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가 궁해진 주인공 '알마'는 돌싱 여류고고학 연구책임자다. 연구비를 위해 내키지는 않지만 사이보그 테스트를 맡게 된다. 이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톰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던 알마는 점차 톰과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약간은 진부한 이야기다. 고고학자와 사이보그의 만남은 뻔한 결말로 이어지는데 왜 베를린영화제는 주연상을 줬을까가 볼 만한 포인트다.
영화 <아임 유어 맨 I'm your man>(2021)은 독일의 감독 마리아 슈라더(Maria Schrader)가 메가폰을 잡은 사이보그와 인간 간의 사랑을 다룬 독일 SF 영화다. 그녀는 배우로서 1994년에 <파니 핑크>로 기억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아임 유어 맨>의 주연인 마렌 에거트(Maren Eggert)는 이 영화로 202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인 주연배우상을 수상했다. 원작은 독일 작가 엠마 브라슬라브스키(Emma Braslavsky)의 단편 소설인 <나는 당신의 사람입니다. Ich bin dein Mensch>이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사랑의 의미,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제공: ㈜라이크콘텐츠
엘마에게 맞춤설계된 톰(댄 스티븐스 Dan Stevens 분)은 알마(마렌 에거트 분)의 감정적 반응, 표정 등을 학습하며 엘마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실패한 커뮤니케이션도 이해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재치와 유머뿐 아니라 엠마를 자극할 수 있는 질투의 감정도 표현한다. 물론 사이보그가 질투를 느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유혹하는 프로그래밍은 정말 복잡해요.
잘못된 움직임, 잘못된 눈빛 한 가지 지나친 말 한마디 그리고 로맨스는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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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동거 생활 중 엠마에게는 오랫동안 공들여 온 연구가 경쟁자의 발표로 수포로 돌아갈 위기가 다가온다. 게다가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의 증세도 점점 심해진다. 따라서 외로움과 무엇보다도 파트너의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가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도 사이보그에 대한 감정을 인정할 수 없던 엠마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테스트 의뢰한 회사에 악평을 쏟아낸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아주 만족해하는 다른 사용자를 만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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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있는 사람만이 미래가 있다는 회사의 권유로 엠마는 톰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다. 점점 엠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톰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흔들리는 마음은 있지만 무조건 들이대는 사이보그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알마의 감정 연기가 뛰어나다. 외로움과 혼란, 내적인 갈등 등이 관람의 포인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인간이지만 사이보그를 연기한 톰의 연기는 누구나 예상하는 형식적인 연기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지만 사이보그를 연기하는 게 어려운지, 인간이면서 인간인 것을 연기하는 게 어려운지 잘 관찰해 볼 포인트이다.
결국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건 채울 수 없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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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반부에 톰은 박물관을 방문하여 알마가 연구하는 고대 문자를 해독하고 이미 발표된 논문을 순식간에 검색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 발견으로 알마는 급격히 흔들린다. 슬픔과 술에 취해서 톰에게 행패를 부린다. 숙취와 미안함으로 시작된 다음날, 톰의 새로운 논문 주제 제안을 뒤로하고 둘은 아버지를 찾아간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톰에 비해 나이 들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왼손에 담배가 있는 것을 잊고 다시 담배를 찾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지 않을까... 애처럼 투정하고 옷 입기를 거부하는 아버지의 집에 모여 자매는 옛날 일을 회상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 둘이 함께 좋아했던 '토마스'의 사진을 보며 알마는 조금씩 곁을 내어준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톰, 제공: ㈜라이크콘텐츠
영화 <아임 유어 맨>은 연애소설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과 인간의 연애다.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알마의 파트너인 인공지능 로봇 '톰'은 알마에게 맞게 세팅되어 알마에게 소개되지만 사소한 버그로, 역시 기계가 그렇지 하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수리가 끝난 톰은 알마와의 생활을 통해 세팅에는 없던 알마의 감정, 기억, 취향 등을 업데이트한다. 맞춤형 인공지능에 자체의 기계 학습을 통해 알마의 마음을 파고든다. 넘어가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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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유어 맨>과 <허>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영화 <그녀 her>(2014)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기념비적인 작품인 <그녀>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작품이다. 주연인 테오도르 역에는 호아킨 피닉스, 사만다 역에는 스칼릿 조핸슨,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도 출연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얼굴을 알린 크리스 프랫도 출연했을 정도니 쟁쟁한 배우들의 옛 모습이 눈길을 끈다.
두 영화 모두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두 영화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다룬다.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더 넓게는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어폰으로 공감하는 <그녀>, 제공: ㈜더쿱
하지만 <그녀>의 사만다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목소리인 반면, <아임 유어 맨>의 톰은 실체를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리고 <그녀>는 주로 전화 통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비물질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아임 유어 맨>은 실제로 함께 생활하며 교감하는 물리적인 사랑에도 초점을 맞췄다. 또한 <그녀>는 인공지능의 한계와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반면, <아임 유어 맨>은 좀 더 희망적이고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 무엇 보다도 주인공이 각각 남자와 여자라는 부분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 영화는 사이보그가 단순한 성인용품을 넘어서 동등한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내용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사랑의 의미,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영화 속 상상의 설정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반려 사이보그가 나오는 것은 좀 후날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아마도 현실적으로는 인간의 말과 감정을 이해하는 시스템적으로 더 안정적인 강아지 같은 동물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의 장점만 뽑아내고 단점은 없앤 모델이 나올 것이다. 소, 돼지, 닭은 식용으로 종의 번성을 이루었고, 개는 반려동물의 역할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개체수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반려 로봇의 등장은 이러한 생태계의 모습도 바꿀 것이다.
무엇이 나오든 인간의 고독은 원죄이기 때문에 그 문제의 해결책은 나오는 순간, 우리는 영원한 구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그 다음의 욕구와 욕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