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 제너레이션(The Pod Generation)>은 여성 감독인 소피 바르트(Sophie Barthes)의 모성애를 SF에 실어 만든 영화다.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알프레드 P. 슬로안 상(Alfred P. Sloan Award)을 수상했다. <왕좌의 게임>의 에밀리아 클라크(Emilia Clarke)와 <노예 12년>의 추이텔 에지오포(Chiwetel Ejiofor)가 주연이다.
기술이 발전하여 자연을 능가하게 된 가까운 미래, 인공 자궁인 ‘팟’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단행하기로 한 부부의 부모 되기 과정을 엮은 SF 코미디 영화다.
(주)왓챠 제공
거대 테크회사 임원 ‘레이철(에밀리아 클라크 분)’은 승진과 함께 최첨단 자궁 센터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와 기뻐한다. 인공 자궁인 ‘팟’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하면 매우 매력적인 장점들이 있다. 힘든 임신 생활을 피할 수 있고 몸매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고, 남편과 임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경력단절도 없이 말이다. 게다가 계약금은 근무하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하지만, 흙과 자연을 사랑하는 식물학자 남편 ‘앨비(치웨텔 에지오포 분)’는 팟을 알(egg)처럼 여기며 “아기가 알에서 나오게 대기를 건 거네”라며 인공 자궁 임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왓챠 제공
이에 ‘레이철’은 과거에 머물 순 없다며 앨비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그를 꼬시고, 앨비는 자연스럽지 못한 과정에 반기를 들지만, 이내 레이첼에 대한 사랑으로 마지못해 자궁 센터를 방문한다. 결국 팟 출산을 감행하기로 한다. 다공성 막으로 된 알을 닮은 인공 자궁 팟에 수정란을 넣은 후 모니터링 앱, AI 상담사를 통해 출산까지 진행한다. 출산이 단지 생리적인 작용만은 아니라고 믿는 앨비와 출산과정의 신비로움에 눈을 뜨는 레이첼은 이 과정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주)왓챠 제공
영화에서 임신기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앨비가 팟에게 집착을 보이게 된다. 예전 방식으로는 불가능했지만 팟을 직접 메고 다니고 이야기를 나누고 품에 안고 같이 잘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엄마의 경험과 역할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여 레이첼이 혼란스러워한다. 앨비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을 보살피는 펭귄에게 일체감을 느낀다. 이제 남자들이 궁금해하던 모성애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주)왓챠 제공
엄마로서 미안함을 느낀 레이첼은 유대감을 느끼려고 직장으로 펫을 데려갔는데, 직장 상사는 방해물로 생각하고 가지고 오지 말거나 직장 내 보관장에 넣어 두라고 한다. 2주일간의 홈스테이 시간이 지나고 자궁센터로 팟을 가져다 놓고 온 부부는 심한 갈등을 느낀다. 출산이 임박하여 반출이 금지됐는데 결국 앨비는 몰래 들고 집으로 온다.
ipod mini,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영화 속 인공자궁은 마치 애플의 아이팟(i-pod)처럼 본체와 도킹 스테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48시간까지 자체 작동이 가능하여 부모와 같이 다니고 여행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원격으로 태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간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게 앱으로 알려준다. 다공성 막은 주변의 소리도 전달해 준다.
태아가 섭취할 영양분의 종류, 음악과 들려주는 책을 선택할 수 있어 각종 환경을 부모가 정할 수 있다. 맞다 다마코치를 키우는 것과 똑같다.
인공자궁
인공자궁(Artificial Womb)은 자궁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인공장기의 일종이다. 현재는 조산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공자궁은 현재의 인큐베이터와 비슷해 보이나 실상은 매우 다르다. 인큐베이터는 자기 호흡이 가능한 28주 이상의 태아만이 사용가능하다. 그리고 수정란의 착상과 이후에 성장을 위한 영양과 산소의 공급등이 불가능하다.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인공자궁,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인공자궁은 많은 SF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는 소재이다. <아일랜드>, <매트릭스>가 대표적인데 인간을 처음부터 기계에서 잉태/부화시켜 장기 공급용 개체로 쓰거나 시스템의 도구로 쓰려는 목적이었다. <스타워즈>에서도 크론을 대량으로 만들어 반란군의 섬멸에 사용하고자 한 장면이 그것이다.
<매트릭스 1>에서 등장하는 인공자궁,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현재의 인공자궁의 연구
인공자궁이 현실화되면 태아의 생장과정에 개인이 쉬워져 여러 가지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미 체세포복제에 따른 임신을 상정하고 있어 여성 커플들 간의 임신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된다. 남성 커플들 간에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말이다. 그리고 딸을 원하는 경우, 남자의 Y염색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정자도 사용되지 않는다. 임신의 방식도 시험관임신으로 이뤄진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이 실험한 UA/UV system, source: wikimedia commons by vartridge, Emily A etc.
이미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태아연구센터가 인공자궁에서 초미숙 상태의 양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진은 어미 양의 자궁에 있던 120~125일 된 초미숙 양(인간의 임신 23~24주 해당) 8마리를 제왕절개로 꺼낸 뒤 비닐백 형태의 바이오백(biobag)에 넣어 최대 4주간 건강하게 성장시킨 것이다.
인공자궁의 핵심은 태아를 키우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미숙 양의 탯줄을 바이오백 외부의 인공 태반 장치와 연결시켰다. 이론적으로는 자연 태반을 인공자궁에 이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2017년 4월 25일 자에 실렸다.
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 youtube 캡처
얼마 전 유튜브에 공개된 하셈 알가일리(Hashem Al-Ghaili)의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엑토라이프: 세계 첫 인공 자궁 시설(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이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가까운 미래에 착상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할 인공 자궁의 세계를 그린 내용이다. 조산이나 사산의 위험성이 없고 앱으로 성장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가상현실로 만져볼 수도 있다. 1년에 3만 명을 출산할 수 있는데, 10년 안에 이 같은 시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거기에 우리나라를 이 기계가 필요한 나라 중 하나로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휴대가 불가능한 대규모 설치형의 인공자궁 시설이라 하겠다.
영화는 밝은 톤의 배경과 무겁지 않은 연기로 심각한 이야기를 가볍게 잘 다뤘다. 임신과정 중의 부모입장에서의 유대감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 양계장 같은 시설적인 측면이 아닌, 감정과 느낌의 문제도 중요하다는 점을 잘 부각했다.
이미 복제양 둘리를 통해 무성생식의 가능성이 연구되었고, 실제로 주변에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현재 기증된 정자와 난자로 애정과 2세에 대한 합의가 없이도 대리모를 통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일부 동성부부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애기를 얻는다.
앨론 머스크는 정자기증을 통해 20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학적으로 아빠인 것은 맞지만 비생물학적으로는 아빠가 아니다. 비혼출산의 비중이 증가하고 총출산의 감소로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자궁이 개발된다면 어떤 여파를 미칠지 궁금해진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논문참조
Partridge, E., Davey, M., Hornick, M. et al. An extra-uterine system to physiologically support the extreme premature lamb. Nat Commun8, 15112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