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화. 습관화되어 버린 아침화장은 어릴 때부터 엄마의 영향인듯하다. 화장대도 없이 작은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늘 보고 자랐고. 어른이 되면 화장은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알고 자랐다.
화장을 한다고 뭐 대단히 이뻐 보이거나 더 젊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정도로 생각하며 자랐다.
어느 순간이랄 것도 없이 20살이 되면서부터는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인 아침화장이다.
결혼전만 해도 화장을 진하게 하던 친구가일찍 결혼후 애 낳고 키우면서는 화장을 안 하고, 그야말로 동.남.아.(동네 남아도는 아줌마?!)처럼 다니곤 했다. 결혼 후 너무 아줌마처럼 다니는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왜 화장을 하지 않냐고? 친구한테 돌아온 대답은 "너도 애 낳고 해 봐라 화장할 시간이 있는지.."였다. '엥? 애 낳고 키우면 화장할 시간이 없는 건가?' 이런 생각보다 '애 낳고도 화장하고 이쁘게 다니는 사람 많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장은 선택인 것이었다. 그 친구는 그 후로도 애가 초딩, 중딩임에도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날에는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결혼 후 6년 만에 첫 아이를 낳았기에 계속된 출근으로 아침화장은 유지되었고, 13년 동안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화장을 안 한 날이 10번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하게 화려한 메이컵을 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작년부터 배우기 시작한 수영으로 인해 수영수업이 있는 날은 수업을 마친 11시 이후라도 화장을 꼭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보통은 아침 8시쯤이 나의 변신시간이니 11시라는 시간은 나에게 아주 늦은 시간이기도 하다. )
어제 수영수업 후 같은 반 Ace언니에게 수영이 늘지 않는다고 말하니, 수업시간보다 자유수영시간에 하는 수영이 훨씬 실력이 늘기 좋다며 자유수영을 꼭 오라고 조언을 해준다. Ace언니말이라 일단 믿음은 간다.
수영수업이 화, 목이라 월, 수, 금은 자유수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전은 다른 반 수업이 있어서 자유수영가능시간이 11:30부터다. 애들이 등교 후 자유부인인 내가 가장 자유로운 10시~2시가 황금시간인지라 그 시간에 수영장으로는 발길이 가지 않았다. 자유수영을 일찍 마치면 1시.. 뭔가 하루를 시작하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나에게 하루의 시작은 기상시간이 아니라 화장을 하고 난 이후가 하루의 시작인듯한 느낌이다.
어제 수영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침 8시에 하는 화장을 오후 1시에 하는 건 어떨까? 어느 누가 나의 화장시간을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늦은 화장시간보다 수영실력향상에 기준을 잡으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늘은 11시에 수영장에 가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애들 등교 후 아침시간이 3시간이 여유롭다. 브런치의 글을 쓸 여유까지 생기니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3년 동안에도 늘 이어진 마스크 속 답답했을지 모를 화장한 얼굴. 이제 마스크도 자유로우니 더 이쁘게 화장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화장을 아침에 하던 오후에 하던 특별히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일이지만 꼭 답은 없다는 것.