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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20. 2023

운석을 찾았다. 어떻게 할까?

생활 속 지질학 이야기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 법인데 꼭 그 일이 나에게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것저것 알아가다 보면 또 아는가  로또 같은 행운이 올지? 운석 이야기를 해보자.


벼락 맞을 확률 28만 분의 1

로토 1등 맞을 확률 814만 분의 1

운석 맞을 확률 1억 분의 1


2023년 7월 6일, 프랑스 지방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여성이 옆집 지붕에서 쿵 소리가 들린 후 갈비뼈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돌이 자신의 가슴을 쳤는데 그 돌을 자세히 살펴보니 일반 돌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지질학자인 티에리 레프만 박사에게 들고 가 감정을 해 보았는데, 약 110g 정도 되는 철과 규소로 구성된 운석임이 밝혀졌다(서울신문, 2023.7.17). 운석에 직접 맞은 확률은 1억 분의 1이라고 하니 로또 1등을 맞을 확률보다 훨씬 희소한 확률이다. 하지만 운석에 맞았는데도 큰 부상이 없다니 하늘이 도운 것 같다.


운석은 성분에 따라 대체로 석질운석, 철질운석, 석철질 운석으로 구분되고, 가장 흔한 석질운석은 g당 1~2달러 내외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운석에 철성분이 있으면 더 묵직하고 까만 게 특이하게 보인다. 따라서 가격이 철질운석은 g당 2~6달러에 이르고, 내부가 아름다운 석철질 운석은 더 비싸게 팔린다. 만일 이 여성이 맞은 운석이 5달러 짜리라면 대략 550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을 수 있겠다.


Dronino 철질운석, 2000년 7월 러시아, 405g, 7cm X 5.5cm X 3cm, Source: Wikimedia commons by Steve Jurvetson

 

Admire 팔라사이트(감람석, 니켈-철 금속이 같은 양 혼합된 석철질운석), 1881, 미 캔자스, 1.26kg, 15cm X 6.5cm X 6cm  Steve Jurvetso


운석 성분이 비슷하다면 떨어질 때 소란을 일으켜서 스토리가 있는 큼지막한 운석이 더 값이 나간다.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운석


2013년 2월 15일 아침 러시아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떨어졌다. 당시 상황은 유튜브에도 여러 영상이 올라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유성체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지름이 20m , 무게는 10,000톤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유성은 초속 약 20km의 속도로 지구로 진입하여 지상 약 25km에서 공중폭발하며 사라졌다. 폭발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20~30배인 TNT 500 킬로톤이었다. 폭발할 당시 밝기가 태양보다 밝았고 100km 넘어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 됐다.


이 사건으로 주변 6개 도시에 걸쳐 7,000체가 넘는 건물이 피해를 입었고, 1,000명 이상 부상을 당했으며, 이중 100명 이상이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러시아는 10억 루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인류가 최초로 목격한 우주물체에 의한 자연재해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당시 떨어진 운석의 가치였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이 운석을 1g당 우리 돈으로 약 250만 원에 매입했다는 소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러시아 정부가 전체 운석을 매입하는데 1조 5천억 원 정도의 돈을 썼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이후 운석이 떨어진 지역에는 ‘골드 러시’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데 소위 말하는 ‘운석 사냥꾼’들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월 15일 우승자에게 지급된 운석 금메달, Source: collectSPACE


첼랴빈스크 폭발 이후 1년 만에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는 사건 발생 1년 뒤인 2월 15일에 금메달을 받은 7개 종목 10명의 선수에게 특별한 메달이 주어졌다. 바로 1년 전 떨어진 운석의 일부를 포함한 금메달인데 이를 '운석 금메달'이라고도 하고 '별메달'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일반 금메달과는 그 가치를 비교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운석


지난 2014년 3월 9일 오후 8시경 전국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목격되었는데, 다음날부터 진주시 일원에서 총 4개의 운석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추락과정이 목격된 유일한 운석으로 총 43.78kg의 운석이 발견되었다.  운석은 경상남도 산청 상공 25km에서 폭발하였다. 이 운석은 가장 흔한 정상구립운석(Ordinary chondrites)으로 연령은 태양계와 동일하고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기원했으리라 추정된다. 당시 운석의 확인은 극지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진주운석,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발견 직후 언론에서 운석의 가격을 과장하면서 운석사냥꾼들이 진주로 몰려들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3억 5천만 원을 제시하고 매입하여 이를 통해 관광자원화 할 계획을 세웠으나, 소유자가 주장하는 가격의 차이가 너무 커서 협상에 실패하였다. 정상구립운석의 경우, 가장 흔한 종류의 운석인데 욕심이 일을 망친 것 같다. 하지만 발 빠른 사업자는 '진주운석빵'이란 것을 만들어 지금도 팔고 있다. 돌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맞아도 하나도 안 아플 것 같다. 정작 진짜 운석은 아직도 발견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성 앞 진주운석빵집과 운석빵


운석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석은 민법상 소유자가 없는 동산으로 인정되어 발견자가 그 소유권을 갖는다(민법 252조). 즉 줍는 사람이 임자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운석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돌은 그 형태와 질감이 천차만별이라 일반 암석을 운석으로 혼돈할 수가 있다.


먼저 운석을 발견하면 전문가에게 운석이 맞는지 운석의 종류, 크기 등을 확인받아야 한다. 즉 감정서 없는 다이아몬드가 헐값을 받는 것처럼, 전문가 감정이 없는 운석은 돌멩이일 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 진주운석 당시에는 일부 지질학과 교수들이 이를 판별해 주었다. 또 남극에 기지를 두고 운석을 찾아본 경험이 있는 극지연구소가 판정을 해줬으나 공식적인 기관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천문학과 교수에게 찾아가면 안 된다. 땅에 떨어지면 모두 지질학과 관할이다. 국가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필요가 대두되면서 2014년 9월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운석신고센터가 설립되었다. 이 센터는 운석등록 및 운석감정서비스를 실시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신고센터 홈페이지

감정은 2단계로 진행되는데 우선 운석 추정물체의 사진과 시료의 특징 등을 기재하여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이 중 가능성이 높은 시료에 대해 실물을 가지고 감정하게 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무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어서 효율적인 절차를 만들었다. 또한 국내외에서 수집된 운석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벌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운석으로 인정한 것인 만큼 가치를 보존하려면 등록을 하는 것이 좋다.




운석은 하루에서 수백 kg이 지구로 떨어지나 지구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이니 실제로 육지에 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또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운석의 종류에 따라서도 실재 시장 가격의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무작정 내 운석이 비쌀 것이라는 욕심을 접고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하여야 한다. 그리고 개인이 소유하는 것보다는 후손들의 교육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사용한다면 몇 푼의 돈보다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곁들여진 훌륭한 전시품이 오래도록 남아있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은 함께 보아야 더 가치가 있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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