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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Jan 03. 2024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Day 5 )  2023년 9월 2일 part 2

2023년 9월 2일 금요일
오늘의 일기 part 2 - Day 5 그림기록 (1)
모닝턴 페닌슐라 온천(Mornington Peninsula Hotspring)


멜버른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는 가장 대표적인 투어라고 하면 그레이트오션로드 투어일 것이다. 멜버른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도 당연히 그 투어를 가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물론 훌륭한 자연경관은 엄청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나는 자연경관을 보는 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호주의 겨울 시즌에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해당 투어를 다녀오면 매우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발견한 모닝턴 페닌슐라 온천 반일투어. 이 투어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바로 내가 원하는 투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온천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 말미 피로를 풀기에 딱인 선택이 아닌가?!


모닝턴 페닌슐라 온천은 멜버른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다. 보통 투어 프로그램은 반일투어로 아침과 저녁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후기를 찾아보니 저녁에 가면 예쁜 조명이 켜져 아름다운 온천의 모습을 가득 느낄 수 있지만 아침과 비교해서는 물이 덜 깨끗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바로 모닝투어!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온천지에 9시경 도착, 도착시간으로부터 약 3시간 동안 온천을 즐기고 시내에 1시-2시 사이에 도착하는 투어로 남은 오후 일정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온천인데 좀 더 깨끗한 물에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예약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해당 투어상품을 찾으면서 발견한 것은 이 온천만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은근히 없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근처의 와이너리나 전망대를 함께 돌아보고 오는 구성이었는데, 나는 오롯이 온천만 다녀오고 싶었으므로 겨우 나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예약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예약한 투어는 한국여행사에서 하는 투어가 아니라 호주 현지여행사에서 하는 투어였음을 차에 탑승하고서야 깨달았다. (나란 사람..)


조금 늦게 합류한 마지막 팀을 태우고 온천으로 출발!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바로 오늘의 가이드셨다. 시내를 벗어나는 동안 여기저기 여러 장소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운전을 해주셨고, 온천지에 내려서는 몇 시까지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순간 운전을 잘하는 나의 신랑 필군이 생각나며, 나중에 나이 들어 필군과 이런 투어를 운영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나는 어느덧 노후를 걱정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오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으로 본 온천의 모습도 무척 좋았는데, 실제로 도착한 페닌슐라 온천은 기대 이상이었다. 탁 트인 야외에 수십 개의 온천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길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어느 블로거의 조언에 따라 나는 가장 위에 위치한 힐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온천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힐탑 온천에 모여있어, 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주변 경관이 너무나 탁 트여있어서 내 시선을 절로 빼앗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많은 곳이기에 1인당 10분으로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 칼같이 이용시간을 지키고 있었다.


나 또한 힐탑의 이용시간을 준수한 후 가운을 걸치고 다른 온천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겨울이라 그런지 온천물 밖을 나오면 가운을 걸쳐도 한동안은 덜덜 떨어야 했다. 다행히 날이 좋아서 햇빛이 좋았던 터라 조금만 걸으면 금방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여러 온천탕들을 거치는 동안 가운이 점점 축축해져서 온천탕과 온천탕 사이의 이동시간 동안에는 계속해서 짧지만 추운 극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온천이 주는 즐거움과 편안함은 이런 단점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페닌슐라 온천에는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힐탑 온천탕을 비롯해서 멋진 온천들이 많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온천탕도 자연 속에 있으니 특별해지는 마법이랄까. 나는 혼자 온 여행객이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사람이 많지 않은 온천탕을 찾아다녔다. 물속에 들어가 앉아서 두 발로 살짝 첨벙거리며 물의 따뜻한 온도와 맑은 하늘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자니 세상이 너무나 평화롭게 느껴졌다. 그러다 사람들이 하나 둘 탕 속으로 들어오면 다른 한가한 온천탕을 찾아 떠났다.


그러다 눈에 띈 동굴 온천은 한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꼭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온천탕 안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 같은 동굴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동굴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온천물을 즐기다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오고 나서 나도 동굴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굴 안은 5-6명 정도 들어가면 꽤 북적일 정도의 크기로 내부는 마치 황토방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그곳에서 신기한 동굴 온천을 즐기다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페닌슐라 온천에는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벤치와 의자들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푸른 나무 아래에서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고 계신 흰머리의 할머니를 보자니 가보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니스 같은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고 싶은데 그러려면 지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야겠지?



혼자 온천에서 3시간이면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굉장한 오산이었다. 시간이 흘러 조금만 더 온천을 즐기고 돌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때부터는 탈의실 근처의 온천탕에서 시간을 보냈다. 노란색 천막 무대가 보이는 넓은 온천탕에는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무며 한가한 오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몇 분의 아주머니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셨고, 이때다 싶어 나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친절한 분들은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었고, 혼자 온 온천에서 나도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친절한 분들 덕분에 사진도 찍고 다른 온천탕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온천을 즐기던 사람들 사이로 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온천물에 안착했고, 놀란 사람들의 유쾌한 미소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그리고 유유히 온천탕을 빠져나갔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새들과 함께 온천을 즐기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새가 빠져나가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함께 온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덧 약속된 3시간이 모두 지나고 버스로 가야 하는 시간. 아쉬움을 뒤로하고 온천탕을 빠져나와 버스로 향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3시간은 페닌슐라 온천을 즐기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또다시 멜버른에 오게 된다면 시간제한이 있는 투어가 아닌, 아침 일찍 와서 내가 있고 싶은 만큼 충분히 즐기다 갈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 다시 오고 싶다. 특히 여행 말미에 오거나 부모님과 함께 오는 여행이라면 너무나 추천하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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