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모멘트는 멜버른 브런치를 검색했을 때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곳은 Brunch가 아닌 Breakfast카페! 그렇기에 다른 브런치 카페들보다 더 일찍 문을 닫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전날까지 이곳에서 아점을 먹을 수가 없었고,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설레는 마음으로 이 카페를 찾았다.
입구에 나와있는 귀여운 아보카도 캐릭터의 아침 인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 안은 매우 한산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롭게 카페를 둘러볼 수 있었다. 나는 화이트 & 우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아보카도 모멘트는 그러한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곳이었다. 내가 앉은 곳에서는 바로 맞은편에 키친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벽이 보였는데, 전형적인 화이트 & 우드 인테리어에 화분들이 걸려있어 싱그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나중에 내가 집을 마련하면 이렇게 부엌을 꾸미고 싶어!' 하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의 분위기.
메뉴를 기다리며 앉아있자니 한 명 두 명 손님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내가 주문한 메뉴도 도착.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살펴보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눈에 들어온 모닝글로리라는 메뉴를 시켰다. 그리고 눈앞에 도착한 나의 소중한 식사. 와우! 바삭한 색감의 크루아상 위를 노란 계란 이불이 덮고 있고, 그 위로 아보카도의 꽃이 피었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브런치 메뉴에 이 카페의 테마인 아보카도를 얹은, 크게 특별한 것이 없는 메뉴가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한 입 먹어보니 눈이 확 떠졌다. 정말 이름 그대로 아침의 영광! 조식이나 브런치로 먹기에 너무나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아, 내가 사는 곳에도 이런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 동시에 '한국에 프랜차이즈 내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요새는 어디를 가서 좋으면 좋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이걸 한국에 차리고 싶다'거나 '이렇게 운영을 하려면 인력은 얼마나 필요하고, 인건비는 어떻고...' 등등의 생각까지 하게 된다. INFJ였던 나의 MBTI가 ISTJ로 바뀌었는데,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떤 부분은 바뀌기도 하나보다.
Brother Baba Budan(브라더 바바 부단) 카페
아보카도 모멘트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친 후 서점으로 가기 전에 잠시 카페에 들러 한숨 돌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ukes와 LUNE 카페는 가 보았으니 오늘은 또 다른 유명 카페인 브라더 바바 부단 카페로 향했다. 브라더 바바 부단 카페는 계획을 해서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카페를 찾아보지 않아서 이렇게 작은 사이즈의 카페인지를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입구 앞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티가 나게 간판이 올라가 있지 않아서 한 번 살짝 지나쳤다가 지도를 보고 다시 찾아갔더랬다. 내부에 들어가니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몇 자리 없고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해서 가거나 카페 입구 근처에서 마시는 분위기였다.
생각해 보니 멜버른에 와서 차이티라테를 딱 한 번, LUNE 카페에서 마셔본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커피에 조예가 1g도 없는 사람이라, 커피가 유명한 곳임에도 차이티라테를 주문해 보았다. 다행히 좁은 실내 안 한편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작게나마 있어서 라테 아트가 예쁘게 그려진 차이티라테 잔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모금. 흠.... LUNE 카페에서 마셨던 차이티라테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이번에도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와!' 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내 기대가 너무 컸나? 사실 내가 앉았던 자리 옆에 차이 시럽이 진열되어 있어서 만약 차이티라테 맛이 있었다면 시럽을 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이티라테만 가지고 판단했을 때 나의 선택은 바바 부단 보다는 LUNE 카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Vertue Coffee Roasters 카페
Readings Carlton 서점에서 나와 Books for Cooks 서점으로 가기 전 근처에 있던 카페를 찾아 들어간 곳이 바로 여기, Vertue Coffee Roasters이다. 아보카도 모멘트 카페에서 식사를 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아서 식사 메뉴 대신 커피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실 차이티 라테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바 부단에서 조금 실망을 했기에 여기서 다시 한번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다.
식사시간을 비껴가서 그런지 식사도 할 수 있는 이곳은 공간이 꽤 넓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한산했다. 하지만 오히려 조금 지친 나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편히 쉬기 적합한 곳이었다. 마침 휴대폰 충전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리 옆에 콘센트가 있어 나에게 있어서는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소심한 나는 처음에 혹시라도 '식사메뉴를 시키지 않아 눈치를 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친절한 직원 분들의 모습에 한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싱그러운 민트색 컵에 차이티라테가 예쁘게 담겨 나왔다. 시나몬 가루가 완벽한 S자로 그려져 있는 부드러운 차이티라테. 아까 마셨던 바바 부단 카페의 차이티라테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나에게 있어서는 LUNE 카페의 차이티 라테가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복층의 넓은 층고에서 나오는 탁 트인 분위기와 여유로움은 이 카페에서의 시간을 매우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만약 배가 고팠으면 식사도 같이 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