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mper는 한국에서 멜버른 브런치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의 하나였다. 이 날은 온천을 가기 전부터 시내로 돌아오면 이곳의 브런치를 먹어보자 생각했기 때문에, 시내로 돌아왔을 때 망설임 없이 구글맵을 따라갔다.
힙해 보이는 작은 골목길로 시선을 돌리자 벽돌 건물 앞에 KRIMPER라고 쓰여 있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기에 앞서 카페의 모습을 촬영하려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찍으려 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나도 모르게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버렸다. 아무래도 손을 잘못 놀렸는데 그 순간에 캡처버튼을 눌러버렸나 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브런치 카페의 힙한 모습과 어우러져 나쁘지 않은 사진이 된 것 같다고 혼자 뿌듯해했다.
사진을 찍고 혼자 들어선 브런치 카페. 다행히 웨이팅을 하지 않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실내는 북적였지만 혼자온 손님이라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친절한 직원 분이 건네어준 메뉴를 보며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연어와 함께하는 에그베니를 주문했다. '역시나 호주의 외식 물가란...' 다시 한번 실감하며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가 앉은자리는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과 카운터가 동시에 보이는, 나름 구경하기 좋은 자리였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지만 카페는 여전히 북적이고 있었다. 아침 온천 투어의 느긋함을 되새기며 기다리고 있자니 금세 주문한 브런치가 도착했다. 귀여운 쌍둥이 계란 아래 숨은 주황빛 연어. 계란의 꾸덕함과 연어가 즐거운 조화를 뽐내고 있었다. 처음 딱 봤을 때는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는데 먹다 보니 생각보다 배가 불러왔다. '흠... 아직 소화불량이 100% 치료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여유로운 브런치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그전까지 너무나 잘 되었던 트래블월렛 카드 계산이 잘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내 카드의 문제는 아닌지 몇 번 시도를 하니 다행히 잘 결제가 되었다. 그 몇 번의 시도를 거치는 동안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카운터 요모조모를 좀 더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원하면 쿠폰도 주었는데 10번째 방문 시에는 무료 커피를 받을 수 있었다. 직원 분이 쿠폰을 원하는지 물어보았지만 아쉽게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나는야 여행객.
순간 완전 예전에 갔던 말레이시아의 왓슨스에서 멤버십카드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제 막 여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여행 중 즐거운 마음에 직원의 권유에 따라 멤버십카드를 만들었는데 그 이후 나는 그곳을 다시 방문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여행이라 하면 무조건 좋고 나를 항상 설레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나도 조금은 변한 듯하다. 이번 여행 역시 원래는 시드니까지 함께 가려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는데 결국 멜버른만 오기로 마음먹었다. 큰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리며 국내선을 타는 과정이 이제 즐거움이라기보다는 힘겨움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 모두가 이런 상태였다. 이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무기력해진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 씁쓸해졌다.
울월스마트(Woolworths Mart) - 두 번째 방문
울월스마트를 다시 방문한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나의 차이티라테를 사기 위하여! 처음 마트에 왔을 때는 생각보다 넓은 실내와 나뉘어져 있는 섹션 덕분에 하나하나 구경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는데, 나름 두 번째 방문이라고 이번에는 거침없이 내가 원하는 섹션으로 향했다. Tea 섹션에는 아직 변함없이 차이티라테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었다. 조심스럽게 3.25 호주달러의 금액을 자랑하는 프로모션 중인 차이티라테 패키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이 되었다. 다른 브랜드의 차이티라테도 사 볼 것인가 그냥 말 것인가. 내가 여기를 또 언제 올 것인가 하는 생각에 옆에 있는 다른 브랜드의 아이보리색 패키지도 하나 집어 들었다.
Low Price라고 되어 있는 주황색 패키지와 그 옆의 Arkadia Chai Vanila 패키지를 함께 구매했다.
여담이지만 두 가지 브랜드의 차이티라테를 들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우선 손에 잡히는 대로 아이보리색 패키지의 차이티라테를 먼저 맛보게 되었다. 예전에 말레이시아였는지 태국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밀크티를 좋아했던 나는 현지 밀크티 맛에 반해서 마트에서 이번처럼 믹스형태의 밀크티를 사 왔더랬다. 그런데 아쉽게도 믹스형태의 밀크티는 내가 현지 카페에서 맛보았던 그 맛과는 많이 달랐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멜버른 여행에서도 차이티라테를 살 때 망설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차이티라테는 달랐다. 은은한 시나몬 맛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차이티라테의 맛. '이거 괜찮은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더 많이 사 올걸!!!!'이라는 안타까움이 뇌를 지배했다.
그 이후 친구가 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당당한 목소리로 멜버른에서 사 온 차이티라테의 맛있음을 홍보하며 이번에는 주황색 패키지의 차이티라테를 대접했다. 주황색 패키지의 차이티라테는 나도 친구와 함께 먹는 것이 처음 맛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우유가 아닌 두유로 차이티라테를 만들었다. 멜버른 LUNE 카페에서 두유 차이티라테를 마셨는데 그 맛이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맛을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황색 차이티라테 믹스를 두유에 타고 친구와 함께 한 모금을 했는데.. 이런! 텁텁한 맛이 혀를 지배했고 그뿐이었다. 두유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주황색 믹스는 아이보리색보다 맛이 덜한 것일까? 그 이후 우유에도 주황색 차이티라테를 타 마셔 보았지만 아이보리색 패키지보다는 맛이 덜한 느낌이었다. 역시 그래서 프로모션을 했던 것일까?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것은 숙소에 전기포트와 무료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여행 후반이라도 이렇게 패키지를 사서 하나씩 타먹어 보았다면 그중 더 맛있는 차이티라테를 가득 사 왔을 텐데. 나는 왜 이다지도 생각이 부족한 것인가. 그리고 이런 좋은 생각은 어째서 꼭 시간이 흐른 후 생각이 나는 것인가. 차이티라테 하나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차이티라테가 뭐라고.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