Scottish 뿐만 아니라 Irish, English, Thai 등 다양한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이 나와있었다. Thai...? 아시아 중에는 태국 시리즈만 있어서 그런지, 태국 버전이 있으면 살까 하는 생각에 서점을 지키고 있는 주인 분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 이곳에는 Scottish 책만 있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흑흑.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이후 이곳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는지 후쿠오카 여행을 갔다가 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띈 레시피 책을 고민 없이 사 왔더랬다. 한 손에 쏙 잡히는 1인분 면요리 책이었는데, Books for Cooks에서 보았던 책처럼 예쁜 일러스트로 꾸며진 책은 아니었지만 먹음직스러운 면요리 사진이 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책이었다. 물론 4개월이 지난 지금 그 책을 보고 만들어본 면요리는 아직 없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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