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남성에게도 단정한 외모는 매력이 된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세월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데, 가끔 사진 속의 나는 낯 설은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의 모습은 언제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 셀카를 찍고, SNS에 공유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핸드폰 속의 사진첩을 보아도 내가 찍은 사진은 많지만, 내가 피사체가 된 사진은 상당히 드물다. 혼자 찍은 사진도 많고, 아내와 여행하거나 산책 중에, 또는 일상에서 찍은 사진들도 많다. 좋은 풍경은 현장에서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 경치 자체로 좋고, 사진 속의 모습으로도 그 감상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데, 구태여 그 속에 나를 포함해야 하는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얼마 전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한 어느 유튜버의 ‘중년 남성의 매력’이라는 강의를 보았다. 매력 있는 중년 남성의 첫 번째는 ‘단정한 외모와 건강미’였다. 한 마디로 똥배의 중년 남성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멋있는 중년이 되기 위해서는 ‘깔끔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똥배는 반대의 이미지가 강하다.
공감하지만 한 번 나온 배는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지금 규칙적으로 운동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체중 감량인데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아주 느린 변화이기는 하지만 연초에 비교하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혈압이 정상범위에 있다는 것도 위안거리가 된다.
사진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언제 필요할지 기약도 없지만,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서 사진관을 방문하였다. 좋은 이미지로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사진사의 요구에 따라 턱도 당겨보고, 눈도 크게 뜨면서 입가에 미소도 지어 보았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시간이 지나갔다.
사진은 그냥 촬영으로 끝나지 않고, 보정 작업이 더 길게 남아 있었다. 10년 이상을 간직할 신분증에 사용될 사진이니,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촬영에는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보정에는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결과물을 받아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색이 밝아졌고, 머리카락의 색이 제법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늘어진 살들이 조금 당겨졌고, 잡티들이 덜 보이도록 처리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보정되었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 관련 서류에서 사진은 통상 최근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데, 시간은 맞는데 모습도 맞는지 생각하며 혼자 뒤에서 웃는다.
목표를 세울 때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한다. 이제 규칙적인 운동의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이 사진 속의 얼굴이 실제 모습이 되는 것이다. 욕심이고 현재의 모습을 좀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목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시간이 기다려진다.
추상적인 목표는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으로 보일 정도의 외모이다. 남의눈을 의식할 나이는 아니지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감 있는 은근한 멋의 외모를 갖춘 중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