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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May 05. 2024

오리 주물럭과 팥빙수

가정의 달 맞아 모처럼 가족 모임의 메뉴

올해 ‘가정의 달’ 가족 상봉도 둘째 아들을 찾아가서 이루어졌다. 별로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닌데, 네 명의 가족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분기 행사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작은아들은 집으로 오는 것도 쉽지 않고, 찾아가려고 해도 시간 내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혼자서 무슨 바쁜 일이 그리 많은 것인지.     

어린이날 연휴가 3일이니 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하필 가운데 날이 근무라고 한다. 아직 미혼이어서 기혼자들에게 양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근무를 탓할 수는 없고 얼굴이라도 보려면 찾아가야 한다. 그나마 큰아들이 먼저 연락하여 시간을 묻고 약속을 잡아서 겨우 점심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내가 아들들 나이일 때는 벌써 ‘학부모’이었는데, 요즘은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여서 아직도 총각들이다. 안아줄 힘이 있을 때 손자들을 보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닌가 보다. 재촉할 수도 없다. 소재가 결혼으로 가면 얼른 입을 닫고 자리를 피하니, 이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그나마 자리를 길게 가지는 방법임을 안다.     

나들이 차량과 어울려 중간중간의 정체되는 것을 감수하고, 얼굴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건선이 얼굴과 목 등에 생겨서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아내는 걱정이 많다. 가까이 있으면 한방으로 치료해 보자고도 한다.      

점심은 그 동네의 맛집이라는 오리 요리 식당으로 정했다. 차를 이용하여야 하는 식당임에도 점심시간에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도 어울려서 모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하였다. 너른 주차장과 넉넉한 공간은 서울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없는 공간이다. 서비스가 다소 투박하지만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근방에 다양한 음료와 우유 팥빙수를 파는 카페도 있었다. 나름의 분위기가 좋았고,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장식한 실내 공간이 독특하였다. 역시 서울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서울 근교에 분위기가 좋은 카페들이 늘어나고, 아들들 덕분에 한가롭게 눈치 볼 필요 없는 공간에서 가족 대화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도로와 교통수단이 발달하였지만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거리를 핑계 삼는다. 그래서 자주 오지 않는 작은아들을 탓할 수도 없다. 챙길 어린이가 없어서 장성한 아들들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이 되었는데, 그나마 가족이 모였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는 별도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어렵게 재취업한 현재의 직장도 퇴직이 멀지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들을 봉양해야 하지만, 자식들로부터 봉양받을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미래는 지금 부모님들이 맞고 있는 현실과는 달라야 한다. 적극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건강관리도 스스로 해야 한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원한다면 나의 미래는 내가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진 설명 : 뒷 산의 아카시나무(흔히 아카시아라고 잘못 불리고 있는 나무)를 등나무가 감고 올라갔다. 등나무꽃과 아카시나무 꽃이 동시에 피어서 누가 주인인지 알기 어렵다. 단지 향기는 너무 진해서 지나가면서 다시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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