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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Sep 13. 2023

복제 양 <돌리> 아버지의 부고

생활 속 과학 이야기

1996년 7월 5일(현지시간) 복제 양(羊) 돌리(Dolly, 1996~2003)를 탄생시킨 연구진을 이끌었던 영국 과학자 이언 윌멋(Sir Ian Wilmut, 1944~2023)이 2023년 9월 10일,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병으로 파킨슨병을 앓았다고 알려져 있다. 윌멋 교수가 동물 복제 연구에 몰두하게 된 계기가 파킨슨병 등의 질병 치료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한 슬픈 부고이다.


그는 잉글랜드 워릭셔주 남부 스트래퍼드어폰에이본(Stratford-upon-Avon) 근처에서 태어나 학교 다닐 때부터 동물학에 관심을 가졌다. 노팅검 대학에서 동물학을 공부했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2005년부터 에든버러대로 옮겨 2012년 은퇴할 때까지 몸담았다. 2008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돌리의 탄생 과정... I am your Father.


윌멋 교수는 1996년 에든버러대 로슬린 연구소(Roslin Institute)에서 키스 캠벨(Keith Campbell, 1954~2012) 교수와 함께 다 자란 양의 체세포를 복제해 돌리를 탄생시켰다. 검은색 스코틀랜드 암양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6살짜리 핀란드 양의 체세포인 유선(젖샘) 세포(Mammary cells)에서 채취한 세포핵을 융합하는 '핵 치환' 기술로 수정란을 만들었고, 이를 대리모 암양 자궁에 이식한 끝에 돌리가 태어났다. 수정란의 착상까지 276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양은 모두 다 암컷 양이었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아니지만 윌밋 교수가 아버지였던 샘이다.


돌리 복제 개념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Squidonius (talk), public domain


윌멋의 연구진은 돌리의 탄생을 7개월 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가, 이듬해 2월에 공식 발표했다. 같은 방법으로 태어난 유전자 복제 양 가운데 당시까지 유일하게 생존했기 때문이다. 돌리란 이름은 유선세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가슴이 큰 미국 컨츄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 1946~)'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복제양 돌리는 2003년 2월 14일 짧은 삶을 마쳤다. 당시 과학잡지 네이처는 돌리의 부고 기사를 냈다. 2003년 이후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박제되어 전시돼 있다.


Dolly the Sheep National Museum of Scotland, Source: wikimedia commons by Sgerbic


돌리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보니, 샐리, 로지, 루시, 달시, 코튼 등 6마리의 새끼를 자연 임신으로 낳았다. 복제 양도 정상적으로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돌리는 3살 때부터 조기 노화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돌리는 관절염과 폐선종으로 고생하다 태어난 지 6년 7개월 만인 2003년 2월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2003년은 양띠해 였다). 양의 수명이 평균 약 12년인 것에 비해 돌리는 절반 밖에 살지 못한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6살짜리 핀란드 양의 세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돌리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늙어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윌멋 교수는 돌리는 복제동물이었기 때문에 많은 실험의 대상이 됐고, 연구실의 작은 우리에 갇혀 살았던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오래 살지 못한 것이며, 돌리와 비슷한 시기에 복제된 다른 양들이 돌리보다 훨씬 긴 수명을 누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의 텔로미어(telomere: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염색 소립) 연구는 늙은 개체의 채세포를 이용한 결과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여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다.


“그녀는 과학의 친근한 얼굴이었으며 커다란 과학적 돌파구의 일부가 됐던 아주 친근한 동물이었다”


돌리가 세상을 떠난 뒤 월멋의 조사


Dolly Parton and Sylvester Stallone, 1984, Wikimedia commons by Mel Melcon, Los Angeles Times

초기의 동물 복제 연구는 소, 돼지 등 맛 좋은 식용 가축을 대량 복제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초 복제동물은  소, 돼지가 아닌 양이었다. 이언 윌멋 교수는 돌리 탄생 20주년이던 2016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실용성을 따져 '양'을 택했다고 밝혔다.  "산업적으로는 소를 복제하는 것이 더 좋지만 소는 세대가 길고 연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양은 비교적 세대가 짧고 크기도 작아 다루기 쉬울 뿐만 아니라 연구진이 생식 과정을 잘 알고 있어 비용이 덜 들어갈 것 같아 양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유전자 연구에 초파리를 사용하는 이유와 같다. 



돌리 이후(After Dolly) 


윌멋 전 교수는 돌리 이후엔 복제 기술을 이용해서 재생의학에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2012년에 은퇴한 그는 2018년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털어놓아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병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복제 동물은 돌리 탄생 전에도 있었지만 돌리는 이미 다 자란 동물의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최초의 포유동물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떤 특성이 있을지 모르는 발생 과정의 세포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아는, 다 자란 동물을 복제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돌리의 탄생은 '다 자란 포유동물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오랜 상식을 깼고, 과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더 나아가 포유동물의 체세포 복제 성공은 사람의 세포를 추출해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내 머리카락이나 손톱 조각만 있어도 아무도 모르게 내를 복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탓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종교계를 비롯해 여러 인권단체는 복제 연구를 적극 반대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일반인들의 두려움을 반영해 인간 체세포 복제를 금지시켰다. 그는 당시 “(그 기술은) 우리 사회의 우리 이상에 핵심이 되는 신성한 가족 유대를 위협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복제양 돌리 그 후, 로저 하이필드, 이언 윌머트, 사이언스북스, 2009


하지만 윌멋은 2006년 ‘애프터 돌리, 인간 복제의 이용과 오용’에서 인간 복제란 아이디어에 윤리적 딜레마가 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 그는 책 속에서 “나는 질병을 치유하고 (적용 대상을) 넓히는 데 반대하겠다며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왔지만,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를 놓고 무한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란 점을 먼저 인정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05년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가 개봉됐다. 주연은 무려 이완 맥그리거(링컨 6-에코 역)와 스칼렛 요한슨(조던 2-델타 역)이었다. 3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본체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예비용 장기보관 피조물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한다. 단지 아일랜드 여행권에 당첨되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없고 나가면 장기는 이식되고 폐기 처분된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두 주인공을 필사의 탈출을 하게 된다. 그들은 만든 메릭 박사(숀 빈 역)는 말한다. "내가 널 세상에 태어나게 했어, 하지만 나는 너를 보낼 수도 있어."


"나도 살고 싶다."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는 울부짖는다.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액션신도 볼만하지만 삶이라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누가 정하는 것이 맞는지 등 묵직한 주제들이 간단치만은 않은 영화이다.



돌리의 아버지 격인 이언 윌멋 교수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면 안 될까...


2005년 3월 이언 월멋 교수의 서울대 특강 공고, 출처: 대덕넷


엄마 아빠가 없는 복제 양 돌리는 천국에서 누구를 만났을까? 이제 돌리는 아빠 격인 윌멋 교수를 만났을 것이다. 아마도 서로 알아보기는 했으리라. 돌리는 윌멋 교수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희생양 돌리와 윌멋 교수의 영면을 빈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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