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장맛비가 내린 2023년 7월 5일 오전 7시 반경, 상주-영천 고속도로 하행선 군위 불로터널 출구 인근에서 수백 톤의 암편이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지나는 차가 없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사고를 일으킬뻔했다.고속도로 하행선 두 차선을 다 막은 토사는 이날 밤늦게나 다 치워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속도로의 운행 재개도 그 이후가 될 것이 확실하다.
해당 구간은 야산을 절개하여 길을 내었고 절개 사면에는 암편의 낙하위험이 예상되어 절개면 위를 철망으로 덮어놓은 상태였다.하지만 철망은 사태를 막는데 역부족이었다.
현장 사진을 보면 철망의 윗부분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중간부위의 암석이 붕괴된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지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군위도폭에 따르면 중생대 백악기 신동층군 하산동층인데 주로 사암, 자색 셰일 및 역암 등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상분지지역이다. 퇴적암은 퇴적될 당시에는 평평한 지역에서 쌓여 층과 층사이의 면이 시루떡처럼 수평을 이룬다. 하지만 지층이 압력을 받아 경사나 습곡이 생기면 한쪽방향으로 우세한 경사면이 발달하게 된다.
층사이의 면인 층리면은 암석의 종류가 달라 구조적으로 약한 면이 되는데 물이 스며들기 쉬워 사태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특히 이번 사고 지역 같이 절개를 한 경우에는 풍화토나 기존 지형이 맡고 있던 토석의 흐름방지역할이 사라지므로 층사이에 다량의 물이 스며드는 폭우나 장마시에는 사태(slide)의 위험에 직접 노출된다.또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암편이 떨어지므로 2차적인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퇴적암 지역에 도로 등을 만드는 경우, 주변 지질조사를 통하여 지층의 경사를 가장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경사방향이 도로로 향하지 않는 사면 쪽으로 노선을 선정하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경사지를 관통하는 경우에는 경사면의 방향에 따라 다른 보강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사면의 안정성, 즉 경사면의 암석, 토양이 쏟아 내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경사면에 식물을 심는다던지 축대나 옹벽을 쌓기도 하고, 파일을 아래 기반암에 박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 주변의 피해예상정도, 우회도로 및 지체의 정도등 다양한 기술 외적인 요소들도 사면 안정 공법의 선택에 기준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시설물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시공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실하거나 부족한 시공이었음이 드러났다. 끊임없는 고민과 개선만이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산악을 통과하는 지역을 여행할 때 경사면에 전문가들이 선택한 이런 구조물을 살펴보고 주변 환경을 돌아보면 독특한 나만의 여행법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