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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Mar 03. 2024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인생의 계절은 조절할 수 있다.

방금 어느 기상 방송에서 ‘계절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경칩(驚蟄)이다. 일 년 24 절기 중 세 번째이면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절기이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와도 한겨울보다는 덜 춥게 느껴지는 것도 계절의 영향이겠지.     


계절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간다. 한 달 전에 입춘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겨울이 다 간듯하더니 정말 봄이 오고 있다. 남녘에서는 광양 매화축제를 비롯하여 꽃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현지에 사시는 분의 한마디. “축제를 즐기고 싶거든 휴일은 피하고, 평일에 오셔야 해요.^^”     


그분이 전해주는 홍매와 청매, 그리고 분홍매가 주변을 온통 수놓는 모습이 경이롭다. 한반도 어느 곳에서는 아직 한파주의보가 남아있는데, 저토록 고운 빛의 꽃을 피우다니… 고마운 분들 덕분에 멀리서도 봄소식을 주변인 것인 것처럼 듣는다.     



모처럼 홍제천 변을 걸었더니 여기도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춘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얼음 사이로 ‘홍제폭포’가 힘차게 내려오고 있었다. 겨우내 절벽을 덮었던 얼음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 이것이 본모습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듯 쏟아진다.     


겨우내 못 보았던 홍제천 변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시민들을 위하여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매년 장마철에 흙이 쓸리던 경사면은 자연석으로 교체되었다. 하상에 퇴적되었던 모래도 없어져서 물도 제법 깊어졌다. 단지 맑지 못하고 탁한 물이끼가 바닥을 덮고 있어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겨울에 힘들게 일하셨을 많은 이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다. 노파심에서 하는 생각은, 이 변화가 단지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변화가 아니고 같이 사는 오리들과 잉어들에게도 이로운 변화이기를 바란다.      


물은 깊어졌는데 잉어 떼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오리들은 이곳을 터전으로 식구들을 늘려 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이다. 많은 예산과 여러 사람의 노고가, 함께 어울려 사는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과 일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봄이 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인생 2막’이라는 말을 알고부터는 세월 가는 것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대가 없는 삶은 무상하다. 그러나 목표가 있는 미래는 그저 세월이 감에 따라 맞게 되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주도하는 날을 맞게 되기를 바란다.     


흔히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곤 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있다. 세월은 반복되지만, 인생은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계절은 세월의 계절과 같을 수 없다. 나의 계절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태어남을 봄으로 여기고 돌아감을 겨울로 삼는다면, 나의 겨울은 아주 짧고, 잠깐이기를 바란다. 내 의지로 성장하는 기간을 길게 하고, 왕성한 계절이 더 오래되게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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