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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 May 02. 2023

보라색과 흰색

“응급 아이 왔어요!”




23년 4월 16일, 한가로운 일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간쵸가 벌떡 일어나 초롱이를 안아 들고 거실로 나갔다.

매일 오전 9시에 먹여야 하는 약을 먹일 시간도 아닌데 빨리 일어난 것이 의아했고,

데리고 나가는 뒷모습이 급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잠에서 덜 깬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간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초롱이가 뭔가 이상해.. 혀가 파란 것 같아””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그런 것 같아. 병원 가자.””


이상하다.

호흡수도 아슬아슬했지만 30 초반이었고, 숨 쉬는 것 보니 폐수종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다.

산소방에서 숨을 쉬고 있는 초롱이의 혀를 확인했다.


보라색이었다가 하얗게 변했다.




4월 7일 심장전문동물병원에서 응급 시 2차 병원으로 이동할 때 쓰라고 처방해 주신 앤지덤 패취 2mg을 찾아 손을 덜덜 떨며 가위로 반을 잘랐다.

털이 없는 부위에 붙이라 하셨는데 초롱이는 미용을 안 한 지 몇 개월째…!

그나마 털이 없는 부위인 귀 안에 붙이려는데 이 와중에 초롱이는 싫은지 계속 피한다.

‘뭐야 아픈 애 맞아? 왜 이렇게 잘 피하지?’

어쩔 수 없이 이발기를 들고 간쵸와 힘을 합하여 초롱이 등에 털을 밀어 빵구를 내 패취를 붙였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 초롱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드는 응급 처치를 끝내고 2차 병원으로 출발했다.


가는 내내 불안한 생각들이 나와 간쵸를 덮쳤다.

‘폐수종 온 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또 폐수종이 왔다고..?’

‘이제 진짜 끝이 온 걸까?’

‘초롱이를 보내줘야 하는 걸까?’

‘우리 욕심인 건가? 초롱이는 지금 괴로울까?’




병원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아무도 없었다.

초롱이 호흡 소리가 눈에 띄게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시간은 아침이지만 병원 진료시간으로는 심야 시간이라 문 앞 벨을 눌러야 2층에서 진료 보시는 응급 담당 선생님이 내려와 문을 열어주시는데,

그날은 누가 문을 그냥 열어 놓아 우리가 들어갈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아무도 없는 1층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거였다.


아무튼 출근하는 수의테크니션 선생님 붙잡아 상황 말씀드리니 응급 선생님을 호출했고, 초롱이는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오전 9시가 지나자 하나 둘 많은 강아지들과 보호자들이 들어왔다.

그 많은 사람과 동물이 섞인 무리 속, 우리 옆엔 빈 유모차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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