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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07. 2022

일본 남자와의 연애 이야기 : 첫 만남

26살 사회생활 1년 차의 연애



그와 함께 갔던 디저트 가게, 안미츠가 정말 맛있었다



현남자친구와의 일상을 남겨보고 싶어서 쓰는 글



일단 먼저 일본에 가게 된 얘기부터 꺼내자면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일본취업과 국내취업을 동시에 준비했으나

한국은 취업시장이 어려웠고 해외취업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서 같이 준비했으나 일본 기업만 합격 소식을 안겨주었다.


한국에서 일해도 일본에서 일해도 상관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일본행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라서 해외취업이 살짝 유행하기도 했었다. 나를 제외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행을 택했고 입사할 당시에만 해도 같은 기업에 한국인 동기가 4명이나 있었다. 날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일본행을 선택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한국은 정말 신입에게 가차 없는 취업시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야기가 세지 않도록 다시 돌아오면 일본 기업에 취직하고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건너왔다. 집은 도쿄 근방으로 정했고 집은 내가 정하고 회사가 계약해주었다. 사실 해외에 나간다고는 하나 회사에서 많이 편의를 봐주어서 편하게 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나는 영업직으로 입사하였지만 회사에서 현장 분위기와 기술을 익히게 하기 위해 현장에 1년 동안 연수를 시키는데 당시에는 코로나도 아니었기에 정말 많은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때 마지막 현장 연수지에서 현남자친구를 만났다.


현남자친구를 편하게 Y라고 부르겠다.


Y는 이 회사에 입사해서 쭉 일하고 있던 선배로 기술직이었다. 나보다 4년 선배였지만 휴학을 하지 않고 군대를 가지 않는 일본인이기에 나이는 3살 많았다.(내가 워킹홀리데이로 1년을 휴학해서 나는 1년 졸업이 늦어졌다) 현장에는 일반적으로 중장년이 많기에 젊은 선배는 나름 나를 챙겨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접점은 없었다. 내가 당시 그 현장에서는 처음으로 간 외국인이었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기는 했다. Y와 별도로 연락을 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시간이 지나고 Y가 그 현장에서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게 내가 연수를 끝마치기 2주 전에 이동하게 되었다. 다들 송별회를 하고 싶어 했으나, 때마침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여 송별회를 못하게 되었다. 다들 아쉬워했고 나도 아쉬웠었다. 그래서 Y와 단 둘이 업무하는 날, 내가 Y에게 시간이 되는 사람들만이라도 같이 저녁이나 먹자라고 권유했다. Y는 내 말을 듣고 놀래더니 다른 사람들 중에 고령자도 있기에 코로나에 걸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우리 둘만이라도 같이 밥 먹자고 다시 권했다. Y는 술 안 마시고 밥만 먹는 거라면 괜찮다고 했다.


내가 권하긴 했으나 밥만 먹는 거면 괜찮다고 굳이 한마디를 더하는 Y에게 살짝 짜증이 일었지만 3년을 일하고 떠나는 현장에서 아무도 따로 만나려고 하지 않는 그의 입장이 안쓰러워 참았다. 


심지어 Y는 회사 핸드폰은 귀찮다고 쓰지도 않았기에 라인(한국에서 카톡을 많이 쓰는 것처럼 일본은 라인을 많이 쓴다)을 물어봤으나 이상하게도 바로 알려주지 않았고 만나기로 한 당일날은 Y의 당시 현장의 마지막 출근날이었는데 다른 분들이 마지막 날이니까 편하게 있으라며 Y가 나와 단 둘이 일할 업무를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하게 되었다. Y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해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상냥한 아저씨들이었기에 미안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이 회사는 각자에게 회사 전용 핸드폰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락할 일도 회사 핸드폰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회사 핸드폰을 나름 잘 이용했다. 동기랑 연락하거나 상사랑 연락하거나 등등 업무 중에도 많이 쓰인다. 


나는 바로 라인을 알려주지 않았던 Y의 잘못이 있었기에 이 약속이 깨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회사 핸드폰도 쓰지 않았고. 당일날 업무를 마치고 다른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렀고 다는 바로 사무실에 들어갔기에 그 사이에 Y는 쏜살같이 자기 라인 코드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코드로 등록하고 인사말만 보낸 뒤에 퇴근했다.


내가 먼저 퇴근하는 일정이었기에 끝나고 역 근처 백화점에서 구경하다가 퇴근했다는 그의 연락을 받고 역에서 만났다. 


당연하게 선후배로 마지막 작은 송별회로 만난 것이기에 토리귀족(일본에서 닭꼬치를 전문으로 파는 저렴한 이자카야 체인점)이라도 갈까요? 하고 제안했으나 그는 일하면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며 자기가 찜해둔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따라가면서 나는 당연하게 더치페이라고 생각했기에 당황스러웠다. 신입이고 모은 돈도 없고 월급도 적으며 해외에서 혼자 살다 보니 외식으로 큰돈 쓰는 게 부담스러웠던 시기였다.


Y가 데려간 레스토랑은 당연히 비싸 보이는 곳이었고 메뉴도 나는 싼 걸로 시키려고 했으나 Y가 자기가 마지막이라며 코스를 시켰다. 1인당 5천엔이 넘었다. 나는 2천엔 정도만 낼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냥 내기로 마음먹었다.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양도 많았다. 일본에 와서 먹었던 맛있는 집을 떠올려보면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었다. 비싸도 내부에 손님도 많았다. 둘 다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며 먹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식사를 한 거 같은데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Y가 대화 내용을 바꾸었다.


그날 당시 나는 그래도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고 단정하고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갔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일본에서 산 원피스였다. 일본어 발음을 자연스럽게 내기 위해서 보컬 학원을 다녔는데 (지금도 다닌다) 보컬 학원이 끝나고 나서 근처에서 산 원피스였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현장연수를 하며 힘들었던 일을 토로했는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초반에는 일 얘기만 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이야기도 했다. 평범하게 회사 동료와 나누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나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더니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 이케부쿠로에서 보컬 학원을 다니는데 학원이 끝나고 선샤인 시티(유명한 쇼핑센터)에서 구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서 폭풍같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부담스러운 질문도 했는데 당시엔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데.. 하며 그저 애매하게 웃으며 넘어갔다.


밥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Y는 계산을 다 해놓았다. 내가 너무 놀래서 돈을 송금하겠다고 했다. 아니면 현금으로 반을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Y는 자기가 오고 싶은 곳에 왔으니 자기가 내는 게 당연하다며 괜찮다고 거절했다. 내가 억지로 쥐어주려고 하니까 너도 후배가 생기면 맛있는 걸 사주면 된다고 하여 알겠다고 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오후 8시였는데 Y는 아쉽다며 2차를 가자고 했다. 아니요,.. 밥만 먹는다면서요 하려다가 금요일 저녁이었고 나도 해외에서 심심했으니 2차 가게를 찾았다.


역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작은 이자카야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둘 다 레몬 사와를 하나씩 시키고 배불렀기에 안주로는 견과류 세트를 하나만 시켰다. 거기서 Y는 갑자기 스킨십을 유도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는 손이 못생겼다. 내 손 볼래? 등등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만 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손 잡으려는 어설픈 유혹이었다. 나는 술이 약한데 레몬 사와를 반만 마시고도 졸려서 슬슬 가자고만했다. 막차를 타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Y는 당황하면서 막차까지 놀자고 권유했다. 나는 싫다고 거절하는 실랑이를 벌이고 막차보다는 30분 빠른 전철을 타기 위해 일어났다. 그래도 여기서는 내가 계산했다. Y는 여자한테 얻어먹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방금 5천엔이 넘는 코스 요리를 얻어먹고도 2차를 계산 안 하는 건 양심에 찔린다고 했다. 2차는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금액인 2천엔이었다. 


나를 개찰구까지 데려주고 헤어졌다. 집 가는 길에 잘 가라는 라인도 보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자마자 잠들었는데 오랜만에 데이트 같은 데이트를 해서 즐거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해외 생활을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 됐던 시기였는데 그동안 일본으로 놀러 와 준 친구들과 동기들만 좀 만났지 그것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항상 아쉬웠었다. 그래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었지만 같이 노니 즐거웠다고 느꼈던 것 같다.


즐거웠다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Y가 아쉽다며 다음 주에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외로운 외노자인 나는 자연스럽게 승낙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 주말에 다시 만났다.










사귀고 난 이후에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항상 제가 밥 한번 권유한 거 가지고 많은 걸 바란다고 얘기하고

남자친구는 오타쿠한테 식사를 권유하면 사귀자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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