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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Dec 20. 2023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Day 4 )  2023년 9월 1일 part 2

2023년 9월 1일 목요일
오늘의 일기 part 1 - Day 4 그림기록 (2)
케미스트 웨어하우스(Chemist Warehouse)

멜버른의 쇼핑리스트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케미스트 웨어하우스가 아닐까 싶다. 호주는 영양제로 굉장히 유명하고, 모든 영양제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케미스트 웨어하우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행 후반부가 되어 가족 및 지인들을 위한 쇼핑에 나섰다. 케미스트 웨어하우스는 멜버른 여기저기에 지점들이 다양하게 위치하고 있다. 내가 가장 처음 찾았던 곳은 시내 중심가 2층에 자리 잡고 있던 지점. 케미스트 웨어하우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영양제가 잔뜩 있는 일본의 돈키호테 같은 이미지였다.



명성에 걸맞게 영양제 섹션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영양제가 있었고 그 주변을 손님들이 가득 메웠다. 그 외에 화장품과 치약 등 다양한 제품들도 가득했는데, 영양제 외에도 지인들의 선물로 유용할 것 같은 포포크림과 프로폴리스 치약을 찾아 내부를 매의 눈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빠른 방법은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 포포크림의 경우 일부가 남아있었으나 프로폴리스 치약은 이미 그 자취를 감춘 후였다.


우선 포포크림을 장바구니에 담고 영양제 섹션으로 돌아온 나는 실로 다양한 브랜드와 영양제 종류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워낙 제품이 다양하다 보니 거꾸로 무엇을 사야 할지 엄청난 고민이 되었다. 밀크시슬, 관절에 좋다는 홍합 영양제를 우선 담고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사면 좋을지 빠르게 검색을 한 나는 한 브랜드의 제품을 담았다. 그러던 중 간단히 직원 중의 한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친절하게도 한 제품을 가리키면서 해당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고 귀띔해 주어서 엄마의 유산균은 해당 제품으로 결정! (그 이후 찾아보니 정말 이 제품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검색이 되었더랬다.)


갖지 못하면 더욱 원하게 된다고나 할까. 이 날 이후 이곳을 지날 때 몇 번, 그리고 근처에 있던 마이 케미스트까지 여러 지점에 가서 프로폴리스 치약을 찾았으나 해당 치약은 오픈런을 해야 하는지 절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못 사겠구나' 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는데, 여행 마지막 날 Flagstaff 가든을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케미스트 웨어하우스 지점을 발견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에도 없겠거니' 하며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곳에는 아주 넉넉한 재고가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는 지점이라 포포크림과 프로폴리스 치약 등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들이 여유롭게 남아있었던 듯싶다.


울월스마트(Woolworths Mart)

이번에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걸어 다녔던 거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State Library가 위치해 있는 거리가 아닐까 한다. 도서관 옆에는 아주 큰 규모의 QV쇼핑몰이 있고, 그 안에 역시 큰 규모의 울월스마트가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이마트의 느낌이랄까? 비록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디로 여행을 가든 마트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도 울월스마트를 두 번 정도 갔는데, 그곳에서 꽤 여러 가지 제품들을 사버렸다.  


호주의 외식물가는 굉장히 비싸지만 마트물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장에 갔을 때 아보카도 가격에도 놀랐는데, 마트 안 다른 물건들의 가격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유명하다는 Manuka 꿀을 챙기고 과자들과 이 곳에도 한 섹션을 가득 메운 한국 라면 등을 구경하던 내 시선을 빼앗은 섹션이 있었는데 바로 내 사랑 차이티라테를 파는 'Tea' 섹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차이티라테 제품이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다니! "어머, 이건 무조건 사야 해!"



여러 제품들 중 3.25달러로 프로모션 중인 주황빛 패키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가격으로 치면 3천 원이 안 되는 매우 착한 가격. 당장 장바구니에 넣고 싶었지만 급 고민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카페의 차이티라테는 마셔보았으나 이런 믹스 형태의 제품은 마셔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샀다가 생각보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일단은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쨌든 마트에 이렇게나 다양한 브랜드의 차이티라테 믹스제품들이 있다니. 차이티라테 러버인 나에게 호주는 천국이 분명했다!


Shanghai Taste & Hakata Gensuke Tonkatsu Ramen

호주의 겨울 시즌에 맞춰 멜버른에 와서 그런지 이 날도 하루종일 따뜻한 메뉴가 생각이 났다. 이 날의 첫끼는 칼튼가든과 피츠로이 가든 이후 먹는 늦은 점심이었다. 가든투어 이후 시간이 애매해져 사실 브런치 식당들은 모두 닫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던 나는, 시내로 돌아와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상하이 테이스트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다지 맛집에 힘을 쏟지 않은 듯하다. 몇 군데 찾아서 간 곳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라 검색을 하여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식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매장 안은 매우 한산했다. 조용히 들어가 한산한 매장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딤섬 하나와 계란국 같은 메뉴를 하나 시켰다. 사실 시간에 쫓겨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저녁때 좀 더 맛있는 곳을 가자' 하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잠시 정비를 하러 숙소를 향했다.


이후 마트 구경까지 마친 나는 어쩌다 보니 오늘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식사가 된 저녁을 먹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첫 날 찾았던 일본 우동집을 가느냐,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라멘집을 가느냐? 1차 마트 쇼핑을 한 이후라 두 손에는 무거운 봉지가 들려져 있던 탓에 최대한 웨이팅이 없는 곳으로 가자 생각하며 두 식당이 위치한 거리로 향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만만찮은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라멘집의 경우 그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엄청난 줄을 항상 목격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 않았지만 우동집도 비슷한 대기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이 이렇게 핫한 곳이었다니... 새삼 첫날 대기 없이 들어간 내가 운이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첫날 아직 소화불량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우동집을 갔기 때문에 우동집의 다른 메뉴들도 몹시 궁금했지만, 비슷한 대기줄이면 오늘은 라멘을 시도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라멘집 앞의 대기줄에 합류하게 된 나는 구글 검색을 하며 어떤 메뉴가 가장 좋을지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 쪽의 바(bar) 자리에 앉은 나는 QR코드를 통해 검은색 국물이 독특한 블랙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다.


멜버른의 식당들은 많은 곳들이 이렇게 QR코드로 메뉴를 찾고 주문까지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나도 나이가 든 것일까. 이런 시스템을 보고 있자니 '호주 어르신들은 모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나 시스템이 어려운 나이가 될 텐데 '인간이란 정말 끊임없이 배움이 필요하구나'라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리 앞에 붙여진 식당과 메뉴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려 애쓰기도 하며 주문한 라멘을 기다렸다.



그리고 눈앞에 놓인 블랙 돈코츠 라멘. 이름 그대로 검은색 국물이 눈길을 끌었다. 9월 멜버른의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국물을 한 수저 떠 넣으니 온몸이 따뜻하게 감싸지는 느낌. 그리고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 라멘, 생각보다 무척 맛있었다! 내 기억의 돈코츠 라멘이라 하면 어떨 때는 기름기 때문에 먹을수록 느끼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는데, 이곳의 블랙 돈코츠 라멘은 담백한 돈코츠 라멘이라 한 그릇 뚝딱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직원 분들도 일본 분들이고 식당 역시 일본 그 자체였으며, 라멘의 맛도 일본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라 순간 다시 내가 호주에서 일본으로 옮겨간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마트에서 쇼핑도 하며 저녁을 먹기 전에는 약간 지친 감도 있었는데, 라멘 하나로 나의 피곤이 싹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가볍게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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