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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an 12. 2024

배경인물, 깨어나다, <프리가이>

영화 속 과학이야기

Don't have a good day. Have a great day.

좋은 날을 되지 마세요, 최고의 날이 되세요


<프리가이>(2021)


평범한 직장인 은행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는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매일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비록 솔로지만(금붕어가 한 마리 있다) 안정된 직장과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가 있어 매일이 행복하다.


가이가 사는 세상에도 교통사고, 총격전, 은행강도와 살인마가 가득하다. 그래도 문제없다. 똑같은 내일이 보장되는 가이가 살고 있는 도시는  ‘프리 시티(Free City)’이니까.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느 날 어쩌다 마주친 그녀가 가이의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녀에게 접근할수록 알 수 없는 세상이 보이게 되고, 어느 날 우연히 은행강도에게 빼앗은 선글라스를 쓴 후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 세상은 온통 아이템과 포인트로 넘쳐난다.


 두근두근대 가슴으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레벨이나 올리고 오라는 쌀쌀맞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름도 평범한 가이(Guy)는 착한 일을 통해 순식간에 레벨을 올리며 더 이상 평범한 존재가 아니게 된다.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불행하게도 가이가 사는 세계는 '수나미'라는 회사가 개발한 게임 속 세상이었고, 그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녀는 도둑맞은 코드의 증거를 찾기 위해 메타버스에 들어온 개발자 밀리(조 키어리 분)였다. '프리시티'의 개발자인 앤트완(타이카 와이티티 분)은 코드를 훔친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데, 레벨이 급상승하며 인기폭발인 가이 때문에 들통날 위기에 처해진다.


마침내 가이가 NPC(non playing character) 임을 알게 되고 게임을 재부팅하여 각성된 가이를 처음의 의식 없는 NPC로 되돌리려 하는데, 이제는 밀리의 도움으로 동료 NPC와 자유로운 세상을 얻기 위해 용감하게 싸우게 된다.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미 포스터를 보고 짐작했겠지만, <프리가이 Free Guy>(2021)는 게임 속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다(어떻게 보면 현실 세계가 배경일 지도 모른다). <리얼 스틸>,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로 유명해진 캐나다 숀 애덤 레비 (Shawn Adam Levy)가 감독을 맡았다. 코미디 영화감독만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2023년 넷플렉스에서 방영된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도 감독했다(퓰리처상을 받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 드니 빌뢰브의 SF 명작 <컨택트(Arrival)>(2017)의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영화 속 주인공 가이는 플레이어가 아니지만 배경인물의 억압과 속박을 벗어 버리고 자신만의 인생을 찾기 위해 주어진 상황을 돌파해 나아간다. 감독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지 말고 자신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다.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1998)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자유의지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의 영화 배경을 믹스한 듯한 영화이다.


가이는 동료 NPC처럼 하루하루 만족하고 사는 배경인물이다. 플레이어의 즐거움을 위해 얻어맞기도 하고 총에 맞기도 하고 무시당하는 게 일상사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주연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분명한 것은 가이에게는 주연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실 가이에게는  또 다른 개발자인 키즈(조 키어리 분)가 특정한 선호사항들을 심어 놓았다. 단순히 각성하는 프로그래머가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에 대한 정보를 혼자 사랑 고백하듯 몰래 넣어둔 것이다. 이것이 엄청난 일로 발전해 버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좋아하면 사랑하고, 사랑해서 세상이 바뀐다. 자유의지의 싹이 있었던 것이다(진정한 자유의지의 정의에는 맞지 않지만).


이 영화는 영화사적으로 기억되거나 심오한 메시지를 갖은 영화는 아니다. 수많은 패러디와 카메오의 출현 등으로 정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코미디 영화이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는 크리스 에반스, 휴 잭맨 그리고 드웨인 존슨이다.


그럼에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NPC(Non Player Character)가 자의식을 갖는다는 설정의 독특함 때문이다. 게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보통 현실 세계의 주인공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주연을 맡는 게 보통이다. 이 영화에서는 어쨌건 NPC가 각성하여 자아를 인식하고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많은 SF 영화에서 로봇이 자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나오는데, 이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게임 속 가상현실에서 배경인물이 주인공이 되었다. 주인공이 있으려면 배경과 조연이 필요하다. 이제 가이는 주연이 되었으니 조연은 우리가 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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