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작고 가난한 탄광촌에서 광부의 8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로레타(시시 스페이식 분)는 14살 때 조금은 불량스럽지만 그런대로 활동적인 청년 둘리틀(토미 리 존스 분)과 눈이 맞아 도망치듯 결혼하고 집을 떠난다. 가난에 찌든 부모는 덜 자란 딸을 뺏기듯 보낸다. 소녀 신부이자 10살 연상의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예상처럼 순탄하지 못해,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하는 거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모진 생활 속에 두 사람 사이에 아이들이 생기면서 이 평범한 부부는 다른 지방에 정착해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영화 <광부의 딸>, 제공: 제공: 유니버설픽처스
그러던 중 로레타의 생일날 남편 둘리틀이 전당포에서 중고 기타를 생일 선물로 로레타에게 사다 주게 되고 그 기타를 연주하던 로레타는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 둘리틀의 격려 속에 마을회관 무대에 오른 로레타는 멋진 노래를 선보이고 자작곡 "아엠 어 홍키 통크 걸(I'm A Honky Tonk Girl)"을 만들고 남편과 함께 미국 남부 방송국을 돌며 컨추리 가수로 데뷔에 도전한다. 이들의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고 드디어 로레타의 노래가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로레타와 두리툴을 시험하게 되는데...
광부의 딸
<광부의 딸 (Coal Miner's Daughter)> (1980)은 마이클 앱티드가 감독하고 씨씨 스페이식(로레타 역)과 토미 리 존스(둘리틀 역, 여러분이 생각하는 하버드 나온 그분이 맞다.)가 주연을 맡은 컨트리의 여왕 로레타 린의 일대기로 만든 음악영화이다. 이 영화로 씨씨 스페이식은 1980년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는 친숙하지 않은 소재(광부의 딸, 컨츄리 음악 등)라 그리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미국에선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극장개봉도 하지 않았고, MBC에서 1984년, 1997년에 더빙하여 방송했다.
로레타 린, 1965, 출처: wiki medi. by public domain
실재 주인공 로레타 린(Loretta Lynn, 1932~2022)은 영화 설정과 같이 켄터키 주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났으나, 둘째 딸로 태어났다. 돼지를 치고 밭농사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15살이던 1948년 1월에 2차 대전 참전군인이자 21살 연상(!)인 올리버 둘리틀 린과 만나서 결혼을 한다. 이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워싱턴주로 이주한 뒤 6명의 자식을 낳고 평범하게 가정 주부로 살았다. 1953년 남편이 기념일 선물로 전당포에서 사 온 17달러짜리 하모니 기타가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광부의 딸> 극장 개봉 포스터, 제공: 유니버설픽처스
로레타 린(Loretta Lynn)의 켄터키 주 존슨 카운티 반 리어 붓처 홀러의 생가, 출처: Wiki. Medi. by public domain
린은 1960년(당시 26세) 데뷔 싱글 ‘아엠 어 홍키 통크 걸’을 냈고, 이 노래로 빌보드 컨트리음악 차트 14위까지 오르며 컨트리음악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 후 ‘광부의 딸’, ‘더 필’, ‘피스트 시티’ 등 자신의 인생 경험을 녹여낸 히트곡을 발표했다. 1975년 발표한 ‘더 필’은 만일 피임약이 있었다면 나중에 두 자녀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내용의 노래였다(그 애들이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60장의 앨범을 냈고, 18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세 차례 수상했다. 1988년 컨트리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다. 남성들의 세상이던 컨트리 음악계에서 여성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돌리 파튼, 페이스 힐, 셔나이어 트웨인, 캐리 언더우드, 테일러 스위프트로 이어지는 컨트리 여왕의 계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유의 메달’(미국 시민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을 받았다. 그는 15살에 결혼한 둘리틀과 48년 해로했다. 남편은 1996년 세상을 떠났다.유명가수 크리스탈 게일(Crystal Gayle)과 페기 수(Peggy Due)가 그녀의 동생이다.
광부의 아들, 대만 총통 당선
2024년 1월 13일 치러진 대만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1959~) 현 부총통이 총통에 당선됐다. 타이베이현 완리향(현 신베이시 완리구)의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지룽시(基隆市) 북부 해안가에서 자랐다. 부친 라이차오진(賴朝金)은 완리에서 태어나서 루이팡구(모두 타이베이 북쪽 지역이다)에서 광부로 일했으나 그의 생후 95일 만에 탄광 사고로 사망하여, 이후 모친이 홀로 여섯 자녀를 키웠다고 한다.
라이칭더는 완리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와 대만의 최고 명문고등학교인 타이베이시립 젠궈(建國)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본인이 수재라서 모친이 고생한 듯하다. 국민당의 총통 후보였던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과 고등학교 동기라고 한다. 국립대만대학 재활의학과 물리치료반 학사, 국립성공대학 의학원 학사 후의학과 학사, 미국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공공위생학(Public Health)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친미성향이라 향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차이잉원 총통(좌)과 라이칭더 부총령(우), 2023.6., 출처: 대만총통부
광부라는 직업
모든 부모는 생계를 유지하고 애들을 키우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 그런데 아들과 딸 앞에 수식어로 붙는 직업은 그리 흔치 않다. 정치인의 아들은 흔희 조소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의사의 아들은 질투의 대상으로 붙여지는 정도랄까. 1차 산업 중에서도 농부와 어부의 아들, 딸보다는 광부의 아들, 딸이란 수식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광부는 험하고 힘든 직업이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특히 탄광의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1970~80년대에 우리나라 뉴스에는 탄광사고에 대한 보도가 유독 많았다.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위험한 작업도 마다하지 않던 우리 아버지들이 많은 사고를 당했다. 1979년 10월 27일 문경 은성광업소에서 44명이 희생되는 사상 최대의 탄광사고가 났다. 하필이면 그 전날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는 사건이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광상학을 하다 보면 광산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 요즘은 운영 중인 탄광이 적어 들어가 수 있는 곳도 드물지만, 탄광은 정말로 위험하다. 탄층이 퇴적암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하고, 지하수나 가스 누출에 따른 2차 사고 위험도 높다. 일반인들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정말로 위험하다. 그래서 광부의 아들, 딸의 성공은 모두에게 축하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꼭 광부가 아니더라도 부모는 세상이라는 광산에 들어가 돈을 벌어 자식을 키운다는 점에서 모두 같지 않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