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무주, 부산의 구상암 이야기
문화재는 사실 인식하는 사람의 몫이다. 가치를 부여하면 그것이 문화재이다. 하지만 개인만의 문화재는 일단 남겨두고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문화재를 보면 이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7개 유형으로 나뉜다. 일단 형태가 있어야 문화재가 되지는 않는다. 무형문화재가 그 예이다. 예술활동이나 인류학적 유산, 민속, 습관 등도 문화재가 된다. 또 형태를 갖고 있어도 꼭 사람이 만들 필요는 없다. 그 예로는 명승, 천연기념물을 들 수 있다.
천연기념물은 동물(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포함), 식물(자생지 포함), 지질∙광물로서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창원 팽나무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천연기념물로 등재됐다. 그중에서도 조금 색다른 것이 광물∙지질 문화재이다.
2022년 문화재청의 문화재 기본정보에 따르면 광물∙지질 문화재가 포함되는 지구과학기념물은 총 91개이다. 고생물이 23개(화석산지), 생물이 5개, 자연현상이 1개(의성 빙계리 얼음골), 지질,지형이 42개, 천연동굴이 20개입니다. 지구과학기념물은 대개 관광지로 개발된 경우가 많아 익숙한 곳이 많다. 천연동굴이나 제주도 산굼부리, 한탄강 협곡, 경주 현무암 주상절리가 그것이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관이자 문화재이다. 가장 낯선 것이 암석 기념물인데 그중에 이름이 비슷한 세 가지가 있다. 상주 운평리 구상화강암(천연기념물 제69호), 무주 오산리 구상 화강편마암(천연기념물 제249호) 그리고 부산 전포동 구상반려암(천연기념물 제267호)이 그것이다
상주 운평리 구상화강암(尙州 云坪里 球狀花崗岩, Orbicular Granite in Unpyeong-ri, Sangju)
상주시청에서 차로 15분이 안 걸리는 남서쪽에 있다. 운평리에는 운곡마을에 의암고택(依巖古宅)이라는 경북지방문화재가 있다. 입구에 탕건 모양의 작은 바위가 하나 있는데 탕건석이라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의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이다. 이 집 돌담길을 끼고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삼거리에 소공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천연기념물이 있다. 서로 격을 논하기엔 맞지 않지만 어쨌든 초라한 전시장이다.
상주 운평리 구상화강암은 원래 운평리 계곡 바닥에 전석 형태로 발견되던 것을 상주시청 무양청사로 옮겨 전시, 보전하던 것을 2013년 발견지 근처로 이전했다. 유명세를 얻어 그 팔자가 기구한 모양새다. 조금 올라가면 발견지가 나오는데 주변 노두에는 보호 팬스를 쳐서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런 종류의 돌은 발견된 노두가 중요하다. 그 지역의 지질적인 특성을 알려주고 연구에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도난의 위험이 있어 옮겼겠지만 제자리 혹은 적어도 발견지 근처로 돌려놓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동그란 공 모양의 구상 구조(결핵체)가 들어있는 화강암이다. 모양에 따라서는 불규칙한 원이나 타원형으로 나타난다. 공의 지름은 5∼13㎝이며, 가장자리는 검은색을 하고 있다 화강암이 형성될 때, 핵을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성분이 다른 광물이 원형으로 정출 되며 형성된다. 모양이 거북이등과 비슷해서 마을 주민들은 ‘거북돌’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김형식 등에 의하면 암석의 종류는 화강섬록암이라고 하며 공의 핵 부분은 무색의 사장석과 휘석의 결정이 방사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또 껍질 부분은 유색 광물인 휘석, 흑운모, 각섬석이 핵을 중심으로 동심원상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만들어지는 방법은 핵이 먼저 형성되고 마그마 내에 떠 있는 상태에서 핵의 주변에 있는 마그마가 균질하게 암석을 굳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성된 핵이 마그마 내에서 대류를 하면서 천천히 껍질 부분을 균질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질도는 이 지역을 시대 미상의 흑운모화강암질 편마암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사실 암석의 구별은 전문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암석 이름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암석에서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생성 깊이에 따른 구분인 심성암과 반심성암은 인위적인 구분이라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섬록암과 화강암은 같은 심성암이지만 화학 조성에 따라 구분하는데, 화학 조성이란 게 암석의 부분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성분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볼 때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보아야 한다.
무주 오산리 구상 화강편마암 (茂朱 吾山里 球狀花崗片麻岩, Orbicular Granite Gneiss in Osan-ri, Muju)
무주군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동북쪽에 있는 오산리 왕정마을의 산 중턱 계곡에 있다. 계곡 아래에 3~4대 정도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고 계단을 260여 개 정도 올라가면 보존 지역이 나타난다. 주변 지질은 화강암질 우백질(희다는 뜻) 편마암인데 전기석(tourmaline)이 포함되어 있다.
불행하게도 여기서는 구상 구조가 잘 보이는 암석이 없다. 입구 계단 옆에 한 덩어리 놓여 있는데 이게 상태가 제일 좋다. 구상 구조가 잘 보이게 가공한 화강편마암은 무주군청 뒷 뜰에 7점과 차로 20분 거리인 설천면 무주 반디랜드 매표소 앞에 2점이 전시되고 있다.
무주 구상 화강 편마암에 만들어져 있는 둥근 핵은 지름이 5∼10㎝이고 색깔은 어두운 회색이나 어두운 녹색이다. 권용완(1995) 등에 따르면 핵의 성분은 변성 광물로 근청석-규선석-흑운모-올리고클레이스이다. 각은 운모질의 우흑질 각과 장석류의 우백질 각이 교대되어 나타난다. 성인은 이 지역을 이루는 화강암질 편마암의 기원이 된 암석인 화강섬록암 중에 이 암석이 관입하면서 주변의 암석을 떼어내어 포획한 이질(점토) 성분의 퇴적암이 변성 작용을 받아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조금 어려운데 간단히 요약하면 퇴적암이 변성을 받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몇 번의 변성 과정을 통해 구상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구상암은 화성암 속에서 발견되는데 마그마의 순환과정에서 주로 생긴다. 하지만 무주의 구상암은 변성암 속에서 발견되고 있어 매우 희귀한 경우에 속하며 학술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고장 사람들은 암석의 표면이 마치 호랑이 무늬를 닮았다 하여 "호랑이 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부산 전포동 구상반려암 (釜山 田浦洞 球狀斑糲岩, Orbicular Gabbro in Jeonpo-dong, Busan )
부산은 꽤나 지질적으로 복잡한 동네이다. 그래서 교통도 불편하다. 부산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안산암산인 황령산은 도심지에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교통의 흐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그래서 산을 뚫는 황령 터널이 있다. 황령산이 가운데 있는 만큼 사람들은 산의 기슭으로 올라가 전망과 햇볕을 찾아 집을 지었다. 부산진구 전포동은 서면의 동쪽 황령산 기슭에 위치한다. 옛날에는 동천까지 배가 들어와서 동네에 있던 밭과 함께 전포동(田浦洞)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동의과학대학교 운동장 남쪽 산기슭에 있다. 부전역 6번 출구로 나와 학교도 들어가서 정보관과 운동장 사이 공목을 보면 구상반려암을 알리는 길 표시가 있다. 구상반려암이 산출되는 곳에는 데크와 안내문, 암석표본 등을 전시하여 편안하게 답사하기 좋다. 천연기념물 구상반려암을 알리는 화강암 비석도 있다. 진남로 진공빌라 옆길로 올라가는 게 가장 빠른데 아파트 공사로 막혀 있다.
반려암(斑糲岩, gabbro)이란 화성암 중 화학성분이 염기성인 심성암을 말한다. 결정이 잘 보이는 완정질에 결정의 크기가 큰 조립질 암석이다. 사장석, 휘석, 각섬석, 감람석, 자철광 등이 들어 있는 고철질(mafic) 암석이어서 암흑색~암회색을 띤다. 반려암 성분의 마그마가 지표에 노출되어 나오면 우리가 잘 아는 현무암을 만든다. 우리나라에는 화천, 춘천, 함양, 부산 등에서 볼 수 있다.
구상암(球狀岩)이란 공처럼 둥근 암석으로 특수한 환경 조건에서 형성되며, 대부분 화강암 속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부산 전포동의 구상 반려암은 길이 400m, 폭 300m에 달하는 반려암 속에 구상암이 들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구상암의 지름은 작게는 1㎝ 이하인 것부터 크게는 5∼10㎝인 것도 있다. 색깔은 암록회색 내지는 연한 회색이다. 후기 백악기에 황령산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안산암류를 암주상으로 관입한 황령산 반려암을 모암으로 하여 생겼다.
.
구상암의 핵은 사장석과 감람석이고 각부분은 사장석, 감람석, 휘석이 교대로 나타나며 구상 형태를 보인다. 점성이 낮고, 알칼리 성분이 적고 Al 성분이 풍부한 반려암질 마그마가 서서히 냉각되면서 사장석이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핵을 구성하였고 나중에 잔류 용액 중에 있던 성분들이 미립질의 중색 암질(mesocratic)인 각부분을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구상 구조를 만드는 광물이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에 약하다. 따라서 암구들은 제일 먼저 침식되어 움푹움푹해 보인다.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떨어져 나온 돌인 전석(轉石)이 아니라 노두(지표면적 0.14 평방km)의 모습이어서 그 가치가 더 높다. 부산 전포동의 구상 반려암은 암석의 생성과정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매우 희귀하고 특수한 암석으로서 지질학적 연구가치가 크다. 1977년 부산대학교 김항묵 교수가 발견하여 보고하였다. 198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구상암은 이외에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인정된 청송 주왕산, 부산 장산, 청송의 구과상 유문암(毬果狀 流紋巖, 일명 꽃돌)이 유명하다.
천연기념물 중 암석 3가지는 공교롭게 구상암이다. 구상암은 그 암석이 무엇이든 간에 동그랗게 모양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오래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때는 ‘꽃돌’이라는 이름으로 실내장식품으로 만들어져 팔려 나갔다. 어떤 문화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멋있고 예쁘다고 가져다가 집안에 놓는 것은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사람의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증거물이 된다. 후손에게 연구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산출된 곳에 훼손 없이 보존하여야 할 것이다. 자연문화재는 재생이 안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권용완, 김형석, 이설경, 1995, 무주 구상편마암의 성인에 관한 연구, 암석학회지, 4권 2호, p.186~200
2. 김형식, 김진섭, 김항묵, 1979, 부산 황령산 일대의 구상 반려암질암에 대한 연구, 대한지질학회지, 제15권, 제4호, p.295~313
3. 김형식, 박찬수, 1992, 상주 구상 섬록암에 대한 암석∙지화학적 연구, 천연기념물(화석, 암석류) 및 공룡발자국 화석류 조사 보고서, 대한지질학회, p.101~131
4. 박맹언, 2008, 돌 이야기, 산지니
5. 오창환, 김성원, 황상구, 손창환, 김창숙, 김형식, 2004, 청송 주왕산 북부 일대의 구과상 유문암에 대한 연구, 암석학회지, 제13권 2호, p.103~118
6. 우수현, 윤성효, 이정현, 고정선, 2009, 부산 전포동 반려암의 구성광물에 대한 연구, 대한광물학회 및 암석학회 연합 학회
7. 이승호, 2008, 상주 구상화강암에 대한 암석 및 광물학적 연구, 경북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8. 한국의 지질노두 150선, 2004, 지질자원연구원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