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완 감독의 <밀수>(2023)는 외화가 부족해서 수입이 극도로 금지되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해양액션 영화이다. 당연히 지금으로 보면 당시의 배경과 복고풍 패션이 메인으로 등장한다. 배경음악 역시 그 시절 유행하던 가요가 전편에 적절히 깔린다.
액션을 잘 이용하는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015), <군함도>(2017), <모가디슈>(2021)에 이은 흥행 성적을 유지하면서 한국영화에서 흥행감독으로 자리 잡는 영화였다. 진지함과 코믹함을 잘 섞어 넣었고 두 여배우의 케미가 잘 맞은 영화이다.
제공: (주)NEW
주변에 들어선 화학공장 때문에 해산물이 사라져 가던 '군천'에 밀수의 유혹이 밀려들었다. 선주의 딸이었던 진숙(염정화 분)은 아버지를 닮아 주변사람들에게 잘 베풀고 자연스럽게 해녀들의 리더로서 자리 잡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양담배, 양주 등 소소한 밀수에 발을 들이는데 갑작스러운 세관의 출현으로 가족을 잃고 감옥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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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식모살이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춘자(김혜수 분)는 이 사건에서 가까스로 몸을 피해 서울에서 밀수품 소매상으로 목숨을 이어간다. 그러나 구역다툼에 걸려 권상사(조인성)의 협박을 피하고자 점점 더 깊은 밀수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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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군천'은 옛날의 '군천'이 아니었다. 해녀들의 가정은 풍비박살이 나고 지역은 이제 어벙하던 장돌이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권상사와의 큰 것 한탕을 노리는 춘자는 진숙의 의심을 풀고 점차 옛 관계로 돌아가지만 밀수에 눈이 먼 자들의 욕심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머리싸움과 몸싸움으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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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완 감독의 영화답게 액션장면을 잘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잘 나타냈다. 크게 조인성이 소화하는 육지에서의 액션신과 해녀들이 동네 깡패와 펼치는 바닷속 액션신이 볼만하다. 수중 액션신은 고함이나 신음 소리를 낼 수 없고 동작도 물의 저항으로 둔해 자칫 집중하기가 힘든데, <밀수>에서는 영화후반부에 메인으로 배치하여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잘 소화하였다.잠수영화니 당연히 상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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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인 잠수부인 해녀는 공기탱크 없이 간단한 잠수복과 오리발, 수경만을 착용하고 바다로 잠수하여 전복, 소라 등 어패류를 주로 채취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에 대략 2만 명이 있다고는 하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 제주도에서 작업하지만 육지로 이주해서 곳곳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수심 5m 정도의 지역에서 30초 정도 잠수하는데, 필요하면 1분, 20m까지도 잠수한다. 영화에서 보면 물 위에 솟구칠 때 "휘이익"하는 소리를 내는데, 한꺼번에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소리로 '숨비소리라고 한다. 해안에서 걸어 들어가 하는 물질을 '갓물질'이라고 하고 배를 타고 좀 더 먼 곳으로 나아가하는 물질은 '뱃물질'이라고 한다. 뱃물질의 경우, 선주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출항하여 작업한다. 지역 어촌계나 해녀회에 가입하여야 하며 이를 어기면 민사상 소송을 당하거나 심한 욕을 먹을 수 있으니 아무나 들어가서 따오면 안 된다.
해녀와 잠수병
잠수병은 잠수부, 해녀와 같이 장시간 깊은 물에 오래 잠수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병이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질소 78%, 산소 21%, 기타 기체 1%로 구성되는데, 잠수를 하면 높은 수압 때문에 지상에서와는 달리 질소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오면 체내의 질소가 순조롭게 빠져나올 시간이 없어 질소 방울이 혈관을 막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청량음료를 딸 때, 물이 끓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비등(Boiling) 현상이라고 한다(기압이 낮은 환경에서 인체 내 체액, 피 등이 끓는 현상도 동일한 원리이다). 피 끓는 청춘이란 말이 있지만,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측면에서 새겨 들어야겠다.
이때 주로 두통, 관절통, 난청, 호흡 곤란이 일어나지만, 여러 증상이 동시에 또는 따로 나타날 수도 있어 질병이라기보다는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나타나면 의식 상실, 마비, 폐 파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방 방법은 천천히 상승하여 몸속에서 질소가 빠져나올 시간을 주는 것이다. 통증이 있고 진통제를 먹으면 잠수병 진단을 방해하므로 먹으면 안 된다.
증상은 다이빙 직후부터 24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치료방법은 감압챔버에 들어가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것이다. 해녀병, 감압병((DCS, decompression sickness), 케이슨 병(Caisson Desease), 벤즈(Bends) 병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무호흡 잠수(해녀, 스킨스쿠버)의 경우, 잠수병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물속에서 호흡을 참는 상태에서 폐 속에 있는 기체(여기에도 역시 질소가 잔뜩 들어 있다)로 내(內) 호흡을 하기 때문에 해녀,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도 감압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는 것은 인체가 압력을 더 받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깊은 수심에서 오랫동안 하는 침몰된 선박이나 항공기 수색을 담당하는 특수구조팀은 공기에 불활성기체인 헬륨을 혼합한 기체로 호흡하는 '테크니컬 잠수'를 한다. 물론 감압병에 대한 대처법을 철저히 익히고 100kg에 가까운 장비를 착용하고 잠수한다. 충분한 회복시간을 갖는 것은 필수이다.
매력적인 바다 밑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잠수병에 시달리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무리한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반신마비 등 예상치 못한 결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사전에 안전장비를 챙기고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갑작스러운 부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40대 이상, 과체중이나 심장의 선천적 기형, 폐질환, 만성질환 환자는 아예 잠수는 꿈도 꾸지 말길 바란다. 잘못하면 용왕님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