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돌아왔다. <레이더스>(1982)부터 따지면 제5편이다. 무려 40여 년에 걸쳐 주연을 맡은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1942~)는 이번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은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계 은퇴는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올해 81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이전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 2008년에 개봉됐으니 무려 15년 만의 귀환이다. 시간이 지난 만큼 과거 회상 액션신에는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하여 젊은 모습의 인디아나 존스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엑션과 대사에서 어색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대명사격인 OST는 여전히 박진감이 넘친다.
안티키테라야를 노리는 헬레나,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1969년, 은퇴하는 인디아나 앞에 대녀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가 나타난다. 그녀는 오랜 친구였던 옥스퍼드 대학의 고고학과 교수 바질 쇼(토비 존스 분)의 외동딸이다. 20여 년만에 나타난 그녀는 뜬금없이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로 불리는 '안티키테라'를 찾으러 가자고 한다. 대녀가 불쌍하게 생각된 인디아나는 보관하던 안티키테라'를 보여주는 순간, 괴한들이 나타나 납치될뻔하고 그녀는 사라진다.
보물을 훔친 헬레나는 모로코로 가서 불법 장물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빌런이 나타나 인디아나와 함께 다시 도망치게 된다. 안티키테라의 반쪽을 찾아 시칠리아 시라큐스로 향한다. 거기서 아르키메데스의 무덤을 찾는 순간, 악당인 나치출신 물리학자 '폴러'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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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장면에서 카체이싱 장면이 나온다. 비록 멋진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3륜 차를 이용하여 모로코 시내를 요리 저리 빠져나간다. 그제야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임을 눈치채고 꼬마 테디도 함께 모험에 나선다. 이전 인디아나 존스에 나왔던 추격신을 예상하면 된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69년 8월 13일, 달 착륙 후 귀환한 우주인을 환영하는 티커 테이프 카퍼레이드(주변 건물에서 종이 조각을 뿌리는 가운데 차로 지나가는 행사) 행사가 뉴욕 42번가에서 벌어진다. 영화에서는 이 행사를 이용하는데, 이 장면에서 말을 타고 도망가던 인디아나가 잠시 우주인과 조우하게 된다. 스코틀랜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고 물론 대역이 연기했다. 이 우주인들은 4개월 뒤 한국을 찾았다.
인디아나의 친구역으로 등장하여 허망하게 죽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SF적인 상상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시간여행까지 하게 된다. 10번째로 총에 맞은 인디아나는 악당들에게 납치되어 역사의 현장에 끌려가는데, 아무리 영화지만 설정이 억지스럽고 뜬금없이 대륙이동설(continetal drift) 때문에 계산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대륙이 이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질학적 시간을 의미하지 2000년 만에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고령으로 많은 장면을 대역으로 쓰고 얼굴도 컴퓨터 디에이징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디아나의 1인 주연 영화이므로 조연들에게 큰 비중을 줄 수 없었던 감독의 고민이 충분히 읽힌다. 40년 동안 인디아나 존스로 기억되는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 시리즈에서 관객들과 즐거운 작별을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해리슨 포드를 위한 헌사인 것이다.
안티키테라 장치
안티키테라 장치(Antikythera Mechanism),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source: wikimedia commons by Tilemahos Efthimiadis
1900년 크레타섬 북쪽 안디키티라 섬 앞바다에서 잠수부에 의해 발견된 그리스 시대 물건으로 추정되는 청동제 유물이다. 큰 조각과 작은 조각으로 나눠져 발견되었는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방치되다가 1950년 경 예일대학교 정밀조사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정밀한 기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계는 315 x 190 x 100mm 크기로, 대체로 박물관 도록만한 크기인데, 복잡한 톱니바퀴 32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리스어로 명문이 세겨져 있다. 측면에 크랭크와 기어를 돌리는 구멍이 있어 적절히 돌려 날짜를 맞추면 그 해의 해, 달, 별의 위치를 알려준다. 4년에 하루의 윤년을 반영하여 1년을 365일로 정확히 맞추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정교한 기계임엔 분명하지만 당시 아르키메데스가 헤론의 자동문, 성수(聖水) 자판기 같은 기계장치를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당시 기술로 충분히 만들어질 만한 유물이다. 다만 내부 동력장치가 없어 수동으로 작동시켜야 하는 점으로 보아 자동기계는 아니다. 물론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사실 실생활에 필요한 천문학 지식은 이미 완성되어 간편하게 달력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면 이런 럭셔리한 제품은 기호품이나 증정품으로 소량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당연히 영화처럼 타임머신 기능은 없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
Roy Chapman Andrews, Source: Yvette Borup Andrews
그럼 인디아나 존스의 실재 모델이 있었을까?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박사(Roy Cahpman Andrew,1884~1960)가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23년 몽골의 사암 더미에서 백악기 시대의 포유류 두개골을 발견하면서 공룡과 포유류가 동시대에 살았다는 증거를 최초로 발견해 냈다. 평생 현장에서 뛰어다녔고, 미국 자연사 박물관 책임자에까지 오른 앤드루스 박사는 늘 중절모와 채찍을 들고 다녔으며, 뱀을 싫어한다는 것까지 인디아나 존스와 똑같았다.
장생포고래박물관 소재 앤드루스의 동상, 출처:울산시블로그
앤드루스는 1912년 울산 장생포의 귀신고래(Gray Back 또는 Devil Fish)의 생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 포경회사의 협찬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북대서양의 귀신고래는 이미 멸종한 때이다). 이때 귀신고래를 찍고 남은 필름으로 서울의 모습을 찍었는데 이때 찍은 12분 분량의 필름이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에 있다가 공개(아래 유투브 링크 참조)가 되기도 하였다. 그가 미국으로 보낸 귀신 고래의 골격은 뉴욕 자연사 박물관과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에 있다 한다. 현재 2011년 만들어진 그의 흉상과 기념비가 울산 장생포 고래 박물관에 있다. 그의 한국방문을 소재로 다룬 소설책 <붉은 장미>(전경일, 다빈치북스,2020)가 있다. 귀신고래는 우리나라에서 1962년 발견된 이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실 영화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라기보다는 도굴꾼에 가깝게 나온다. 정식 절차 없이 유물에 접근하고 발굴은 커녕 원하는 물건만 가지고 냉큼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설정상 나치에게 중요한 유물을 빼앗길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그려지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대녀에게 조차 '늙은 도굴꾼'으로 매도당한다.
현대 고고학에서는 유물도 중요하지만 세심하고 꼼꼼한 발굴이 더욱 중요하다. 1971년 공주 무령왕릉을 발견하고 17시간 만에 '인디아나 존스'식으로 도굴하듯 발굴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두고두고 한국 고고학계의 수모와 치욕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고고학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