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스펙터클한 영화가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톰 하퍼 감독이 만든 드라마 영화인 <에어로너츠, The Aeronauts>(2020)은 <데니쉬 걸>과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주연으로 나온 에디레드메인(Eddie Redmayne)과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로 나온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가 주연을 한 영화이다. 두 사람은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우주인을 영어로 에스트로너츠라고 하니 에어로너츠는 우리말로 대기인 쯤 될 것이다.
제공: 더쿱
19세기 런던, 예측불허의 하늘을 이해하고 싶은 애송이 기상학자 '제임스(에디 레드메인 분)'와 가장 높은 하늘을 올라갔던 기록이 있는 열기구 조종사 '아멜리아 렌(펠리시티 존스 분)'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열기구 '매머드'를 하늘로 띄운다. 이전 비행에서 남편을 잃은 아픈 경험을 한 에밀리아는 다시는 비행을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제임스 친구 '존 트루'의 "살면서 세상을 바꿀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라는 말에 감동하고 "당신에게 열기구를 타는 것이 의무"라는 말에 결국 마음이 움직인다. 날씨를 최초로 예측하고 하늘의 최고 높이에 다다르기 위해 팀을 이룬 그들은 열기구 '매머드'를 타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출발 모습은 입장료를 받고 쇼하듯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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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열기구를 탄 글레이셔는 자기가 살던 런던의 땅을 내려다보면서 책상에서만 알던 지식을 점점 넓혀간다. 자나치게 신중한 글레이셔는 비행사인 에밀리아의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일을 서두른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 사람의 과거와 열기구를 탈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병렬적으로 풀어간다. 왕립학회의 찐다인 글레이셔는 기상을 날씨로 만들겠다고 좌충우돌하며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겠다는 그의 집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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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적란운을 통과하며 최초의 위기를 맞는다. 비행이 처음인 글레이셔는 당황하며 연구에만 집착하는데 에밀리아의 과감한 대응으로 살아남는다. 폭풍우를 피하는 방법은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광환(corona)과 이동하는 나비 떼를 보며 대기의 신비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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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간이 오른 가장 높은 고도(11,277m)에 다다른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동료애는 다음에 닥칠 위기를 위해 꼭 필요한 무기였다. 온도는 점점 낮아지고 산소가 적어지면서 글레이셔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연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 진행된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열기구 타고 한 번에 쭉 올라갔다가 내려온 이야기다. 이렇게 만들면 다큐멘터리도 재미없기 때문에 감독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넣었다. 한없는 공간인 하늘에서 찍기는 하지만 결국 열기구 속에 2명의 남녀가 있는 과정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찍기도 어렵다. 갈등과 도전, 위기와 반전이 있어야 하는데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행스럽게 신파나 애정관계는 넣지 않았다.
열기구라는 한정된 공간, 천천히 높아지는 고도라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과거를 적절히 배치해서 하늘과 땅의 욕망과 갈등을 대조시켰다. 창공을 실감 나게 재현한 화면과 스펙터클한 풍광(특히 고공 장면은 IMAX 카메라로 촬영)들이 경이로운 장면을 선사한다. 단조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에디 레드메인과 펠리시티 존스의 호흡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드라마적 요소를 메운다.
원작, <하늘로의 추락>
Richard Holmes의 하늘로의 추락 표지 사진, source: amazon.com
<에어로너츠>는 영국의 저명한 군사 역사가인 리처드 홈스(Richard Holmes, 1946~2011)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 Falling Upwards>(2013)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크랜필드 대학과 영국 군사학교에서 군사 및 보안 분유 교수로 재직하며, 베스트셀러인 <웰링턴:강철의 공작>, <붉은 코트>, <영국 전쟁 박물관의 디데이>를 썼다. 다수의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책에서는 제임스 글레이셔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초기 영불 열기구 경쟁, 아름다운 소피 블랜차드의 광란의 불꽃놀이, 미국 기업가 존 와이즈와 프랑스 사진작가 펠릭스 나다르의 장거리 항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남북전쟁 당시 현대 전투의 참상을 관찰하기 위해 사용된 풍선뿐만 아니라 1870-71년 프로이센 공성전 당시 파리를 탈출한 67개의 유인 풍선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 메리 셸리,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쥘 베른이 어떻게 비행에 상상력을 줬는지도 서술했다.
영국의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James Glaisher, 1809-1903), source: wikimedia commons by public domain
19세기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James Glaisher, 1809~1903, 에디 레드메인 분)는 영국 런던의 로더히스(Rotherhithe)에서 손목시계 제조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833년부터 3년간 케임브리지 천문대의 조수를 거쳐,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34년을 지내면서 천체와 자기장 부문(Department of Meteorology & Magnetism) 관리자를 지냈다.
세계 최초로 고도 1만 미터 이상의 상공을 비행했으며, 대기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영국왕립학회의 일원으로서 초창기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위의 업적으로 유명해지게 된다. 1935년 국제천문연맹(AIU)은 달에 그의 이름을 딴 분화구를 명명했다.
영화적 각색이 여러 부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여주인공 아멜리아 렌은 가공의 인물이며 실제로 제임스 글레이셔와 함께 비행한 인물은 헨리 콕스웰(Henry T. Coxwell, 1819~1900)이다. 때문에 영국 왕립 학회는 "헨리 콕스웰'이 그려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아멜리아는 아마도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여류비행사인 아멜리아 메리 에어하르트(Amelia Mary Earhart, 1897~1939)에게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메시르(Messrs) 풍선을 타고 있는 제임스 글라이셔(좌)와 헨리 콕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Rijksmuseum
울버햄튼에서 랭햄으로 올라가는 풍선의 경로, 1862년 7월 17일, source: wikimedia commons by James Glaisher 외
대류권의 과학
대류권(對流圈, troposphere)은 지표면(0km)에서 시작하며 약 11km까지의 기권이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열대의 경우는 고도 16-18 km까지, 극지방에서는 감소해서 10 km 이내이다. 이 층은 전체 대기 질량의 약 75~90%를 차지한다. 'Tropo'라는 단어는 '돌리다', 섞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이다.
고도 1km 상승할 때마다 온도는 약 6.4°C 정도 내려간다. 따라서 중간 위도의 해수면 온도는 17°C 정도이고 성층권과 만나는 대류권계면에서는 -52°C에 이른다. 이는 지표의 복사열이 고도가 높을수록 대기 입자가 적어 적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선은 7,500~8,800m, 국제선은 10,000~12,000m의 고도로 운항한다. 그래서 여객기 모니터를 보면 바깥 온도는 국내선은 -17°C, 국제선은 -50°C까지 내려간다. 대류권의 위 층은 성층권이다.
NASA 지구 대기 순환 묘사,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ASA public domain
대류권은 대기순환과 탁월풍(열대-무역풍, 중위도-편서풍, 극지방-극동풍)이 존재하는 곳이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6개의 대류셀(남반구, 북반구 각각 Hadley Cells, Ferrel Cells(Mid-Latitude Cells), Polar cells)로 나뉜다.
대류권은 기상현상이 일어나고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권에서 가장 중요하다. 군사적으로도 비행기가 운행되는 곳이어서 영공의 개념이 적용되는 배타적인 공간이다.
남북으로 대치된 우리도 풍선을 통해 체재 선전물을 띄워 보내고 있다. 2차 대전 중 일본은 풍선을 띄워 미국 본토를 공격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최근 중국의 풍선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 미국이 F22 전투기를 출동시켜 풍선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 지금 전국 축제에서 행사 중 하나로 등장하는 소원을 담은 풍등(風燈)도 대기권에 희망을 띄워 보내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지구의 대류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