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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07. 2022

일본 남자와의 연애 이야기 : 두 번째 만남

26살 사회 생활 1년차의 연애



그렇게 우리는 그 다음 주에 만나게 되었다.


장소는 시모키타자와.


시모키타자와에서 수프 카레를 먹고 구경을 하다가 헤어질 생각이었다. 3월이었는데 비가 와서 정말 추웠던 기억이 있다. 한 번 만나긴 했으나 얼굴이 잘 기억에 남지 않아서 만나도 알아볼 수 있을가 걱정이었다. 역에서 내려서 Y에게 연락했더니 Y가 날 알아보고 다가왔다. 일주일만이었지만 처음 만난 것처럼 인사하고 수프 카레 가게로 갔다.


앞에 대기팀은 없었으나 만석이어서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아 주문했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기대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사람이 많아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Y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처음에 만났을 땐 저녁이었고 레스토랑도 이자카야도 어두워서 잘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낮에 보니 어떠한 인상인지 알게되었다. 참고로 일할 때는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할 일은 없어서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일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기도 했고.


Y는 아주 살짝 어두운 피부로 안경을 꼈는데, 안경을 끼고도 눈이 커다랗고 이목구비의 조화가 좋았다. 나중에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았는데 인상이 많이 다르기는 하나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키는 평범하고 체형도 평범했다. 머리는 반곱슬에 머리카락이 굵어서 정돈하기 힘들어 보였다. 웃을 때는 한 쪽 송곳니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렸을 때는 더욱 중성적인 이미지였다고 했다. 그런데 패션 센스는.... 별로였다.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수프 카레는 정말 맛있었다. 맛있게 비우면서 일상 이야기, 회사 이야기를 했다. 내가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일본 생활도 익숙하다고 얘기하기엔 어려워서 Y는 내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이야기는 정말 즐거웠으나 밥을 먹는 도중 Y가 내 시선이 밥을 향하고 있는 사이에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Y에게도 말한 적은 있는데 당시에 Y는 얼굴과 말은 상냥한데 눈은 잡아먹을 듯한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나왔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시부야로 이동했다. 시부야에서는 쇼핑 센터 안에서 돌아다녔다. 시부야 OIOI를 구경하다가 포켓몬 센터에 갔는데 Y가 자신이 실은 피카츄를 좋아한다면서 시부야 한정 피카츄 인형을 샀다. 나도 애니를 좋아하긴 하는 지라 자연스럽게 애니 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엔 뭘 먹지 하다가 토리귀족에 갔다. 내가 토리귀족에 가자고 하니 Y는 그런 곳으로 괜찮냐고 물어봤다. 나는 뭔소리지 하고 생각하며 토리귀족을 좋아한다고 했다.


Y가 그러한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다음 에피소드에 적겠습니다.


토리귀족에서 내가 좋아하는 거 Y가 좋아하는 거를 각자 시켜 나눠 먹기도 하고 따로 먹기도 했다. 나는 토리귀족을 좋아하는게 맛도 괜찮고 저렴하고 주문도 터치판넬로 할 수 있다. 외국인에겐 너무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자카야인 것이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학교 생활이나 친구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딱 하나 기억나는 이야기는 Y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술술 나눈 게 오랜만이라고 했던 말이다. 나는 그저 그렇냐고 회사 일이 바쁘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대답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Y는 나와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말을 돌려서 얘기한 것 같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가려는 데 저녁도 Y가 계산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이야기가 세긴 하지만 나는 동등한 관계에서 한 쪽이 다 계산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른다고 생각하고 한 쪽이 계속 계산하면 감정이 쌓이다가 어긋나는 걸 많이 보았기 때문에 싫어한다. 그래서 Y가 다 계산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 고마움보다는 곤란함이 더 컸다. 나중에 얼마나 더 요구할려고 그러는 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가는 길에 Y는 역시나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며 손을 잡고 싶다고 했다. 나는 생각을 좀 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그냥 억지로 잡혀버렸다. 아우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러워~;;; 그렇게 역에서 헤어지고 나서 Y의 플러팅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는 회사가 끝나고 한 번 만났으나 시간이 늦어 밥만 먹고 헤어지긴 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전의 만남과는 달리 노골적인 말을 해왔다. 그냥 농담한 거 가지고 그거 야한 의미가 있는거 아니냐는 둥 그런 말 하면 남자는 오해한다(?)는 말이었다. 얼른 사귀고 싶어서 초조해하는 건 알겠는데 나는 이 날 나까지 초조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싫었다. 밥을 먹고 역까지 바래다주는데 살짝 삐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본에 가기 전에, 아니 Y를 만나기 전에 일본 남자는 초식남이 많다는 둥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케이스도 많다는 둥 연애를 포기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둥 한국보다 연애 감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나 또한 일본에 갔으나 일본인과 연애할 생각은 없었어서 그의 반응이 놀라웠다. 반갑지는 않았고.. 그냥 공부로만 배운 세상을 실제로 겪은 느낌이었다.


나는 연애 감정이 빠르게 생겨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트를 3번 했다고 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으나 좋아질 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반대로 Y는 얼른 이 관계를 사귀는 단계로 만들어놓고 싶어하는 게 너무 많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감정을 Y도 느꼈는지 사귀게 되고 난 이후에 내가 홀로 살이에 외로워서 반강제로 사귀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정말 친한 친구라도 주변에 있었어도 자신과 만났을 거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Y도 연애 감정이 빠르게 일어나는 사람은 아니다. 다음 편에 자세하게 서술할 예정이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당시 강했다고 한다. 그래서 굉장히 적극적이었다고.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은 그냥 편견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본에서 일본어만 쓸 뿐 연애에 대한 감정과 행동은 한국인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을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Y는 그 이후 4번째 만남에서 고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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