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UN 총회는 매년 9월 세 번째 화요일에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열린다. UN총회는 유엔 193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외교무대이다. UN은 1945년 10월 24일에 창설됐는데, 이 날은 한때 우리나라의 국가 공휴일이었다(참고로 우리나라는 1991년에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했다). 워낙 상임이사국들의 힘이 세기 때문에 UN이 창립 이념만큼 잘 작동하는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국제적인 이슈에 입장을 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가진다.
UN 총회에는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며, 옵서버는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이다. 총회는 5개 상임이사국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세계정세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 여론을 반영하고 국제사회의 합의와 방향을 제시한다. 총회 결의안은 과반수(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없어도 총회에서 문제를 검토·권고할 수 있다. 물론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휴전 촉구, 분쟁 해결, 국제기구 개혁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룬다.
일반 토의(General Debate)의 첫 국가 연설은 브라질 대표가, 두 번째는 총회가 열리는 국가의 대표(본부가 미국이니 미국 대통령이 한다)가 맡는 것이 관례이다. 브라질이 가장 먼저 하는 이유는 제10회인 1955년 총회에서 아무도 먼저 발언하길 꺼렸는데 브라질이 자청하고 나서서부터 관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냉전시대에 어디에도 눈치를 보지 않던 브라질의 외교적 위치이라는 평가도 있다. 올해는 23~25일까지 진행된다. 각국 정상, 총리, 장관 등이 연단에 올라 15분간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우리나라는 첫날 오전 마지막 순서로 연설했다.
유엔 건물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터틀 베이 지역에 자리하며, 록펠러 센터 건축에 참여한 미국의 건축가 월리스 해리슨(Wallace Harrison, 1895-1981)의 총괄 하에 12개국 건축가로 구성된 국제건축위원회가 설계했으며, 국제 스타일로 1953년에 완공된 유엔 사무국 빌딩을 포함하여 여러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유엔 본부 설계에는 당시 쟁쟁한 건축가들이 모두 탐내던 프로젝트로 결국 최종안은 브라질의 현대 건축가인 오스카르 니메이예르(Oscar Niemeyer, 1907~2012)의 고층 빌딩안과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단일 대형 건물 안을 절충하여 사무동 및 회의건물이 지금 모습과 같이 지어지게 된다. 보통 자료에는 단일 건축가가 아닌, 세계 각국 건축가 12명으로 구성된 국제건축위원회에서 협력하여 설계했다고 나와 있는데, 미국의 건축가 월리스 해리슨이 전체적인 계획을 총괄했다 한다. 땅도 빌려주고 자기들 부도 보여줄 겸 미국 주도적으로 건설된 모양이다.
39층 높이의 사무국(Secretariat) 건물, 지붕이 달린 총회 건물(General Assembly Building), 다그 함마르셸드 도서관(Dag Hammarskjold Library), 총회와 사무국 사이에 자리 잡은 회의와 방문객 센터(Conference Building) 등 주요 4개 건물로 구성된다. 4개 건물은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 주변의 울타리 안에는 유엔기와 193개 유엔 회원국의 국기들이 영어의 알파벳 순서로 계양되어 있다.
39층의 사무국 건물(높이 505 ft, 약 154m)은 사무총장, 법률 정세의 차관, 정치적 정세의 차관 등의 사무실들을 갖추고 있다. 북쪽과 남쪽의 좁은 옆면은 버몬트 대리석(Vermont mable)으로 만들어졌다. 이 면에는 창문이나 입구 등이 없다. 서쪽과 동쪽을 유리 커튼월로 만들어 멀리서 보면 마치 기념비처럼 보이게 했다. 뉴욕 최초의 전면 유리벽 건물이다.
회의 건물은 총회 건물과 사무국 사이에 회의 건물이 이스트 강을 마주 보고 있다. 그 건물은 안전보장 이사회 방을 갖추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건축가 아른스테인 아르네베르그(Arnstein Rynning Arneberg, 1882 ~ 1961)에 의하여 디자인되었다. 2025년 한국은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다.
다그 함마르셸드 도서관은 1961년 11월 16일에 포드 협회로부터 기증되었고, 본부 건물의 남서부 모퉁이에 사무국 좌측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도서관은 40만 권의 책, 9,800장의 신문과 시대적 타이틀, 80,000장의 지도, 우드로 윌슨의 기증을 기념하는 8,600권의 국제 연맹 문서들, 그것과 관련된 6,500권의 책들과 팸플릿을 소장하고 있다.
총회 건물은 1,800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총회 홀을 갖추고 있다. 115 ft(35 m)의 넓이에 165 ft(50 m)의 길이를 지닌 본부 건물에서 가장 큰 방이다. 총회 홀에는 프랑스의 화가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1881~1955)가 그린 2개의 벽화가 달려있다. 회의실의 앞에는 총회 의장, 사무총장과 총회 차관 등을 위한 초록색 석재로 만든 책상과 연설자를 위한 연설대를 갖추고 있다. 그 뒤에는 유엔 로고가 달려있다. 건물의 원래 계획은 외관을 대리석으로 만들 것을 계획되었으나, 결국 영국산 포틀랜드 석회암(Portland limestone)으로 지어졌다.
포틀랜드 돌은 후기 쥐라기 티토니아 시대의 석회암(공식 명칭은 포틀랜드 돌층)으로, 영국 도싯의 포틀랜드 섬에서 채석된다. 아마도 육지 근처의 얕고 따뜻한 아열대 바다 바닥에 형성된 해양 환경에서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탄산칼슘이 작은 모래나 조개껍질등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서 성장하기에 어란상(ooliths) 구조를 보인다. 영국 제도 전역, 특히 세인트 폴 대성당과 버킹엄 궁전과 같은 런던의 주요 공공건물에서 건축용 석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연단(로스트럼, Rostrum)
회의실의 앞쪽(남쪽)에는 총회 의장, 사무총장, 총회 업무 및 회의 서비스 담당 차관을 위한 녹색 사문석암(Serpentinite) 책상이 있는 연단이 있다. 그 앞에도 비슷한 스타일로 디자인된 연단이 있다. 큰 연단 뒤에는 금색 배경의 유엔 엠블럼이 있다. 보통 각국 정상은 의장석 앞에 있는 작은 연단에서 시간을 갖는데, 정상들 뒤로 보이는 녹색 벽이 사문암이다.
사문석암은 주로 사문석 광물로 구성된 변성암으로, 맨틀의 마그네슘과 철이 풍부한 감람석과 같은 염기성 암석이 뜨거운 물과 화학적으로 반응(수화, hydration)하여 사문석 광물로 변성되는 사문암화(serpentinization)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사문석 광물로는 앤티고라이트(antigorite), 리자다이트(lizardite), 크리소타일(Chrysotile, 석면)이 있는데, 앤티고라이트가 많으면 연한 녹색에서 짙은 녹색을 띠며, 때로는 비늘이나 뱀 피부와 유사한 질감을 가질 수 있어 사문석(蛇紋石, serpentine, Mg3Si2O5(OH)4)이라고 한다.
지질학적으로 좀 더 보면, 섭입대에서 섭입 하는 판이 끌고 들어가는 물이 염기성 내지 초염기성인 상부의 맨틀을 변질시키면서 사문석을 다량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해양 지각을 구성하는 현무암과 반려암 등에 포함된 감람석과 휘석이 물에 의해 변질되면서 사문석으로 변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사문석은 주변 암석보다 가볍기 때문에 상승하여 지표면이나 해저에 분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문석이 발견되는 곳의 환경을 과거에 섭입과 관련된 지역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사문석은 충청남도 지역에서도 산출된다. 사문석은 광택이 나도록 갈고닦으면 마치 대리석처럼 보여 장식용 석재로 그만이다. 그 고급스러운 색상과 매끈한 표면이 일반적인 대리석 따위가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내뿜는다. 아마도 그래서 유엔총회의 연단 배경으로 선정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